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코 나나난, [Water.], 하이북스, 2003
짤막한 단편 19개로 이루어진 만화책입니다. 각 단편은 서로 연관이 없지만, 또 서로 모여 있어야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 편 한 편이 어떤 줄거리를 표현한 "이야기"라기보다, 도시의 이 구석 저 구석, 수많은 유리창 중에 아무데나 마음 내키는 창문 너머를 망원렌즈로 당겨 찰칵, 찍어놓은 스냅사진 같거든요. 거기서 무언가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도 같고, 사실은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삶의 한 장면들. 그 중엔 공감이 되는 것도 있고,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flower>라는 단편의 표지 면에는 까만 달(월식인 듯)이, 여덟 번째 <flame>의 표지 면에는 원의 왼쪽 귀퉁이만 희고 나머진 까만 달(월식이 점점 끝나가는...), 열네 번째 <Sugar>의 표지 면에는 원의 오른쪽 귀퉁이만 검고 나머진 흰 달, 마지막 <Water.>의 표지 면에는 완전한 달 그림이 있습니다.




저는 <flame>의 이 장면 - "모두 다 싫어 불쌍한 내 자신이 가장 좋아"와...

<아픈 사랑 Ⅱ>의 이 장면이 좋습니다. 긴 머리로 가려진 얼굴, 머리와 팔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분위기.

* 사진은 클릭하시면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