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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ㅣ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평점 :
내 아이는 지금 15세, 그러니까 만으로는 14세.
정확히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나이다. 나이 때문에도 당연히 끌리지만, 인턴쉽이라는, 그러니까 우리 경험이나 환경에서는 열네살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와 결합되어 있어 더욱 끌린다.
아이가 제도권 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대학 입시를 위한 중등교육에 대한 우려나 준비를 하는 학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고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이 어떤 것에 가장 민감한지, 부모는 그런 아이와 어떻게 같이 성장해야 할 것인지에 주로 촛점을 맞추어 가고 있었던 내게, 대학이라는 '선택'을 포함한 아이의 장래에 대해 조망하게 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책으로 보였다.
애당초, 내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선물할 작정으로 구매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고.
이 소설의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열 네살의 청소년이 꿈을 찾아 여러가지 시련을 딛고 결국에는 성공하는 이야기 이다만,
그 안에는 흥미진진한 사건 사고와 열 네살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불안 심리, 추구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방법, 같은 소소한 재미들이 짭짤하게 포진되어 있어서 꽤 재미나게 읽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사하는 무신경한 부르쥬아적 성공 지상주의나, 소통은 서투르면서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 행태를 보면, 프랑스나 한국이나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소통 때문에 힘든 것은 매한가지구나 싶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 속의 상황 설정 때문에 그려지는 프랑스의 학교와 청소년의 일상은 너무나도 다르다는게, 일견 짐작했으면서도 놀랍다.
아이의 생활을 그려내면서, 학교에 안가고 미장원으로 인턴쉽 하러 가거나 월요일 등교에 대해 언급할 때, 역자는 밑에 주를 달아놨더라, 이런 식으로.
주) 프랑스의 초중고에서는 주말을 지내고 난 월요일에는 10시에 등교 한다.
짐작컨대, 주말에 늘어져버린 생활 리듬을 천천히 주중 모드로 복귀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듯 한데, 우리의 현실을 보라. 비단 학교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장에서 월요일은 주간 회의가 잡혀져 있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출근길 체증도 다른 날보다 더 심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서야 한다. ㅠㅠ
또 다른 예를 들면,
주) 프랑스의 초중고에서는 주중에 수요일은 거의 휴교한다. 이 때 학생들은 자유롭게 쉴 수도 있고 인턴쉽 등을 집중적으로 하는 날로 쓰기도 한다.
짐작컨대, 초등에서는 주중 매일 등교하면 어린이들이 피로하므로 쉬게 한 것 같고, 중고에서는 수요일은 학교 과목과는 별개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주 5일제가 완벽히 되지 않아서 아직도 한 달에 두번만 토요일 휴교인 학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회사도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 5위 내에 꼽혀 온 지는 한참이다. 얼마전에는 1위에 근접한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다. 교육열도 가장 높고, 아이들도 공부를 제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열네살들은 이제 공부만 해대면 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촛불 들고 광장에도 가야 해서 몸과 마음이 더 피곤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저렇게 놀아대는 프랑스 애들보다 더 잘 살지 못할까.
비교는 더이상 해봐야 서글프기만 하다. 대안, 제발 대안 좀 나왔으면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말 애를 외국에 보내거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 외에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