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즐거움 - 한국고전산책
정약용.박지원.강희맹 지음, 신승운.박소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석 달 동안 풀로엮은집(www.puljib.org)에서 월요일마다 천자문 강의를 들었습니다. 종강 때 풀로엮은집에서 책을 걸어가게 하자며, 헌책방에서 사온 책을 한 권씩 가져가게 하더군요. 인연이 닿으면 옛글도 읽고 싶었던 저는 이 책을 골랐어요.강희맹, 이이, 정약용, 성현, 이규보, 이익, 안정복 등 교과서에서 많이 본 사람들, 또 그렇지 않은 분들이 남긴,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 47편을 쉽게 번역해놓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천자문교실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맹자에 나온다는, 예禮란 "옛날 어느 사람이 아버지가 죽어 그 시신을 밭 한구석에 버렸다. 금수가 지나다니며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시신을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 곧 예는 단순히 "존재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되었고 그게 전부인데, 껍데기만 남을 때 사람을 억압하는 족쇄가 되지요.

맨 끝에 실린 글, 이현석의 [시세와 기수에 관한 이야기 時勢氣數說]에 이런 글월이 있습니다.

"천지 도수의 소장消長은 추위나 더위와 같고 시세의 험이險易는 산이나 물과 같다. 시세를 잘 이용하여 혼란을 바로잡아 다스리는 법도는 원래 소장과 험이 그 속에 있다. 이를테면 (추위를 이기는) 갖옷이나 (더위를 견디는) 갈포옷, 말이나 배를 천지의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상고 시대부터 수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세상을 다스리는 법도가 많았을 터인데도 당우 삼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대로 구비되었다. ...(중략)...  이제 당우 삼대로부터 또 몇천 년이 흘렀으니 수많은 변화를 어찌 이루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이는 바로 세상을 경영하는 법도가 당우 삼대보다도 더욱 구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이런 점에서 볼 때 통치자도 어찌 꼭 당우 시대와 삼대의 전철만을 변통 없이 일일이 따를 필요가 있겠는가."

(* 당우唐虞란 중국 고대의 임금인 도당씨(陶唐氏) 요(堯)와 유우씨(有虞氏) 순(舜)을 말합니다. 곧 당우 시대란 요임금과 순임금 시대, 중국 역사에서 이상적인 태평 시대로 꼽히는 때를 말합니다. 또 삼대三代란 중국 고대의 하夏나라, 은殷나라, 주周나라 시대.)

그러나 역시 유학이 지배계급 남성의 통치도구가 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닐까요.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엇보다 "절제"를 중요한 미덕으로 꼽는 듯합니다. 명예도 먹는 것도 술도 절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매사를 겪으며 스스로 절제하라 경계하기 위해 글을 썼네요. 그 중에서 아마 꽤 술을 좋아한 모양인 정철과 남용익 선생의 글을 읽으면 웃음이 납니다.

"남이 혹 취했을 때의 일을 얘기해주면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믿지 않다가 나중에 참으로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고 나면 그 부끄러운 생각에 꼭 죽고만 싶어진다."(66쪽)

술을 의인화한 박윤묵의 [국청전 麴淸傳]도 있어요.

그리고 1597년 정유재란 때 포로가 되어 2년 8개월간 일본에서 포로 생활을 한 강항 선생은 일본 승려에게 들었다면서 우리가 잘 아는 혹부리 영감 이야기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썼네요!

우화 형식으로 쓴 이야기 중에는 도둑 이야기도 두 가지나 있고, 또 한 사기꾼 이야기는 그 사기꾼의 기지를 칭찬하는 투라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맹자의 "사람의 걱정거리는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는 말씀이지요!

(맨 뒤의 "지은이 소개"를 보니까, [분수를 지킨 도둑 이야기]를 쓴 권필 선생은 귀양길에 '폭음'을 하고 급서했다는군요.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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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0-1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캬~ 고맙슴당!
 

고교 등급제.. 2004/10/08 18:09

 

대학 이름을 없애지 않는 한, 입시제도 백날 바꿔봐야 소용없다.

 

고대, 연대, 이대 등 몇 대학이 고교 차별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어느 대학 나왔는지가 힘이 되는 세상에서 대학도, 학부모, 학생도 그런 것이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게다. 특히 돈많고 힘을 가진 사람들이야 그런 것을 당연시 여길 게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처럼 좋은 대학, 어려운 시험 통과로 돈과 권력에 접근하도록 하는 그런 제도 때문에 더 나은 사회가 되었거나 될 수 있다고 볼 사회적 근거는 없다.  만약 그런 근거가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부와 권력을 더 가졌다고 해서 기회의 양과 질이 달라져서는 안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을 100%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은 안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최선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이름을 없애자. 고교학력평가를 통과한 학생은 가까운 지역의 대학으로 가게 하자. 그리고, 대학 교육을 내실화하자. 대학을 언제까지 다닐 것인지 졸업을 할 것인지는 그의 자유다. 사회는 어느 지역에서 대학을 나왔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내실있는 교육을 받았는지만을 가지고 그를 평가하면 그만이다.

