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비가 올 듯 흐린 날씨에 왠지 기분이 썰렁하거나 찌뿌듯할 때,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그 말이 1905년 을사늑약이 맺어진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을씨년스럽다
본뜻 :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날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바뀐 뜻 : 남 보기에 매우 쓸쓸한 상황, 혹은 날씨나 마음이 쓸쓸하고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그런데 같이 흐린 날을 가리키더라도 좀더 느낌이 좋은 말이 있다.


잠포록하다 :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숲이며 물결이며 모두 잠잠하고, 날이 흐릿하여 조금은 무겁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날씨다. 이럴 때 사람들의 기분은 대체로 가라앉아서 차분해진다. 이런 날씨는 오직 ‘잠포록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쓸쓸하거나 우울하다기보다 차분한 기분. 가라앉는 듯하지만 포근한 날씨. 그런데 난 지금까지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자주 들었어도 “잠포록하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세상살이나 인심이 잠포록하기보다는 을씨년스러웠기 때문일까. 삭풍이 불면 을씨년스럽다. 바람기가 없어야 잠포록해지는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5-02-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포록하다'는 말 참 예쁘네요.
어떤 날이면 잠포록하다는 말이 어울릴까, 이제부터 흐린 날을 잘 살펴보렵니다. ^^

물만두 2005-02-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포록한 날은 아니지만 말이 이쁘네요. 바람불지 말고 잠포록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선인 2005-02-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씨년스럽스지않고 잠포록한 나날만 계속 되면 좋겠네요.

숨은아이 2005-02-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만두님 조선인님, 모두 잠포록한 날이 기다려지시죠? 히히, 이 표현을 꼭 써먹어야 할 텐데.

숨은아이 2005-02-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사람들은 날씨와 자연 만물을 참 세세하고 다양하게도 구별하여 표현했어요. 그죠?

숨은아이 2005-02-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에서 네모난 상자에 갇혀 살다 보니, 들과 산에서 하늘 땅 물을 다 보고 살던 때만큼 자연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게 되었겠죠...

balmas 2005-03-0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조선인님이 얼마전에 사용한 "잠포록한"의 출처가 바로 여기군요.
늦었지만 추천 하나 하고 갑니다. ^^

숨은아이 2005-03-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님이 그러셨던가요? 찾아봐야겠군요. ^^ 추천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