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와서 처음 들어본 말 중에 “찐따”라는 게 있다. “이 찐따야.” “찐따 붙지 마.” 하는 식으로. 문맥으로 판단하건대, “찐따”란 뭔가 모자라서 제 몫을 제가 알아서 챙기지 못하고 남에게 빌붙는 사람이란 뜻이고, “찐따 붙는다”는 건 남이 하는 일에 빌붙어 귀찮게 군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언제 어떤 맥락으로 생긴 말인지는 전혀 몰랐는데,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진대”라는 말이 나온다.

진대 남에게 기대어 떼를 쓰다시피 괴롭게 구는 짓. 스토킹.

“진대”라는 말에서 “찐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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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서울 살았지만 처음 들어봅니다 ㅠ.ㅠ

릴케 현상 2005-06-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물만두님 첨 들었다고요?

숨은아이 2005-06-2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아녀요. 그분 말씀이 맞을지도 몰라요. 이건 그냥 내 생각.
만두 언니/전 "땅거지"란 말도 얼마 전에야 들었어요;;
산책님/글고 보니 최근에는 저도 못 들었네요. ^^

물만두 2005-06-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ㅠ.ㅠ

돌바람 2005-06-2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혹 신혼이신가요? 수암님 이벤트에 댓글 달려고 보니 하나도 아는 게 없어서 7번에 님 찍었는데. 혹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혹, 사생활 침해라고 제가 님을 진대한다고 여기시는 건 아니겠죠.(진대 맞게 썼나요?)

숨은아이 2005-06-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대는 돌바람~! (언제 이름을 바꾸셨어요? ^^) 저 신혼 아니어요. 내년이면 10년 되는걸요. (으헉.) 제주 여행은 휴가 미리 당겨서 다녀온 거여요. 글구, 호호, 뭐 이 정도 가지고 진대 붙는다고 하겠어요.

돌바람 2005-06-2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이 찔러주시기도 했고, 생각난 김에 바꿔버렸죠. 그나저나 10년이라고라. 에구구! 이런 실수를.

숨은아이 2005-06-2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제가 워낙 철이 없죠? ㅎㅎ

어룸 2005-06-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저는 진따를 바보란 뜻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a

숨은아이 2005-06-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바보 같애" 하는 식으로 "찐따 같애" 하더라구요. 진대와 찐따의 관계는 저의 추측일 뿐. ^^

2005-06-2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21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2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06-2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짠따를 바보같다라고 썼는데...

숨은아이 2005-06-2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보통 그렇게들 쓰더라구요. 말이란 게 변화 확장하니깐 그런지, 아님 다른 어원이 있는지... ^^
 
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원작은 1982년에 발표되었다.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와 “기억의 서”, 두 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폴 오스터가 소설로 유명해지기 전인 30대 초반, 형식의 압박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쓴 수필이란다.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는, 한 절반 읽을 때까지 내가 지금 왜 남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고 있지 싶을 만큼 사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차근차근, 작가 아버지의 인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냉혈한”이라거나, 그렇다고 “인정 많은 집주인” 따위로도, 한 사람이 단순히 정의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선하거나 그저 악하지 않은, 그러나 선하기도 악하기도 한 사람.


“기억의 서”는 참 두서없어 보인다. 읽다가, 가만,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겪은 뒤의 이야기라면, “기억의 서”는 서서히 진행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체험한 이야기인가? 아니, 그보다는, 외할아버지-아버지-작가-작가의 아들로 이어지는, 삶의 반복, 그 무의미에 대한 이야기인가? 늙고 썩어가는 것이 예정된 생명들.


작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건물의 10층에 작은 방을 마련하고, 여기선 오직 쓰거나 자기만 한다. home 느낌이 전혀 안 나는, 그래서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그저 납작 엎드려 은신해야 할 때나 머무를 만한 공간이다. 작가는 안나 프랑크가 숨어 지내던 방 이야기를 하고, 그 방에 묻힌 기억을 이야기한다. 고립된 방에서 이 글을 쓰는 작가, 그는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에서 제페토 영감을 구한 이야기를,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달아났다가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요나 이야기와 연결한다. (폴 오스터가 유대인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제페토 영감과 요나가 은신했던 고래 뱃속, 이 방은 그 고래 뱃속과 같다.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데, 작가는 마침내 말한다.

그가 쓰고 있는 책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거기에는 세상과 그 세상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곧 세상에 있는 것이다. 자물쇠 안에서 부러진 열쇠,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말하자면 열쇠가 자물쇠 안에서 부러졌다는 것이다. - 259-260쪽


(하하. 여기서 “그”는 작가 자신이다. “기억의 서”에서, 작가는 화자를 “나”라고 하지 않고, 자기 이름, 오스터Auster의 머리글자를 따서 A라는 3인칭을 쓴다.)


그는 말하고 싶어한다. - 260쪽


그렇다면, 작가는 자기가 그 방에 왜 있는지, 왜 이 글을 쓰는지,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글을 써나간 게 아닐까.


번역에 대해 사소한 지적 하나. 고흐가 자기 침실을 그리고서 그 그림에 대해 동생 테오에게 써 보낸 편지를 일부 인용했는데, 그 마지막 부분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번역했다.


나는 너도 어느 날엔가는 다른 방들을 스케치하게 할 거야. -250쪽


이상해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를 뒤져, 바로 그 부분을 찾아보았다.


언젠가는 너를 위해 다른 방도 스케치할 생각이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204쪽


문맥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옮길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 맥락이 중요해.


