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하여 - 지금, 깊은 상실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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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아버지가 2020년 6월 10일에 눈감고 이어 이모와 고모가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아버지를 10월이 되어서야 땅에 묻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어머니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6월에서 10월 사이 저작 느낀 심정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누군가를 잃는 슬픔은 잔인한 종류의 배움이다. 우리는 애도가 얼마나 차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얼마나 분노로 가득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타인의 위로가 얼마나 겉치레처럼 들릴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슬픔이 얼마나 말과 관련된 것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말로 표현하려 애쓰는 것 인지 알게 된다. 옆구리가 왜 이렇게 쑤시고 아픈가? 너무 울어서 그렇단다. 울 때도 근육을 쓰는지 몰랐다. 마음이 아플 줄은 알았지만 몸까지 아플 줄은 몰랐다. 입맛이 참을 수 없이 쓰다. 맛없는 식사를 하고 나서 이 닦기를 깜빡한 것처럼, 가슴에는 무겁고 끔찍한 돌이 얹힌 것 같다. 그리고 심장은 내게서 달아나고 있다. 내 몸과는 별개의 존재가 되어 나와는 맞지 않는 박자로 너무 빨리 뛰고 있다. 정신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몸도 고통스럽다. 아프기도 하고 힘이 하나도 없다. 살, 근육, 장기들이 모두 멈췄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하지가 않다. (15쪽)



일부러 상처를 쑤시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말은 간단한 "유감입니다."이다. 

유족의 슬픔과 고인의 나이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몇 살이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받았느냐다. 그래, 아버지는 여든여덟이었지만 이제 내 인생에는 천재지변 같은 구멍이 생겼다. 내 일부가 영우너히 뜯겨 나간 것이다. (37쪽)



이 무거운 짐을 필사적으로 떨쳐 내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애지중지하고 싶은, 꼭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한다. 자신의 고통에 소유욕을 느끼는 게 가능한가? 슬픔이 나를 알고, 나도 슬픔을 알길 바란다. 나와 아버지의 관계가 너무 소중해서 내 고통을, 내가 그것의 윤곽을 파악할 때까지, 남들 앞에 드러낼 수가 없다. (42쪽)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중 하나가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기 대문일 것이다. '아버지랑 같이 앉아서 옛날 이야기 하기'는 처음부터 줄곳 내 것이었던 멋진 보물을 되찾는 것과 같았다. 아버지는 우리집 가계도를,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곁들여 가며 설명해 줬다. 



아버지가 물욕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은 아버지가 나이지리아에 사는 나이지리아인이 아니었다면 별로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지리아 국민은 철저하게 탐욕스러운 기질을 가지고 있고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욕심에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도만 다를 뿐 모두 타락했지만 아버지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64쪽)


당신이 장인어른이랑 있을 때만 내는 웃음소리가 있어. 남편이 내게 말한다.
장인어른이 웃긴 얘기를 하시지 않았을 때도 당신은 이렇게 웃어. 나는 남편이 흉내 내는 높은 톤으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듣고 수긍한다. 아버지가 하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버지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다시는 내지 않을 웃음소리. "다시는" 은 이제 영원히 머물 것이다. "다시는"은 부당할 정도로 가혹하다. 남은 평생 동안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해 두 손을 뻗은 채로 살아갈 것이다.(65쪽)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엄숙함을 원한다. 한 친구가 내 장편 소설의 한 구절을 보낸다. "애도는 사랑에 대한 찬미다. 진정한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자는 진짜 사랑을 경험한 운 좋은 사람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럽다니.(78쪽)



나이지리아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다. 

비아프라 전쟁 : 1967~1970년에 이보족이 나이지라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가 결국 연방군에 의해 진압된 사건. 저자는 이보족으로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 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승인'이라는 영어 단어가 남용된다. 승인은 이보족 문화가 아직도 얼마나 뿌리 깊이 공산주의적인지를 증명한다. 승인이란 동년배 모임, 마을 조합, 촌락, 씨족, 우문나에 상당액을 지불해야 함을 뜻한다.(76쪽)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친척들에게 납치당해 아로족 농녜 상인에게 넘겨졌으나 다리에 큰 상처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비슷한 것을 경험한 적은 딱 한 번, 2015년에 아버지의 운전기사와 공모한 일당이 아버지를 납치했을 때였다. 운전사는 그 유명한 딸한테 몸값 좀 내 달라고 하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를 자동차 트렁크에 집어넣고 숲속에 사흘 동안 버려뒀던 자들 중 붙잡힌 것은 운전기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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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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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동현 판사에 대해 알게 된 건 유퀴즈에서 인터뷰를 보고 나서다. 당연히 김동현 판사는 꿈이 판사인줄 알았다. 카이스트 출신에 10년 정도 방화하다 로스쿨에 들어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에세이 중에서 김동현 판사가 방황하는 부분, 로스쿨에서의 에피소드가 가장 감동적이고 흥미로웠다. 

