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빛문고 1
이문열 지음 / 다림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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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접했던 것 같다. 역시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밀도 있고 공감이 간다.

이문열 작가는  머리말에서 어린이 독자를 위해 내용을 다시 손봤다고 했다. 이 책이 처음 나왔단 1987년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초등학교 교실로 옮겨놓았다. 


다솨 불편했던 체벌 장면도 나오는데, 특히 체벌은 소위 '민주적'이었던 담임이 행사하는 걸 보고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비록 권위를 무너뜨리는 데는 폭력적인 방법 뿐이었을까?

엄석대가 맞는 장면을 통해 그의 권위를 주저앉아야 했을까?

아무래도 촛불세대의 눈에는 그 방법도 모순 투성이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라는 건, 80년대 상상하지 못한 방법이었을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주인공 한병태의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그가 느끼는 감정 고스란히 독자는 이입하게 된다. 부조리, 강요된 굴복, 자발적 복종, 묵시적 강요, 굴욕적 복종, 배신, 권력에 편승하는 다수, 굴절된 의식, 안주 등등 생생하게 담고 있다.

21세기 판으로 재해색되거나 영화화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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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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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참 좋은 취미다.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완결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고 한다. 개요 짜는 사람 안 짜는 사람. 일단 써봐야 안다. 그래야 자신의 스타일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만큼 공평한 작업도 없다. 모든 초심자에게 이토록 공평하게 막막한 분야가 세상에 얼마나 남았단 말인가. (81)

메모도 각자 편한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창조의 즐거움은 나이가 들수록 누릴 기회가 줄어든다. 글쓰기는 창조의 기쁨을 느끼기에 참 좋은 활동이다. 

저자도 첫 장편은 3년 걸렸고 두 번째 장편은 2년 걸렸다고 한다. 

당장 하나의 테마로 200자 원고지 600매를 쓰는 일부터 하라고 한다. 


또한 어떤 책이 훌륭한지 발견하고 추천하고 입소문을 낼 독서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 열망의 크기에 비례해서 우주가 답을 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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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초승달문고 47
윤성은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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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금순이는 개다. 주인이었던 언니가 장미빌라 앞 놀이터에 금순이를 두고 기다리라고만 하고 떠났다.

금순이는 언니를 찾고 싶다.


사건: 빨간 새 한 마리가 보름달이 되면 나타나 개를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빨간 새는 버림받은 동물을 도와주는 마녀였다.  

단 하루 동안만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여자 아이로 변신한 금순이는 사랑이를 만난다. 사랑이는 외동딸이고 부모님은 식당을 한다. 어린이날 혼자 놀게 된 사랑이는 놀이터에서 흙파는 놀이를 하는 금순이를 발견한다. 둘은 함께 공놀이, 미용실 놀이, 냄새 맡기, 고기 먹기를 하며 친해진다.


절정: 금순이 언니는 이사간 것을 알게 된다. 다시 개로 변한 금순이. 사랑이 식당으로 찾아간다. 금순이가 개라는 것을 깨달은 사랑이는 금순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금순이 언니가 올때까지만.


사랑이와 금순이는 지금 행복하답니다. 혼자 기다리는 건 쓸쓸하지만 함께 기다리는 건 꽤나 든든하거든요.




2020 <안녕, 내 사랑!>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2021 불교신문 신춘문예 <내 이름은 콩떡이었지>

국립생태원 장려상 플라스틱 거인: https://www.nie.re.kr/nie/bbs/BMSR00028/view.do?boardId=50105017&menuNo=20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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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글쓰기 - 당신의 노동을 쓰는 나의 노동에 관하여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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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논픽션을 좋아하지만 내가 직접 기록을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남의 쓴 기록을 읽는 건 좋아한다. 

르포, 인터뷰 집. 물론 르포보다 인터뷰 집이 단편적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건 몇 배로 더 힘들 것 같다.


희정 작가는 대학교 졸업 이후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을 인터뷰 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록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나이대 별로 기록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꼼꼼이 알려주고 있다. 주로 싸우는 사람을 기록하는 저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침묵하거나 속에 담긴 것과 다른 말을 꺼낸다. 그렇게 말문이 막힌 사람들을 두고 세상은 '소외된 사람' '목소리가 없는 사람'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명명한다. 그제야 기록자는 '그'를 만나러 간다. 가서 묻는다. 자신이 그에게 첫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그러다가 깨닫게 된다. 자신 또한 세상의 질문과 다를 바 없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33쪽)


저자는 솔직하게 망친 경험도 서술한다. 질문의 전제가 자신의 고정관념을 나타내서, 무지해서, 경험이 부족해서.  

당연함은 특권이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나의 보편적 경험은 달라진다. 


20대 때는 라포 형성을 위해 억지로 ㄹ웃기도 하고, '무난한 여자'인 척 한다. 나와 달라서 불편함을 느껴서 입을 열지 않은 경우도 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217일 파업, 시그네틱스 여성 노동자들의 네 번째 해고, 퀴어 세 사람의 A/S 인터뷰, 대학 청소 노동자 노조 설립 등을 다루고 있다.

 A/S 인터뷰 집이 참 좋다. 그렇게 치열하게 산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들은 해고 통고 앞에 아쉬울 것도, 절망스러울 것도 없다. "해고한다면 겁낼 줄 아냐."  "쌓여온 게 폭발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아줌마'고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그게 있어, 울분이. 그 열기가 폭발력이 있었어요." (119쪽)


노화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인데, 나이에 이런 비하가 따라붙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비하의 대상이 되는 일을 유예하려면 '돈'이 있거나 돈으로 형성한 절음(안티-에이징)이 있어야 한다. (122쪽)


"우리의 지나온 삶 자체가, 용역 히ㅗ사에 있으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본인(도로공사)들이 더 잘 알아요."

자리 한 켠, 설 곳 하나 마련하려고 치열하게 살아냈다. 그 전력으로 이들은 자신들을 단순무식으로 보는 시선, 자신들의 싸움을 막무가내로 보는 시선, 자신들의 노동을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반복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했다.

옆 사람과 함께 가는 일, 뭉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에서 획득한 교훈이다. 함께했고, 조직했고, 그러므로 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25쪽)


 

정확히 관찰되고 기록된 현실은 언제나 가장 대담한 작가의 상상력보다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흥미진진하다. (귄터 발라프)



그의 인생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와 나눈 한두 차례의 인터뷰가 아니었다. 나를 거쳐 세상에 쏟아낸 몇 마디 말도 아니다. 그가 말하고 움직이고 관계 맺어온 시간 사이에 나와의 만남도 놓여 있을 뿐이다. (105쪽)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온다. 아무래도 억울해서 목소리를 내다보면 그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순간 사람이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님을 각성한다. 본인도 옆 사람을 위해 좀 더 버텨준다. 그렇게 서로를 버티게 해준 사람들의 행렬을 뒤쫓아 나도 녹음기와 노트북을 챙겨 들고 간다. 그제야, 그러니 내가 보게 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어내고 있는(또는 겪어낸) 사람이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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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ndred Dresses (Paperback) -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원서, 1945 Newbery Odyssey Classics 16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 Harcourt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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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발음하기 어렵고 가난하다고 놀림을 당하는 완다. 치마가 한 벌 뿐이지만 완다는 집에 100벌이 옷장에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100개 그림이다. 이를 알고 미안함을 느낀 매디. 다시는 약자를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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