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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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성급한 이들은 근 한달 전부터 가을 냄새가 나네 어쩌네 호들갑들 떨었고, 이젠 한가위도 지냈는데, 그 모든 것이 무색하게, 아무 냄새도 없이 그냥 덥다. 원래 더울 거라고 생각했던 여름보다, 지금 가을인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더위가 괜히 미욱스럽고 꼴보기 싫고 견뎌내야 할 무엇이 아닌 것만 같아 더 억울하다.

이런 억울함에도 분개하는데, 계절이 그냥 조금 답지 않아서, 그것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자연 앞에서도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 약하디 약해빠진 인간인데,

인종 차별 때문에 겪는 모든 불이익, 그 중에서도 나치가 유대인에게 한 인류 최악의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보거나 들을 때, 나는 차마, 그 억울함의 수위가 - 아니, 단순히 억울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건 그저 내 언어 표현의 한계다 - 어느 만큼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장을 열 때는 이 아름답고 강인한 영혼을 가진 한 사내가, 나에게 어떤 슬픔을 줄 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슬프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가 이미 죽어서 슬프다. 그것도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 나는 슬프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시점에서, 왜인지 그가 자살을 선택한 것이 당연해 보였다면, 말도 안되는 합리화일까.

이기적이고 무관심한 대다수에 속한 평범한 인간들이, 미안하다 불쌍하다 따위의 1차적인 감정 같은 걸 주섬주섬 싸들고 끼어들지도 못하게, 두텁고도 부드러운 장막을 치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안개 속 부슬비처럼 들려주는 그의 증언, 그리고 예의 이기적이고 무관심한 대다수에 속했지만 그래도 선량하다 자부하는 인간들이, 아름답다 재미있다 따위의 편안한 감정을 마음껏 풀어헤치며 문장과 문장을 곱씹게 하면서 뛰어난 화학자로써 원소들을 메타포로 삼아 그린 사랑과 우정, 일이 모두 담긴 서사시.

이 두 가지를 대비해서 읽느라, 그리고 철저한 인문계 교육을 받은 고등학교 시절 덕분에 지금은 아예 완전히 잊어버린 화학 원소들과 그 성질들을 어렵사리 떠올리며 읽느라, 첫 줄부터 사랑하게 된 이 책을 덮을 때까지의 진도는 느렸다.

그러나 ,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떡 하니 내리쬐는 이 더위처럼, 이 책이 내 가슴 가장 밑의 어떤 것을 달궈놓은 뜨거움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고 근 한달 계속 표지만 봐도 눈물이 핑 돌게 한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유치한 감상을 치워버리려고 책을 잘 안 보이는 책장 구석에 밀어 넣은 것이 어저께. 지금은 이 글을 쓰면서, 가을이 언젠가는 오듯이, 내 가슴 가장 밑 뜨거움도 다시 서늘해졌다가, 언젠가 여름이 오면 떠올릴 정도로 무감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기록해두련다.

영화 <밀양>에서 전도연은, 자신이 용서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감히 하나님이 맘대로 그놈을 용서하냐고 울부짖는다. 나는 그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 된다. 사람들은 용서를 너무 쉽게 말한다.

프리모 레비의 글을 읽고, 용서를 쉽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미워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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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9-1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볼게요, 치니님. 치니님의 리뷰를 읽고 나니 읽지 않을 수가 없겠어요!

치니 2008-09-16 08:36   좋아요 0 | URL
예, 읽어보시길.
다락방님은 제가 미처 전하지 못한 그의 명문을 어딘가에 옮겨 적어주실 거 같아요. ^-^

니나 2008-09-1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식 선생님의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보고나서 결국 '이것이 인간인가'랑 '주기율표'까지 다 보고 말았죠. 울 옴마는 읽은 책 중에서 전태일이랑 쁘리모 레비가 젤 가슴이 아프데요.

