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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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아서 술술 읽혀 좋은데 내용 자체는 너무 단편적이라 성인이 읽기에는 실망이 크고, 초중고생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살면서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되고,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참 많은 오해를 산다.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과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이 필요하다.

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적어도 경솔하고 천박한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해야겠다.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는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P9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서 자리하고 있다.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원권을 존중하는 태도
석사와 박사 위에 ‘밥사‘라는 학위가 존재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동료를 위해 기꺼이 밥 한 끼를 사는 사람은 마음 씀씀이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며, 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 P86

인간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 언어학자는 성인의 최대 집중력이 18분이라고 주장한다. 18분 넘게 일방적으로 대화가 전개되면 아무리 좋은 얘기일지라도 참을성 있게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마크 트웨인이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P92

네크워크 지수라는 개념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공존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지능지수와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적 능력이 탁월해도 평소 긍정적인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은 이 지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긍정적인 말을 자주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다. - P100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 P107

경솔하고 천박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재빨리 마음을 짓눌러야 한다.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거친 말을 내뱉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해로움이 따르게 될 텐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덕무, 수양서인 - P176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 P192

사마천이 쓴 사기, 계명우기
첫째는 의리를 지키며 서로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친구 외우
둘째는 친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친구 밀우
셋째는 즐거운 일을 나누면서 함께 어울리는 친구 일우
넷째는 평소 이익만 좇다가 나쁜 일이 생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친구 적우 - P222

공자는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 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무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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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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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를 반드시 읽고 '죽는 게 뭐라고'를 읽어야한다.

'사는 게 뭐라고'는 가볍고 유쾌했다면 '죽는 게 뭐라고'는 더 어둡다. 그리고 중간에 필요없는 의사와의 대화 부분은 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사노요코의 톡톡튀는 독설과 관찰은 돋보인다.

역시 일본인이군 이란 생각을 중간 중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사무라이처럼 살고 싶다는 등...


노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힘은 있다. 

사람의 성격을 정확히 보는 능력....그런 애증의 관계를 잘 포착하는 통찰

그닥 깊이는 없을 지는 모르지만 공감 가는 부분은 참 많다.


나이드는 것에 대한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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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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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한결같이 슬프다.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부부, 남편을 잃고 슬퍼하는 부인, 반려견을 잃은 아이, 엇나간 아들이 걱정되는 엄마, 헤어지는 애인, 임용이 안된 시간 강사, 사라져가는 언어.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노찬성과 에반" 아마도 반려견과 초등학생 아이의 관계, 핸드폰이 생기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재미었었던 단편은 "침묵의 미래" 어설플게 SF를 시도한 느낌이다...

그리고 "건너편"도 재밌게 읽었다. 헤어지려는 애인의 입장과 헤어지고 난 후의 심리를 참 잘 표현했다.


다른 단편들은 평범했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슬펐다.

특히 마지막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제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남편이라는 소재 자체부터가 너무 슬프다.


김애란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이렇게 슬프면 다음 작품은 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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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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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 영향은 아니지만 나도 몇 달 전에 퇴사했다.

더 이상 조직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홀로서기를 결심한 바로 그 나이에. 차이점은 저자는 결심하고 10년을 더 회사를 다녔다는 점이다!


'회사 사회'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탁월하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하지 않는 것을 필요하게 만들어가는 사회. 솔직히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살게 없어진다. 

요즘은 엥겔스 지수가 너무 높아져서 별로 사는 것도 없는데 식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


저자가 얘기했듯이 집도 줄이고 소비를 줄이면, 실제로 생활비가 많이 들진 않는다.

또한 열심히 진지하게 산다고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행복은 찾아나서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이 아닐까?라고 문제 제기한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가장 행복하게 느낄 때는, 날씨가 좋아 좋은 사람과 산책할 때, 친구들과 커피 마시며 수다 떨 때,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을 때, 넷플릭스 볼 때 등등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더 이상 회사로부터 받고 싶은 것이 없어졌을 때 나도 퇴사했다.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해 졸업했다.