 

고교학력평가 결과는 오로지 두가지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초 실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 다른 하나는, 낮은 학력으로 평가된 지역에 어느 정도 국가에서 지원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한국은 돈이 많아 더 기회가 많은 지역에 더 투자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나라다.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합격률을 발표하여, 학력이 떨어지는 지역을 우선교육지구로 정하고, 재정지원, 학급당 인원수 감축, 우수 교사 배치 등의 자료로 쓴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학이름을 없애지 않고는 입시제도는 늘 일희일비, 조삼모사, 그 나물에 그밥이고, 입시지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  그리고, 난 그런 제도를 갖춘 나라가 한국보다 못하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자기 돈 들여 배운 기술이라면 주로 어디에 쓰일까 ?
법의학을 전공하려는 의학도가 이제는 없단다. 외과도 그렇단다. 그러나 성형외과, 치과는 넘쳐난단다. 노동판에 뛰어들어 함께 살아가는 변호사도 거의 없단다.

 

왜 그럴까 ? 자기 돈 들여 배운 기술, 되찾고 더 크게 만드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들을 강제할 수가 없다. 공익적이고 고도의 도덕성을 그들에게 요구할 수도 없다. 요구할 근거도 희박하다. 공익성, 도덕성은 선언적인 단어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라면 ?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은 쉽게 보인다.  
사회가 돌봐주고 그렇게 배우고 익힌 기술과 능력, 지식과 지혜는 어디로 돌아갈까 ? 그들에게 공익성과 도덕성을 요구할 근거도 마련 되었으며,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당연히 더불어 함께 사는 그 사회로 돌아가지 않을까 ? 

 

우리는 지금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이대로 둘 것인가 ? 완전히 바꾸어 버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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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0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하고 싶었던 말......

LAYLA 2004-10-1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네요..한국의 현실이..

숨은아이 2004-10-1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라일라님, 이렇게 간단한 해법이 있는데 왜 시행을 못 하는지 안타깝지요...
 

키리코 나나난, [Water.], 하이북스, 2003

짤막한 단편 19개로 이루어진 만화책입니다. 각 단편은 서로 연관이 없지만, 또 서로 모여 있어야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 편 한 편이 어떤 줄거리를 표현한 "이야기"라기보다, 도시의 이 구석 저 구석, 수많은 유리창 중에 아무데나 마음 내키는 창문 너머를 망원렌즈로 당겨 찰칵, 찍어놓은 스냅사진 같거든요. 거기서 무언가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도 같고, 사실은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삶의 한 장면들. 그 중엔 공감이 되는 것도 있고,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flower>라는 단편의 표지 면에는 까만 달(월식인 듯)이, 여덟 번째 <flame>의 표지
면에는 원의 왼쪽 귀퉁이만 희고 나머진 까만 달(월식이 점점 끝나가는...), 열네 번째 <Sugar>의 표지 면에는 원의 오른쪽 귀퉁이만 검고 나머진 흰 달, 마지막 <Water.>의 표지 면에는 완전한 달 그림이 있습니다.







저는 <flame>의 이 장면 - "모두 다 싫어 불쌍한 내 자신이 가장 좋아"와...




<아픈 사랑 Ⅱ>의 이 장면이 좋습니다. 긴 머리로 가려진 얼굴, 머리와 팔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분위기.



* 사진은 클릭하시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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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주문해 놨어요. 내일쯤 받아볼 것 같은데 기대되네요.^^

urblue 2004-10-0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박과 마요네즈>의 그 사람인가요?
음..보고 싶네요.
멋진 페이퍼입니다.

숨은아이 2004-10-0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수정하던 중에 댓글이... ^^ 그런데 로드무비님, 전 역시 단편 만화는 별로여요. (--)a 좋은 장면도 있지만...
 
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우선, 책 너무 무겁습니다. 내용이 무겁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들고 다니기 무겁습니다. 책 크기도 B5 용지보다 커서는...(가로 길이는 조금 좁지만). 만화의 때깔을 좋게 하고, 앞면의 그림이 뒷면에 비치지 않도록 스노화이트지를 쓴 모양입니다. 하지만 스노화이트지는 종이 두께에 비해 무거워요! 모조지 종류로 했다면 훨씬 두꺼운 종이를 써야 했겠지만(얇은 종이를 쓰면 그림이 뒷면에 비치니까요. 그럼 뒷면의 그림을 보는 데 방해가 되지요), 도리어 무게는 이보다 덜 나갔을 거예요.