치니 2008-09-16 08:38   좋아요 0 | URL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을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아무래도 한참 있다 읽게 될 것 같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 이토록 작아서.

turnleft 2008-09-16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치니 2008-09-16 08:38   좋아요 0 | URL
아, TurnLeft님 오랜만이에요.
그곳은 날씨가 어때요? 사진 속에서는 늘 하늘이 아주 높고 바람이 선선해보이던데...

네꼬 2008-09-1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렇게 더운데 이토록 뜨거운 책을 읽으시느라 애쓰셨어요. T.T 저도 이 책 읽으려고 맘만 먹고 있는데 엄두가 안 나요. 추울 때 읽을까요? (이게 무슨 소리니?)

치니 2008-09-16 14:20   좋아요 0 | URL
나도-> 날도? ^-^ 귀여운 오타일 것이라 짐작.
추울 때 읽으면 ... 음음, 왠지 마음이 더 스산해질 지도 몰라요.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

rainer 2008-09-1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거르다 넘쳐 책을 푹 적셨습니다.
요즘은 어쩐지 책을 대충 읽기만 해서 꾹꾹 눌러읽기 연습중.
다음으로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
뜬금없이 이름이 왜 치니, 인지 생각중.
왜 툭 치니? 푹 젖은 책을 보면서 이런생각을 했죠. 쉽지 않은 한주가 될듯 ^_^;

치니 2008-09-16 14:30   좋아요 0 | URL
꾹꾹 눌러읽기, 맞아요 저도 그게 필요해요.

하하, 왜 툭 치니? 이거 재미있어요.
음, 중3때부터 이 이름을 사용했으니, 인터넷 시대와 무관하게 오래 사용했어요. 그당시 유치한 마음에 친할 친자를 쉽게 부르려고, 그러니까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표현하려고 이렇게 지었죠, 아 창피해요, 쓰다보니. ㅋㅋ

nada 2008-09-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그게 그랬었었구만요.2
의외로 단순한 이유지만, 또 기발하기도 해요.^^

치니님도 이 책이 맘에 드셨다니 기뻐요.
처음엔 저도 슬펐지만, 나중엔 곱씹을수록 빛나는 프리모 레비의 문장들에 더 마음이 가더라구요.
낯선 원소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재미있었거든요.
나는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게 많구나..그런 생각도 들구.

치니 2008-09-19 14:05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 계정에 쌓인 수많은 thanks to 중의 하나가 이 책에 대한 꽃양배추님의 페이퍼에 제가 누른 그것입니다. :)
꽃양배추님이 아니었으면 전혀 모르고 지나쳤을 책이라, 읽으면서 자꾸 그게 떠올라 남몰래 감사했어요.
저도 저의 무지를 한탄하면서 읽었어요,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것쯤은 전혀 몰라도 무방하다는 느낌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어서, 부담이 안되더라구요.

 
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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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제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건덕지가 별로 없다.

술을 먹으면서 생기는 숱한 에피소드들이 이제 남 이야기 같아진 것이다.

먹어도 많이 먹지도 않고, 먹는 사람들도 한정적이며, 무엇보다 예전만큼 자주 먹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만화를 읽으면서 나는, 술 보다는 술과 함께 먹고 있는 안주에 더 군침을 흘렸고, 술 먹고 헤롱헤롱 일도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주인공에 공감하기보다는 으이그 쯧쯧 민폐만 끼치고 사는구먼 싶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내일이야 어떻게 되든 술이나 퍼먹고 널부러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특별히 최근에 긴장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화가 나는 일도 없고 단지 조금 피곤하다 느껴질 뿐인 목요일에, 왜.

아마 가을이라 그런가보다.

가을에는 여름에 널부러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러니까 더위에 축 늘어지는 것과는 다른, 허무와 우수를 깔고 늘어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작동한 거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오래한 패턴 때문에, 내일이 쉬는 날이 아니면 힘차게 먹어주지 못하고 중도에 자제해야 했던 것이 왠지 갑자기 억울한 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술 먹고싶다' 한마디만 하면 될 걸 가지고 수많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핑곗거리를 대고 매일 술을 마신다.

