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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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두 번째 책. <아몬드>도 읽었는데 저자의 관심사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몬드>보다 <서른의 반격>이 더 좋았다. 저자의 밀도있는 문장이 참 부럽다.

교육 아카데미 우쿨렐레 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의 깜찍한 이탈 또는 반란 이야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사연,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나는 계약직으로 대기업 계열사의 인문학 강좌 아카데미에 들어간다. 거기서의 조직 문화는 참 갑갑하다. 

꼰대 같은 부장과 현실 타협한 40대 팀장. 새로 들어온 규옥이 주동자가 되어 억울했던 일, 혼자 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만든다.

처음 규욕과 나의 만남도 비현실적이다. 규옥은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교수를 만나러 종로의 카페에 갔다가 규옥의 목소리를 듣는다. 교수에게 큰소리로 망신을 준다. 교수의 책 알바를 했는데 그가 쓴 원고를 그대로 출판사에 넘기고 알바비를 안 줬다고. 외국 포르노 사이트나 갈무리해서 인문학이랍시고 강의하고 있다고. 그 교수에게는 순간의 망신이지만 그만한 충격 요법은 없을 것이다.

규옥이 아카데미 인턴으로 들어오고 같이 우쿨렐레 수업을 청강한다. 자연스럽게 뒤풀이 가는 사람들이 친해진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무인, 딸을 혼자 키우는 남은 아저씨. 이렇게 넷은 본인들이 혼자 할 수 없었던 작은 반격을 작당한다. 

하지만 역시 모든 모임이 그렇듯 목적을 상실하니 자연스럽게 와해된다. 마무리는 우쿨렐레 연주회로 끝나고 나는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한다.

그나마 저자는 해피엔딩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인간들을 보여준다.


우리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반란이라는게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흠집내고 망신주고 골탕 먹이거나 팩트를 말하는 것인 것 같다.

작은 균열이 오히려 사람에게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존감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소설 앞 부분에 왜 주인공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나 싶었는데, 결국 뒤에 밝혀진다. 정말 치밀하게 짜여진 소설인 것 같다.

보니까 저자도 이름이 평범해서 손원평이라는 필명을 쓰는 것 같다.

나도 글을 쓴다면 꼭 필명을 쓰리라. 


설령 지금 당장 뭔가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요.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는 걸 자꾸자꾸 보여줘야 해요. (203쪽)


자헤 씬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무례하다고 느껴질 만큼.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고통그럽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은 나도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게 두려워 억지로 그 질문을 피하고 피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린 건데. 혹은 한때 품었떤 꿈이 멀어져간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달려버린 것을....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라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예술 말고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것, 작아도 가치 읺는 기획이요. 비주류라는 이유로 예술성 높다고 딱지 붙여 별책부록처럼 끼워 파는 것 말고, 작더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는 문화와 콘텐츠. 소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하는 예술과 문화를 고민하고 제공하고 싶어요.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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