그리고 말이 많습니다. 무슨 만화에 이리도 글자가 많단 말입니까! 조 사커의 수다를 읽으며, 저는 그와 함께 지쳐갑니다.

... (또 흠잡을 거 없나...)

아, 이 사람 삐딱한 거 맘에 안 듭니다. 시종 냉소적인 익살로 자료 채집 중인 미국인 시사만화가라는 자신의 정체를 잃지 않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게 다 '소재'일 뿐입니다. 종반에 들어서기 전까지, 참혹한 인권 유린의 현장을 고발하는 사진기자들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신 조선인님 글(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540982)이 내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심지어 그런 자신의 태도까지 비웃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보여주는 사람들, 기형아로 태어난 자기 아이, 폐허가 된 집을 사진으로 찍어 가주길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습니다. 세계를 향해 절규하고 싶은데 자신은 그럴 힘이 없으므로 누군가 대신 말해주기를, 알려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24년 전 광주 사람들이 서방의 기자들을 그런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 책이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뭘로 알고 있었을까? 철학이 있고 조직력도 있고, 상황을 지켜보며 자위 수단을 강구하고, 경제를 일구기 위해 창의적인 발상을 짜낼 줄 아는 그들을, 그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무력하게 떨고만 있는 존재로 여겼던가?

열악한 생존 조건 속에 그들을 던져넣어 자기 존재에 대한 존중심마저 빼앗으려는 안사르 Ⅲ 감옥에서, 그들은 보여줍니다. 250명이 쓸 화장실을 달랑 세 칸만 주었더니, 이들은 화장실 앞에서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드잡이하는 대신 한 줄 서기라는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한 조건(수감자 네 명당 밥그릇이 한 개였다니, 부족하다는 말이 오히려 부족하군요!)에서 이들은 나눠 마실 차의 양과 순서를 정해 모두 골고루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합니다. 이들은 각 구획끼리 고립되지 않고, 감시의 눈길을 피해 쪽지를 돌멩이에 매달아 던지는 방법으로 소통합니다. 이들은 교육위원회까지 조직해, 생태학, 철학, 아인슈타인, 소련 붕괴 등에 대해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80년 광주에서 구현되었다는 코뮌이 생각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로 의사소통을 했다는 장기수 할아버지들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 물론, 그들도 바깥에서는 당파끼리 싸우다 서로 죽이기도 하고,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입을 막아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개미떼 같은 군중이 아님을, 핍박에 즉자적으로 반발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님을 이 책은 알려주었습니다. 그 하나만으로 이 책은 제게, 둘도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만화의 그림체는, 미국 냄새가 강해서는 첨엔 영 정이 안 가더니, 한 권을 다 보고 나니 익숙해집디다. 어린아이보다 통통한 아저씨나 앞니 빠진 할아버지 표정이 더 귀엽더군요. 하...)

한 가지 더. 군인들이 잔인하게 구는 것은 두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살인 훈련을 받은 이들은 겁에 질릴 때, 방어의 최고봉 - 인정사정없는 공격 - 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자기가 한 짓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벌레 같은 놈"으로 깎아내리지요. 그래서 제대 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스라엘 군인도 생기는 거겠지요. 참으로 파괴적인 짓입니다.

조 사코Joe Sacco가 1991년 말에서 1992년 초를 팔레스타인에서 보내고 나서 발표한 이들 만화 아홉 편은  2002년 이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도 200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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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0-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무척 솔직하게 삐딱하게(!) 쓰신 리뷰 마음에 듭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며 광주가 생각났어요. 외신에 드러나면 뭐하나 달라지지 않는 이노무 현실...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자꾸만 밝혀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른 무엇무엇도 거듭 겹쳐 보이더군요...

숨은아이 2004-10-0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 시종 거리를 두는 듯한 시각이 못마땅했답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선동보다 도리어 이것이 더 설득력 있겠지요...
이안님 : 감사! 그런데 써놓고 보니 "개미떼 같은 군중"이라는 말은 개미에 대한 모욕 같군요. (^^)a

로드무비 2004-10-0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이 이 리뷰로 5만원 버셨잖아요.^^
숨은아이님 리뷰는 또 다른 관점에서 재밌게 읽히네요.
저도 추천!

숨은아이 2004-10-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안님이 이벤트 하셨잖아요. 그 이벤트에 당첨돼서, 바로 이안님께서 이 책을 보내주셨답니다. ^________^ 추천 감사!