이 풍진 세상, 술 없어서는 안되지 싶은 생각이 마구 드는 날이다. 

그러고보니, 책 제목은 음주가무연구소인데, 가무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구나. 나이트고 고고장이고 클럽이고 , 우선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딱 질색이라 그런데서 춤 추는 것도 싫어하고, 노래방도 맘 맞는 친구들하고가 아니면 별로인 내게는 있어도 안보이는 투명 단어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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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5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5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i 2008-09-0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노미야 토모코 책은 그린그린, 천재패밀리, 노다메까지 안본거 없이 싹 다 봤는데, 딱 하나 제가 안 본 걸 보셨군요. 이거 왠지 어떤 내용인지 알것같은 기분 들어요. ^^ 처음 천재패밀리 봤을 때는 엄청 웃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그렇게는 안 웃기더라구요. 만화는 두번 볼게 못되는 것같아요. 괜히 늙었단 실감이나 들구요. -_- 그렇긴 해도 이 책은 있는걸 알았으니 곰방 찾아보게 생겼군요. ㅎㅎ

근데요, 다음날이 늘 쉬는 날이어도 힘차게 먹어주지 못하는 건 매일반이에요. 힘차게 먹어주고 너무 널부러지면, 진짜 폐인같아서 오히려 견실해지더라구요. 헤헤. 술잔따라 흘러드는 가을이란 것도 은근 낭만(?)적이네요. 말나온김에 맥주나 한캔 마셔야겠어요. 전. ^^

치니 2008-09-05 08:51   좋아요 0 | URL
아, 마하연님, 제가 보내드릴게요, 이 책. ^-^ 만화방엔 잘 없는 것 같더라구요. 노다메가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던 걸 보면, 저 역시 이 작가 만화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힘차게 먹고, 폐인 같아지고, 다시 견실해지는, 그 반복,
그걸 안 한지가 꽤 되었다 싶어서 이런 리뷰가 나온 거 같아요.
요새 너무 견실한 치니라고나 할까, 헤헤.

chaire 2008-09-0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모처럼 술을 좀 마셨답니다. 백수가 되고 나선 술 먹을 일이 별로 없어서 취하도록 먹지 않았는데 어젠 조금 취했고, 일부러 취했고, 그래서 더 많이 헛소리를 씨부렁댔다죠. 그래도 아무튼, 백수 생활 하시면 더 견실해지실 텐데, 그러기 전에 한번은 폐인 모드를 펼쳐보심이 어떨까요. ㅎㅎ

치니 2008-09-05 14: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백수 되면 술 먹기 더 힘들 듯. 시간이야 많지만 돈이 없을테고, 술 사준단 사람을 찾아 삼만리 하기도 그렇고. ㅎㅎ

일부러 취하는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그러죠. 헛소리 씨부렁 ㅋㅋ chaire님처럼 단정하게 글을 쓰시는 분은,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 궁금해요.


에디 2008-09-0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절대적으로 약한 두 가지라서 왠지 전혀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든달까요;;; 음주 가무 모두 투명 단어 ㅠㅠ

치니 2008-09-05 14:39   좋아요 0 | URL
앗, 주이님 술을 잘 못드시는구나...
네 만일 술 못드시는 분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책이에요. 후후.

다락방 2008-09-0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치니님의 이 글을 보니 이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사명감마저 들어요. 꼭 읽겠어요,꼭!! 불끈!

치니 2008-09-05 14:45   좋아요 0 | URL
위 주이님과는 달리, 다락방님은 술 잘 드시는군요.
ㅋㅋ
이렇게 해서 알라디너들의 음주량이나 취향을 대략 가늠해볼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뜻밖의 소득입니다.

에디 2008-09-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위 주이님과는 달리,

치니 2008-09-05 16:39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주이님 죄송해요, 상처 드릴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꼭 알아주시길.

다락방 2008-09-05 17: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저도 잘 마시진 못해요. 그저 '조금' 좋아하는것 뿐예요. 아, 재밌어.

에디 2008-09-05 18:3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17980

클릭해보셔요.