고독의 발명 | 원제 The Invention of Solitude

폴 오스터 (지은이), 황보석 (옮긴이) |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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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절판


글을 쓰는 동안 그는 자기가 내부로(자신을 관통하여) 움직이는 동시에 외부로(세상을 향해) 움직인다고도 느낀다. - 기억의 서 제9권에서-244쪽쪽

심지어는 혼자서도, 자기 방의 가장 깊은 고독 속에서도, 자기는 혼자가 아니라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그 고독에 대해 말하려고 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를 덮친, 자기는 단지 자신만이 아니게 된다는 갑작스러운 인식. 그러므로 단순히 개인적인 과거의 부활로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몰입인 기억, 말하자면 그가 참여를 하는 동시에 목격자인 역사는 그의 일부이면서도 그와는 별개이다. -기억의 서 제9권에서-244-245쪽쪽

세상은 단지 그 안에 있는 것들의 총계가 아니라 그것들 사이에 있는 무한히 복잡한 연결망이다. 낱말들의 의미에서처럼, 사물들은 서로 관련되어서만 의미를 띤다. 파스칼은 이렇게 적고 있다. <두 얼굴이 꼭 닮았을 때 그 자체로는 어느 것도 재미있지 않지만 나란히 있으면 그 유사함이 우리를 웃게 한다.> - 기억의 서 제12권에서-28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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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지음, 문학동네, 2003

작가 박민규를 교주로 모시는(물론 작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녀석 혼자 제 맘대로) 녀석에게 빌려서 읽었다. 읽는 동안 그다지 통쾌하고 즐겁지 않았다.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으로 이 작품이 뽑힌 건, 심사위원들이 인터넷 소설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탓이라고  지인이 말했는데, 인터넷 소설들을 별로 읽은 바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므로 그 지인의 의견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 다만 뒤편에 심사위원들이 써놓은 심사평을 보니, 한마디로 요약(물론 내 멋대로)하자면 "미심쩍지만 신기하니까 한번 뽑아준다"는 소리다. 미심쩍지만 신기하기는 한 이 작품을 깨끗이 누를 만한 다른 작품이 없었단 말이지. 아무튼, 내 소감도 이렇다.

미심쩍지만 신기하니까 한 권 더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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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6-19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별로였어요. 삼미...가 훨씬 낫죠. 숨은아이님, 저 돌아오니까 반갑죠??

숨은아이 2005-06-1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럼요. 당근이죠. 반가워요. 덥썩. ^^

릴케 현상 2005-06-1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너무 의심하지 마시고 '오픈 마인드!!!'

숨은아이 2005-06-2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제가 좀 기대를 했던 모양이에요. 삼미...도 읽어볼 테여요.

어룸 2005-06-2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숨은아이님, 찌찌뽕!! 저 어제 이 책 읽었는데!!! ^^

숨은아이 2005-06-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투풀님이랑 같은 날 같은 책을 읽었다니! 영광이어요. 투풀님 소감도 들려주세요.

어룸 2005-06-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란 말 하도 많이 들어서 기대안해서 큰 실망 없었어요, 딱 기대만큼의 책이랄까요^^a ㅎㅎ써놓고보니 그게 더 무서운 말같네요^^;;;;;; 암튼 길이도 적당했고..(아마 거기서 조금 더 길었으면 화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삼미~'나 '너구리~'에는 못미치지만 읽은 시간이 아깝진 않았어요^^

숨은아이 2005-06-2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럼 삼미...는 더 낫다는 말씀? 알겠어요. ^^
 

시껍-하다
「동」『방』'혼나다'의 방언(경북).

식겁
(食怯)

[-껍]
〔식겁만[-껌-]〕「명」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

  
식겁-하다
[-꺼파-]「동」 =>식겁. ¶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


-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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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1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방』<---요건 무슨 표시죠?
시껍하다는 우리집에서 많이 쓰는 표현^^(부모님이 경북분이셔서...)

진주 2005-06-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품사의 형태, 동사를 말하고
방-> 방언이라는 표시가 아닐까요?
그런데...표준어 명사로 "식겁"이 있는 건 오늘 첨 알았어요. 제가 알고 있는 어원과는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어쨌거나 저렇게 굳어진 말이 될 수도 있겠군요. 참, 저도 대구사람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시껍한다는 표현 쓴답니다. 숨은 아이님 잘 보고 갑니다.

클리오 2005-06-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식겁'이 저는 비어인줄 알았는데, 저렇게 당당한 말이었군요.. 놀라워라~ ^^

릴케 현상 2005-06-1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시그럽다'는 말 쓰나요? 우리집에서 주로 쓰는데^^

숨은아이 2005-06-1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아래 진주님 말씀이 옳습니다. "시그럽다"는 "시다"의 경기, 경상 방언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네요. 전 첨 들었어요. ^^
진주님/저도 첨 알았네요. 서재주인 분들이 두 표현을 다 쓰는 걸 보고 혹시나 해서 찾아봤거든요.
클리오님/두 말의 뜻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새로 알았어요.

아영엄마 2005-06-1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껍하다, 시그럽다.. 다 가끔 쓰곤 하는 말이구먼요..^^

숨은아이 2005-06-1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껍하다는 말은 저도 자주 들었어요. 그게 사실은 "식겁하다"는 뜻으로 쓰였던 듯.

숨은아이 2005-06-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실은 두 말의 쓰임새가 딱 부러지게 구별되지 않을 수도... 어떤 일에 몹시 놀라고 겁을 먹어 "식겁"했는데, 그러고 나서 "어휴~ 혼났네"라는 뜻으로 "어휴~ 시껍했네"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_-;;

숨은아이 2005-06-20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을까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