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오늘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를 읽고,
나는 지금껏 이 말에서 옷깃 스치는 게 아니라
소매나 저고리 옷자락 스치는 것을 연상해왔음을 깨달았다.
옷깃이란 저고리 같은 옷의 목에 둘러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옷깃이 목을 감싸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데 있다. 오히려 스치기 쉽기로는 옷깃보다는 길게 늘어진 옷자락이나 소매가 훨씬 유리할 것이다. 옷깃이 스치려면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58~59쪽)
아하, 옷깃이란 동정을 다는 부분, 바로 거기지.
사람이 꽉 들어찬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갈 때가 아니라면,
영판 모르는 사이에 옷깃 스칠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은 그리 쉬운 만남을 뜻하는 게 아니로구나.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의 지은이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추측한다.
그런데도 옷자락이나 소매 말고 굳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혹시 ‘옷깃만 스친다’는 표현은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즉 입맞춤을 에둘러 말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너무도 지당한 말이 된다. 아니면 말고. (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