10년쯤 전인가, 지리산 뱀사골에 처음 갔을 때다. 뱀사골 산길이 어떤 데인 줄도 모르고, 그냥 기슭에서 산책만 하고 올 테니 등산화씩이나 필요할까 싶어 운동화 차림으로 갔더랬다. 그런데 뱀사골 산장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평평한 흙바닥이 손바닥만큼도 없이 온통 돌투성이였으니, 온 발바닥에 가득 물집이 잡혔다. 어흑.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너덜겅”이란 낱말을 보니 이때 일이 생각난다. “너덜겅”, 줄여서 “너덜”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뜻한다. 이렇게 너덜이 깔린 길은 “너덜길”이다. 그러니 지리산 뱀사골에서 산장으로 오르는 길은 틀림없이 너덜길이겠다. 옛날에 이런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너덜너덜해져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너덜길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이 내민 부분을 “너설”이라 한단다. 인왕산이나 관악산, 도봉산 같은 산에 가다 보면 너설을 딛고 지나가야 하는 곳이 꽤 많다.
너덜겅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게 있는데, 내가 찍은 사진 중에는 너덜겅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없어 연합뉴스 이옥현 기자의 사진을 허락 없이(죄송. <(__)>) 퍼왔다.


위 사진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에 있는 고구려 무덤, 태왕릉이다.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무지무덤인데, 아랫부분의 묘석이 오랜 세월 깨지고 흩어져, 마치 너덜겅처럼 보인다.
(사진은 http://www.yonhapnews.co.kr/services/0718020700.html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