치니 2008-09-07 00:0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조금' , 으흠, 저랑 비슷하시군요. 헤헤.

주이님, 그런데 저 책은 재미있을까요?
달콤한 나의 도시가 저는 그렇게 재미가 없더라구요.
반 읽다가 말았어요.

에디 2008-09-07 11:53   좋아요 0 | URL
.....글쎄요 사실 저도 안본책이라서요....-.-
(제목이 재밌어서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농담으로 써먹으려고 기억을...)

네, 저도 정이현씨 소설은 왠지 안맞는거 같아요. 사실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다락방 2008-09-07 20:54   좋아요 0 | URL
앗. 이책이 왜? 난 읽은 책인데?
하고 다시 돌아와보니 주이님은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농담으로 써먹으려고'링크를 걸어두신 거군요! 풋-

네꼬 2008-09-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요. 아침에 출근한 회사원이 유니폼 갈아입으면서 캔 맥주 딱 따는 장면! 으아아아 나의 로망이야!! ♥.♥

치니 2008-09-13 16:35   좋아요 0 | URL
훗, 네꼬님이 그 얌전하게 생긴 얼굴로 아침 출근 길에 캔 맥주 딱 따서 마시면 정말 대박이겠는데요, 정말 미칠 거 같은 날에 딱 한번만 해봐요, 그리고 저에게 반응을 알려주세요. 우울한 날 생각하게요. ^-^
 
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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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지금 15세, 그러니까 만으로는 14세.

정확히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나이다. 나이 때문에도 당연히 끌리지만, 인턴쉽이라는, 그러니까 우리 경험이나 환경에서는 열네살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와 결합되어 있어 더욱 끌린다.

아이가 제도권 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위한 중등교육에 대한 우려나 준비를 하는 학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고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이 어떤 것에 가장 민감한지, 부모는 그런 아이와 어떻게 같이 성장해야 할 것인지에 주로 촛점을 맞추어 가고 있었던 내게, 대학이라는 '선택'을 포함한 아이의 장래에 대해 조망하게 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책으로 보였다.

애당초, 내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선물할 작정으로 구매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열 네살의 청소년이 꿈을 찾아 여러가지 시련을 딛고 결국에는 성공하는 이야기 이다만,

그 안에는 흥미진진한 사건 사고와 열 네살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불안 심리, 추구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방법, 같은 소소한 재미들이 짭짤하게 포진되어 있어서 꽤 재미나게 읽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사하는 무신경한 부르쥬아적 성공 지상주의나, 소통은 서투르면서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 행태를 보면, 프랑스나 한국이나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소통 때문에 힘든 것은 매한가지구나 싶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 속의 상황 설정 때문에 그려지는 프랑스의 학교와 청소년의 일상은 너무나도 다르다는게, 일견 짐작했으면서도 놀랍다.

아이의 생활을 그려내면서, 학교에 안가고 미장원으로 인턴쉽 하러 가거나 월요일 등교에 대해 언급할 때, 역자는 밑에 주를 달아놨더라, 이런 식으로.

주) 프랑스의 초중고에서는 주말을 지내고 난 월요일에는 10시에 등교 한다.

짐작컨대, 주말에 늘어져버린 생활 리듬을 천천히 주중 모드로 복귀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듯 한데, 우리의 현실을 보라. 비단 학교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장에서 월요일은 주간 회의가 잡혀져 있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출근길 체증도 다른 날보다 더 심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서야 한다. ㅠㅠ

또 다른 예를 들면,

주) 프랑스의 초중고에서는 주중에 수요일은 거의 휴교한다. 이 때 학생들은 자유롭게 쉴 수도 있고 인턴쉽 등을 집중적으로 하는 날로 쓰기도 한다.