그러다 보니 후회도 없고 시원하기만 하다. 

퇴사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너무 만족스럽다. 저자가 얘기했듯이 퇴사하니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생겼다. 


저자가 얘기했듯이 고용보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왜 자발적 퇴사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안주는지....오히려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이 가장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 북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어쨌든 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과감히 단행하길 바란다.

신세계가 펼쳐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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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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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일흔 살에 돌아가서 더 이상의 사노요코의 책을 읽을 수 없지만, 나이드는 것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장수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년이 어떤 의미인지, 노인으로 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1938년 베이징에 태어나서 베를린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두 번 결혼하고 아들이 있고 유방암에 걸려 예순일곱에 수술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1년 동안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살면서 턱이 틀어졌고 암이 뼈에 전이된 것을 알고 바로 재규어를 샀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참 멋있다.


그녀의 문체는 냉소적이면서 담담하고 웃음을 자아내고 슬프다. 자기 세대는 끝났다 하면서 할 말은 다 한다. 

왜 나이들면 불쑥불쑥 화를 내는지, 옛날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는지, 체면을 차리는 상황 등을 설명해 준다.


나도 만약 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왜 일본 중년 여성에게 겨울연가, 욘사마, 한국 드라마가 인기였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수십 종류의 머플러를 선보인 욘사마에 빠지고, 드라마에서 툭 하면 미국 유학을 가는 주인공들이 신기하고, 사랑을 믿는 한국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작가가 얘기했듯이 일본 사람에게 한국 남자는 희귀한 존재였다. 모든 것에 정열적으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의 눈에는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다. 겨울 연가에서 박용하의 역을 스토커로 표현한 것도 의외였다. 일본에는 그렇게 집착하는 남자가 없나보다. 조용한 집념의 나라 한국. 외국 사람들은 한국을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겨울연가 때문에 난생처음 DVD를 사게 된 저자가 너무 귀엽다. 절대 무언가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작가에 그 이후 DVD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한국 드라마 때문에 남이섬도 갔고 제주도도 갔고 판문점도 갔다.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일제시대 일본의 만행도 알게 되고, 저자는 솔직히 본인의 무지를 시인하면서 진심으로 부끄러워 한다. 이게 대다수 일본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냥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에 관심이 없을뿐이다.


위키피디아 : https://en.wikipedia.org/wiki/Yōko_Sano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 P42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 P45

- 나 예뻐?
- 넌 그걸로 충분해요.
- 여름은, 발견되길 기다릴 뿐이란다.
- 엄마, 나 이제 지쳤어. 엄마도 아흔 해 살면서 지쳤지? 천국에 가고 싶어. 같이 갈까? 어디 있는 걸까, 천국은.
- 어머,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던데.

- P109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어딘가 다르다. 이 행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스토리도 대부분 억지로 짜 맞춰서 개연성이 없다.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데도 행복하다. 엄청나게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은 모두 이 현상을 분석하려 들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가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 - P126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몸이라면 더 이상 안 써도 괜찮다. 귀찮고 성가시다. 하지만 사랑은 받고 싶다. 애정으로 한가득 채워지고 싶다. 한국 드라마의 남자는 일본 남자라면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태연하고 당당하게 해치운다. 장미꽃으로 하트를 그리고,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서도 이름을 부르며, 눈이 먼 여자를 위해 목숨을 끊어 자신의 각막을 이식한다. 이성은 모순을 허락하지 않지만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한국 부모의 강압적이고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태도는 정말로 극성맞다. 일본 아줌마들이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행동을 한국 아줌마들이 대신 해준다.
정이란 정을 있는 대로 다 쓴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 P137

외로운 독거노인은 주변에 화낼 소재가 떨어지면 천하와 국가를 논하며 울분을 토한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살날이 얼마 없으니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다. - P187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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