숨은아이 2004-10-1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긴요. 제 옆지기는 늘 왜 일케 못됐느냐는데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10-12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축하드려요. 이 주의 마이리뷰 당선작이에요! 와아~
그럴 줄 알았다니깐요. ^^

숨은아이 2004-10-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런 일이... 님들 덕분이어요. 이안님 리뷰 읽고 이 책 볼 생각 굳혔고, 게다가 이안님께서 이 책을 보내주셨고, 따우님 말에 좀더 엄격하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추천해주신 로드무비님, 제일 먼저 댓글 달아주신 새벽별님, 모두 고맙습니다!

깍두기 2004-10-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물만두 2004-10-1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알았어요. 축하드려요^^

숨은아이 2004-10-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쑥스럽사옵니다. ^^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수술 경험담 - 수술..그후.. 2004/10/02 03:08

오랜만에 써보네.

 

아침 일찍이 있을 거라던 수술은 늦춰지고,

오전이 다 갈 즈음에야 시작됐다.

 

안경을 벗어서일까 ? 아니면 마취제의 영향 ?

뿌옇게 보이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서 병실을 나섰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실제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긴 복도처럼 된 곳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복도 양쪽으로 수술실이 쭉 늘어선 것이 왠지 기분이 그랬다.

보이지는 않지만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그런 기분이 들 수밖에...

 

의사의 질문은 거기서도 반복되었다.

아는 사람 ? 아니. 좋은 일 ^^

 

수술실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부터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에 눈을 떴다.

발목이 따끔거린다

(뽑아놓은 내 피를 발목을 통해 다시 집어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각시 말로는 나가서 다시 올 때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단다.

 

코디가 환자 가족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 주었다.

(내 것이 제대로 뽑히지 않으면 환자는 곧 생명을 잃는단다.

새 조혈모세포를 받기 위해 피를 모두 뽑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환자 가족들은 내 것을 받은 후에야 안심하고

비로소 그런 인사말을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수술 과정을 설명하면 대충 이렇다.

마취된 나를 눕혀놓고 주사기처럼 생긴 것(주사기일 거다)으로

엉덩이 부위(허리 조금 아래쪽)를 찔러 뼈에 닿게 한 다음,

손으로 그것을 돌려 뼈에 구멍을 낸 후 조혈모세포를 빼낸단다. 구멍(좌우 각 1개)을 내는 과정에 힘들어 의사도 지친다고 한다.

(전기 드릴로 구멍을 뻥 뚫으면 안되나 ?

암튼 손으로 하려니 의사도 힘들 게다.

아무튼 내가 직접 보지 않았으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돌아와서는 지혈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수술 부위에

바로 누워 있어야만 하는데, 이게 2박 3일 동안 제일 힘들었다. 

자유롭게 움직이질 못하고 자세가 고정되어 있느니 말이다.

 

그것 말고는 없다.

 

곧바로 저녁 먹었다.

각시가 사온 통닭도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것 다 꺼내 먹었다.

그리고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병실을 나섰다.

 

물론 걸어나왔다.

택시 타고 집에 와서 누웠으며 가볍게 걷기도 했다.

느낌이 좀 그럴 뿐 특별히 문제될 만큼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의자에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 

한 곳에서 오래 서 있을 때는 불편한데,  

그런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한 10여일 정도 후 ?

 

집에 돌아와서 주사바늘 자국을 셌다.

 

11개였던가 ? (검사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주사받기 싫어하는 내가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이 맞아 버리다니.

그래도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자체가 기분 좋으니 말이다.

 

기념으로 엉덩이에 난 구멍 부위를 사진으로 팍~ 찍어 두었는데,

지금은 그 곳이 어디인지 각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수술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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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0-0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이 사람을 1인실에 넣은 이유는, 여러 환자가 같이 있는 방에 건강한 사람이 입원해서 멀쩡하게 잘 먹고 지내다 퇴원하면, 환자들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내가없는 이 안 2004-10-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입원했을 때 제일 먼저 퇴원을 했거든요. 그때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동요되는 기미를 읽었구요, 다들 심란해하는 듯하더군요. 물론 같이 생활하다 나오는 사람도 그 사람들 보면서 마음이 내내 찜찜하구요...
그런데 옆지기분이 '각시'라고 표현하시는 것이 계속 기억되네요. 전 각시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 첨 봤거든요. 좋은 느낌이라는 말입니다. 두 분이 너무 알콩달콩 사시는 것 같아서. ^^

숨은아이 2004-10-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프나 집사람이란 말보다 구엽죠? ㅎㅎ/ 전 2인실에 입원한 적이 한번 있는데, 같이 있던 분보다 제가 늦게 들어와서 일찍 퇴원했어요(3일 만에).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제가 퇴원한다니까 그분(저랑 나이도 비슷해 보였는데)과 그 남편 표정이... 저도 나름대로 여유가 없어서 공감도 못해드리고 따뜻한 격려 한마디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요./그건 그렇고 며칠 내내 서재마실 다닐 여유가 없네요. 이안님 글도 못 읽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