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찬란한 자전거 여행 - 중국에서 태국까지 5개월 동안의 버라이어티 휴먼코미디
문지용 지음 / 피그말리온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5개월 동안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을 자전거로 질주했다. 그 무모함에 경의를 표한다.


난 한번도 20대 때 국토대장정, 지리산종주, 자전거 여행,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일단 몸고생하는 걸 워낙 싫어하고, 그나마 내 최고의 고행은 10일동안 다녀온 네팔 랑탕 트래킹. 물론 다녀와서 언젠가는 꼭 히말라야 등반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절대 2주 이상은 다녀오고 싶지 않았다.

일단 저자가 남자여서 가능한 것 같다. 여자는 생각할게 참 많다. 일단 생리도 그렇고 치안과 안전에 노출된다.

특히 여성 인권이 바닥인 동남아를 자전거로 혼자 여행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 출장을 많이 다녔을 때도, 생리 일정과 오지 출장이 되도록 겹치지 않게 했었다.

그만큼 여자의 몸은 혹독하게 다루지 말라고 월경이라는 것을 하나보다. 하지만 어디 사회가 여성을 그렇게 놔두나?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고 착취한다. 제발 여성의 몸을 보호하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


저자는 엄청 개고생을 해서 그런지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온 것 같다. 그런 경험들은 정말 값진 것 같다.

중국에서 자전거와 기타 등 전재산을 도둑 맞았을 때도, 주변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도와줬다.

베트남에서 15만원을 절도 맞았을 때도 타인들의 작은 선행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심지어 베트남 하띤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건설교통부 공무원 떼안은 저자가 자전거 도난 당했다는 일화를 듣고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그에게 30만 원이나 되는 거급을 줬다!

정말 이렇게 뜻밖의 악운과 행운은 공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가 보다.

하띤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저자는 한눈에 반하지만 결국 사랑보다는 여행을 택한다. 

참 아쉽다. 아마 아직 어려서 그랬을 것이다. 만약 조금만 더 나이가 들어서 가슴 뛰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분명 그는 머물렀을 것이다.

그만큼 그런 설레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20대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선택들이 참 많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못했지만, 오히려 나이가 드니 믿게 되었다.


저자의 5개월의 여정을 읽고 있으면 젋었을 때의 내가 생각난다. 풋풋한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


책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두 번째 책. <아몬드>도 읽었는데 저자의 관심사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몬드>보다 <서른의 반격>이 더 좋았다. 저자의 밀도있는 문장이 참 부럽다.

교육 아카데미 우쿨렐레 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의 깜찍한 이탈 또는 반란 이야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사연,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나는 계약직으로 대기업 계열사의 인문학 강좌 아카데미에 들어간다. 거기서의 조직 문화는 참 갑갑하다. 

꼰대 같은 부장과 현실 타협한 40대 팀장. 새로 들어온 규옥이 주동자가 되어 억울했던 일, 혼자 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만든다.

처음 규욕과 나의 만남도 비현실적이다. 규옥은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교수를 만나러 종로의 카페에 갔다가 규옥의 목소리를 듣는다. 교수에게 큰소리로 망신을 준다. 교수의 책 알바를 했는데 그가 쓴 원고를 그대로 출판사에 넘기고 알바비를 안 줬다고. 외국 포르노 사이트나 갈무리해서 인문학이랍시고 강의하고 있다고. 그 교수에게는 순간의 망신이지만 그만한 충격 요법은 없을 것이다.

규옥이 아카데미 인턴으로 들어오고 같이 우쿨렐레 수업을 청강한다. 자연스럽게 뒤풀이 가는 사람들이 친해진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무인, 딸을 혼자 키우는 남은 아저씨. 이렇게 넷은 본인들이 혼자 할 수 없었던 작은 반격을 작당한다. 

하지만 역시 모든 모임이 그렇듯 목적을 상실하니 자연스럽게 와해된다. 마무리는 우쿨렐레 연주회로 끝나고 나는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한다.

그나마 저자는 해피엔딩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인간들을 보여준다.


우리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반란이라는게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흠집내고 망신주고 골탕 먹이거나 팩트를 말하는 것인 것 같다.

작은 균열이 오히려 사람에게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존감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소설 앞 부분에 왜 주인공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나 싶었는데, 결국 뒤에 밝혀진다. 정말 치밀하게 짜여진 소설인 것 같다.

보니까 저자도 이름이 평범해서 손원평이라는 필명을 쓰는 것 같다.

나도 글을 쓴다면 꼭 필명을 쓰리라. 


설령 지금 당장 뭔가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요.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는 걸 자꾸자꾸 보여줘야 해요. (203쪽)


자헤 씬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무례하다고 느껴질 만큼.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고통그럽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은 나도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게 두려워 억지로 그 질문을 피하고 피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린 건데. 혹은 한때 품었떤 꿈이 멀어져간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달려버린 것을....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라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예술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것, 작아도 가치 읺는 기획이요. 비주류라는 이유로 예술성 높다고 딱지 붙여 별책부록처럼 끼워 파는 것 말고, 작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는 문화와 콘텐츠. 소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하는 예술과 문화를 고민하고 제공하고 싶어요.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나도 서점, 공방, 카페에 대한 로망이 있다. 직장인의 과반수는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섣불리 혼자 못하겠다. 일단 동업자가 있어야 한다.