과학고에 진학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했다. 하지만 과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군대 가서 PSAT 시험을 봤다. 행정가가 되기 위해서. 하지만 몇 번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로스쿨에 도전했다. 재수 없게도 의료 사고로 실명을 하고 로스쿨에 돌아왔다. 

동기들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법원 재판연구원으로 2년 취직하고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에 3년 근무하고 판사 임용 시험을 봤다. 


서울장애인인권센터에서 느낀 점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법이 있지만 인력과 공간이 없어서 안 이루어지는 것이 너무 많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 훈련도 필요하다.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라 장애인의 자립은 요원하다. 


인권위 진정도 당해 보았고 무한정보공개청구도 받아 보았다고 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면접 떨어진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다. 시각장애인 인권 모임 '계란과 바위'에서 주관하는 시각장애 학생 교과서 보급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고 울음을 터뜨린 이야기도 가슴 아팠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지만 약자에 대한 교육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은 시각장애 학생이 재학하는 학교에서 수요가 있는 교과서를 모두 제작해 공급하기로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의 한계, 

김재왕 변호사, 최영 변호사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했을 때 오히려 공부가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나도 요즘 간절한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간절하면 길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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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손이 두부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7
모세영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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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두부다. 특히 순두부를 좋아한다. 채식을 하면서부터 두부는 필수템이다. 고기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회사들이 두부를 넣는다. 


일본의 딱딱한 두부와 우리나라의 몽글몽글한 두부를 비교할 수 없다. 콩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두부 요리는 세계적이다. 

모세영 작가는 우리 민족 정신을 상징을 두부로 잡았다. 


줄거리

주인공 막손이는 뛰어난 도공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끌려왔다. 아버지는 배에서 죽었고 막손이만 끌려우게 되었다. 도공촌에는 아이들이 있을 수 없기에 막손이는 노예로 하급무사 집에 팔려간다. 

우연히 막손이는 옆집에 사는 호인 아재를 만나 두부를 만들게 된다. 아버지를 닮아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난 막손이는 호인 아재를 뛰어넘는 두부를 만들게 되고, 이를 판 이에무라 부인의 두부가 인기를 끌자 이를 시샘한 겐조가 막손이를 납치한다.

막손이의 친구인 아키라와 료코가 납치된 장소를 알아내고 막손이를 구해낸다. 

겐조가 중간에서 이권을 가로챈 사실을 안 막부는 겐조를 처단한다.

호인 아재는 두부 장인으로 인정을 받아 정식으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조교로 막손이도 함께 일하게 된다. 

일본을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꿈이었던 아재는 결국 두부좌를 막손이에게 잇는 것으로 목표를 바꾼다. 



작가는 TV에서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임진왜란 직후 일본에 전해진 조선의 먹거리에 관한 내용을 보고 동화를 쓰게 되었다. 임진왜란은 세계사적으로도 동아시아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지대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일본보다 앞선 문명과 문화를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의 문화는 임진왜란 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을 변화하게 하고 근대화시킨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손가락이 말을 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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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과 나는 노래와 그림책
나태주 지음, 문도연 그림 / 이야기꽃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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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글과 문도연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을 보며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시냇가에서 잡은 물고기를 죽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 여자 아이는 다시 강에 가서 물고기를 풀어준다. 

그리고 소녀와 물고기는 비로소 진정한 친구가 된다.


잔잔하면서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담은 한 폭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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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한 생쥐 첫 읽기책 9
정범종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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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이야기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 

정범종 작가는 여전히 동심이 살아있다. 

애슝 작가의 그림이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생쥐 새앙이, 두더지 두룽이, 다람쥐 다람이는 친구다. 함께 너구리를 몰아낸다. 

새앙이에게 동생이 생긴다. 동생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려준다. 

길고양이 먹이통에 똥을 떨어뜨렸는데 길고양이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백 톨 나눠갖고 너구리도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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