짐작컨대, 초등에서는 주중 매일 등교하면 어린이들이 피로하므로 쉬게 한 것 같고, 중고에서는 수요일은 학교 과목과는 별개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주 5일제가 완벽히 되지 않아서 아직도 한 달에 두번만 토요일 휴교인 학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회사도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 5위 내에 꼽혀 온 지는 한참이다. 얼마전에는 1위에 근접한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다. 교육열도 가장 높고, 아이들도 공부를 제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열네살들은 이제 공부만 해대면 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촛불 들고 광장에도 가야 해서 몸과 마음이 더 피곤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저렇게 놀아대는 프랑스 애들보다 더 잘 살지 못할까.

비교는 더이상 해봐야 서글프기만 하다. 대안, 제발 대안 좀 나왔으면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말 애를 외국에 보내거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 외에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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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8-09-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사춘기에 이를 주하를 생각하며 뭔가 준비하는 기분으로
성장소설들을 읽어대는데요.
곰곰 생각해 보니 딸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제가 좋아서더라고요.^-^

치니 2008-09-27 23:23   좋아요 0 | URL
후훗, 그러게요. 성장소설도 그렇지만, 좋은 책들은 아이 눈높이에만 맞는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잘 맞는게 인지상정인 거 같아요.
제가 재미없어 하는 건 아이도 재미없어하고요.
주하가 벌써 사춘기...그러고보니 요즘 주하 소식은 뜸해요.
어떻게 지내는지 좀 써주세요.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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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쌓아온 관계, 라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은 적이 여러번 있다.

관계가 형성되고 소위 정이라는 것이 쌓이면, 처음 관계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직한 상대의 각별한 매력은 종종 잊혀지고, 상대적으로 내 매력을 상대에게 발산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게 되며, 가식이 덜해지는 대신 냉정한 분석이 더해지면서 '충고'라는 말로 상대의 인생살이에 자잘하게 끼어들어 간섭하기를 서슴치 않는 것도 당연해지는 - 순차적인 관계의 주기가 마뜩치 않았다고 할까.

그러나 , 그 오랜 기간 쌓아온 관계의 '오랜'을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이 위와 같은 무의식적인 게으른 관계 유지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은 것임도 잘 알고 있다. 즉 미워도 고와도 내 친구는 역시, 내 남자/여자는 역시, 라는 마음을 가질만한, 적어도 그런 눈을 맑게 지니고 있어야만, 오랜 관계는 깨지지 않더라는 거다.

소설 속의 두 남자의 우정도 처음에는 그런 것만 같았다. 한 여자를 둘 다 사랑했고, 둘 다 그녀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것을 알아도 괘념치 않는 쿨 가이들이었으며, 각자 기자와 음악가라는 소위 잘 나가는 인사들이라 영역도 다르고 성공도도 비슷해 질투할 꺼리도 없는, 그저 가끔 더 자주 만나지 못하고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였으니까.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한낱 - 그래, 나는 굳이 '한낱'이라고 적었다 - 도덕성 때문에 깨진다. 깨질 뿐 아니라 파국으로 치닫는다.

기자 친구는 자신의 사리사욕 때문에 정치인이자 자기도 사랑했던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인생을 평생 망칠 계획에 사로잡혀 있고, 음악가 친구는 위대한 작곡 혼을 불사르느라 산에서 홀로 위험에 빠진 여성을 못 본 채 했다.

정말, 도덕성이 그만큼이나 중요해서 이들 둘의 그 오랜 탄탄한 우정이 깨져버린걸까?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동을 하는데, 내가 말릴 때 듣지 않는다고해서 나는 '이제 그사람은 내사람이 아니야, 그사람은 응징을 받아야 해',라고 생각할 권리가 있을까?