저자의 지인처럼 덜컥 부동산부터 계약하는 사람들도 참 대단하다.

내 주변에는 오히려 생각만 많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저자는 준비 없는 공간 창업을 말리지만 그래도 공간 창업의 이점을 피력한다.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공간과 상품을 기획한다.

직접 기획한 공간과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좋아하는 공간에 종일 머물 수 있다.

원하는 삶의 방향,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 인스타 팔로우어 5000명 이상을 만들라고 한다. 

살펴보니 내 팔로우어는 1000명도 안 된다.


참고 정보 ; 독립서점 현황조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 정보시스템 (상권 분석, 경쟁 분석, 입지 분석, 수익 분석), SKT 전국 지역별 유동량 조사 정보, 카드사 매출  DB 활용, 행정자치부 인구통계 데이터,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요 상권 단위 평균 임대 시세, 도시철도공사 광역시도 지하철역별 평균 승하차 인원 정보 등

 

미스터리 쇼퍼도 지원해보고 싶어졌다. 남의 공간을 많이 봐야 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기니까.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계세요? ㅣ 독서모임 『공간의 재발견』
- http://naver.me/xzTRJc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첫 여행 드로잉 - 마카로 그리는 메그의 하루 한 장 여행일기
메그 지음 / 경향BP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때문에 여행은 요원해보인다. 누구든 여행지에서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랄 것이다.

사진이든, 녹음이든, 그림이든. 한 때 만년필, 색연필, 수채화 등 여행지에서 드로잉이 유행이었다.

이번엔 마카다. 마카를 거의 안 쓰는데 이번 기회에 써보기로 했다. 


첫 장에서는 어떤 마카가 좋은지 설명하고 있다. 스케치 마카, 차오 마카. 차오 마카는 용량이 스케치 마카보다 적다고 한다. 취미용 학생용으로 추천한다. 스케치 마카는 한쪽 닙은 납작한 형태이고, 다른 쪽은 브러시 타입이라서 여러 가지 면을 칠할 때 좋다. 

마카 뿐만 아니라 연필, 색연필, 북펜도 유용하다. 

다만 여행 갈 때 마카를 챙겨가야한다는 번거로움은 있는 것 같다.


책은 총 4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계절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필요한 의상 위주로 자세히 설명한다. 

두 번째 파트는 플리마켓 편이다. 베를린의 화병들, 가구들, 프랑크푸르트의 소품들, 런던의 소품을 소개한다. 플리마켓은 그닥 자주 가진 않지만 소품은 유용할 것 같다.

세 번째 파트는 사람에 대한 거다. 커플, 강아지, 커플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네 번째 파트는 일상 그림이다. 먹는 거, 카페, 화분, 도구 등을 그릴 수 있다.


이렇게만 그려도 만족스럽다. 거리두기 1단계니까 슬슬 여행 준비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멀리는 못 갈 것 같지만...


나의 첫 여행 드로잉을 마카로 도전해봅시다!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아주 보통의 글쓰기 1
김미희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진지한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가끔씩 슬픈 책을 읽고 싶게 된다.

저자는 남편을 신장암으로 먼저 보내야했다. 40살에 남편이 떠났으니 딱 지금 내 나이다.

상상이 안 된다, 이 나이에 죽는다는 것을. 그것도 척추로 암이 전이돼서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것을. 

우리 아버지도 내가 27살에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그때는 죽음이 뭔지도 잘 몰랐다.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솔직히 3년 동안 실감이 안 났다. 

왜 전통적으로 삼 년 상을 치루는지 그때 알았다. 3년까지는 정말 아버지가 어디 여행간 것만 같았다. 곧 다시 돌아올 것처럼.

하지만 3년이 지나니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뇌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것 같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일까?


아들이 아니었으면 세상과 고립되었을 것 같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사별 후 우울이 오래간다. 억지로라도 세상과 소통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다행히 저자는 글과 그림으로 세상과 지금까지 소통하고 있다.

그림책도 곧 나온다고 하니, 꼭 사서 봐야겠다.


우리 엄마도 유방암 1기로 수술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지금은 10년을 전이 없이 잘 계신다. 하지만 완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여전히 불안하다.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나도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현실에 충실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 클리볼드 - 아들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고통 대신 머리 모양 같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쏟아 고통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한번에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고통은 처음에는 다른 사소한 감정으로 대체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짜 고통이 된다. 이별의 슬픔도 그렇다. 처음에 실감하지 못했던 이별이 한참 뒤에야 되어 나를 울게한다. - P53

그림책 서점 : 꽃 잠: 죽음과 삶에 대한 그림책 이야기
엄혜숙, 담담 그림책 워크숍
아메바피쉬, 가면소년 로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