상대에 대해 응징이라는 생각까지 할 때, 과연 나 자신은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지 우리는 스스로를 보다 자주 검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작가는 소설을 읽고 독자들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해주길 노골적으로 바라는 스타일인 듯. (아직 이 작품 한 권만을 읽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 그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생각해보길 원한 것이 이 소설에선 꼭 짚어 어떤 것이었을까 알 수는 없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읽을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빨리 읽고 오래 여운을 남기는 소설로서 메시지를 강렬하게 주고 싶었던 것 만큼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메시지는 기대한 만큼 강렬하지 않았고, 나는 이전에도 했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 또 다시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생각들을 막연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암스테르담은 내게 여운을 주기보다는 잊고 있던 생각거리를 던지는 데 의의를 주었을 뿐, 감동이 2% 부족한 소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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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09-0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옹, 뱅기~ 어데 다녀오신거야요? ㅎㅎ

치니 2008-09-02 13:44   좋아요 0 | URL
헤헤, 자랑할 기회를 주신 니나님, 감사 (꾸벅)
휴가로 빠리에 다녀왔어요.
지금도 아삼삼 그 짧은 추억에 정줄놓.

니나 2008-09-02 22:34   좋아요 0 | URL
캬오, 아삼삼~ 부러워라^-^

chaire 2008-09-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큐언이 좀 그렇더라구요. 굉장한 메시지라기보다는, 잊혀졌던 혹은 무관심했던 것을 끄집어내서 약간의 불쾌감을 준달까요. 근데 그 불쾌감을 곱씹어보게 만든달까요. 친구라는 관계들의 허구성도 허구성이지만, 암스테르담이라는 장소로 상징되는 허구성 같은 것에서 약간 생각이 복잡해지더라구요. 휘몰아치는 감동을 주는 작가는 아닌 거 같은데, 디테일한 문장력과 인간을 탐색하는 기법 같은 데선 귀재를 갖고 있다 싶더군요.

어쨌거나 비행기에서 읽으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비행기도 그러니, 우주 시대가 오면 독서는 꽤 어려운 노동이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불현듯 하고 앉았습니다. ㅎㅎ.

여행은 즐거우셨겠지요? 이제 남은 건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려나요...? 파이팅입니다!

치니 2008-09-02 13:4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chaire님이 작가의 어떤 부분 때문에 매큐언을 놓았다 다시 들었는지, 어떤 부분 때문에 놓았었는지, 왠지 짐작이 갔어요(아주 살짝이지만)
디테일한 문장력/인간 탐색 기법에 대한 귀재를 가진 점, 저도 인정이 되는데, 때로는 약간 지나치다 싶은 - 뭐랄까 그냥 단순하고 깔끔하게 묘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 장면도 있었긴 했구요.
전체적으로는 동의해요. 비행기가 문제였던 것이 꽤 설득력 있는게, 너무 건조하고 어두운데서 불 하나 키고 읽으니까 눈이 뻑뻑하고 금세 피곤하여 디테일에 더 집중이 안되는거 같았거든요. 느긋하게 읽었다면 이거 정말 제대로다 하는 표현이나 탐색의 노력들이 속속 눈에 더 많이 띄었을텐데요.

여행은 무척 좋았어요. 가히, 제 인생 쵝오라고 할 만큼. ^-^
회사는 이번달까지, 헥헥, 이거 시간이 왜 이리 느린지...^-^;;

nada 2008-09-0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 오셨어!
인생 쵝오의 여행은 도대체 어떤 건가요?
심히 질투를 느끼며 손톱으로 벽을 긁어내리는 꽃양배추입니다. -_-
'비행기'라는 3음절 단어가 너무 황홀하게 보여요.

저는 '체실 비치에서' 한 권을 읽었는데요.
도대체 말이 너무 많다는 느낌?ㅋㅋ
그리고 카이레님이 말씀하신 그 묘한 불쾌감.
작가라는 작자들이 하는 일이란 게 원래 세상 모든 불쾌감을 까발리는 거겠지만
뭐랄까. 나는 이렇게까지 인간을 알고 싶지는 않구나. 그런 생각도 좀 들었어요.
하지만 역시 천생 작가는 작가구나, 참 잘도 써제낀다.. 인정할 건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여행 이야기, 그냥 넘어가실 건 아니지요? 히~

치니 2008-09-03 08:54   좋아요 0 | URL
헤헤, 꽃양배추님이 질투해주시니까 왠지 수줍으면서도 으쓱하네요.

"작가라는 작자들이 하는 일이란 게 원래 세상 모든 불쾌감을 까발리는 거겠지만
뭐랄까. 나는 이렇게까지 인간을 알고 싶지는 않구나. 그런 생각도 좀 들었어요.
하지만 역시 천생 작가는 작가구나, 참 잘도 써제낀다.. "
-> 이게 바로 딱 제 느낌이랑 99% 같은데, 전 왜 리뷰를 이렇게 밖에 못 쓰고 말았을까요, 흙. 역시 꽃양배추님의 예리한 감상은 항상 저를 울립니당.

여행이야기는 헹 - 올리자니 쑥스러워서 원.

푸하 2008-09-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얏~ 잘 돌아오셨어요.

치니 2008-09-04 08:36   좋아요 0 | URL
푸하님도 잘 지내셨죠?^_^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우석훈의 전작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는 내 독서 전력에서 미세하나마 충격을 준 걸작이었다. 촘촘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흥분이나 감상 대신 조목조목 따져 주며 현 시점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잘 모르는 분야지만, 경제학자 하면 주판알만 굴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문화적 센스가 있는 사람이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사람, 경제학자에서 생태학자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나보다. 아니 경제학자인데 생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거겠지.

하지만 내게는 전작에서 겪었던 존경스러울만큼의 딱 부러지는 논리가 이번 책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 같다. 저자도 말하듯, 생태라는 게 참 애매하고 불확실한 거라 그런지, 정부가 해 온 일들에 대한 비판도,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청사진도, 우리 국민들이 겪어나갈 좌절스러운 미래에 대한 예측도,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두 일어나서 그 미래를 책임지라는 힘겨운 주문도, 모두 어쩐지 살짝 뭉개놓은 판화처럼 명징하지가 않다.

애초 명징함을 기대한다는게 어불성설이기는 한데, 그리고 이런 담론들은 이 책을 시작으로 더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중반 이상부터는 진도가 안나가고 고개가 갸웃해지는지라, 별 셋 밖에 안된다.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그걸 블로그에 올리고, 그 블로그에 올린 글 모음을 책으로 내는 것이 별반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책은, 정말 잘 쓰는 사람이 써야 그 가치를 발하고, 한 세대에 잠시 소비되는 상업성에서 홀연히 빠져나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유와 정신적 깨우침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석훈에게 그걸 바란다는 건,무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서 한번 더 확인하는 셈이다.

오늘 모처럼 강남에 갈 일이 있어, 네모나게 구획해 놓은 길들과 그 안에 빼곡하게 가득찬 아파트, 돌아오는 길에 강변북로를 달리며 바라보게 되는 빌딩들의 아슬아슬함과 우중충함을 실컷 보았다. 저자가 지적한 것과 똑같다.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이걸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신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하루 아침에 싹 낮아졌으면 하는, 무의미한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생협에 가고, 다른 선진국들의 정책을 공부하고, 예술가들이 성명서를 내고, 조직적으로 단체의 힘을 늘려간들, 이렇게까지 몰락한 21세기의 한국의 자화상을 새로 그릴 수 있을까. 아무래도 포기 하는 마음만 커진다.

이런 책을 돈 주고 사 읽는 나 역시 수도권에서 더이상 생활해야 할 큰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북에서 가장 비싼 구역이라는 홍대에, 다세대주택이라고 이름 붙여진 5층짜리 빌딩에 월세를 산다. 그래도 이 숨막히는 구조에서 벗어나 귀농하거나 변두리로 갈 생각을 하면 괜히 두렵다. 그럴 수 있는 지원을 못해주는 사회라고? 이런 상황에, 지원을 기다리다가 되는 일은 없다. 한 사람 두 사람 실천해나가야만, 그 목소리들이 커져 저절로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올 거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름다움이 기조가 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우석훈의 절실한 희망은, 덧없어 보이면서 우울과 몽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도 젖 먹는 힘까지 짜내 희망을 짜내는 날실을 찾아보는 일을 게을리 할 수는 없겠지, 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일은 참 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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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17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