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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Moth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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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인 것 같다, 처음 <마더>에 대한 기사를 읽은 시점은. '봉준호'라는 세글자만 보고 무턱대고 기다렸다. 갈증이 일었던 참이었다.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지만, 우리 영화 중에서 이것이 바로 영화 예술이다 라고 외쳐줄 것 같은 영화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김혜자란다. 김혜자는 이미 국민 어머니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데, 마더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쓴 영화에 나온단다. 호기심 제대로 발동.  

몇 달 후면 예고가 빵빵 터지고 김혜자가 언론에 나오고 입소문이 돌겠지,라고 기다렸던 나를 비웃듯 영화는 느긋하게 개봉되었다. 어차피 감독과 배우가 모두 거물이기 때문인지(거기다 꽃미남 원빈도 있고), 홍보는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살인자로 오해 받은 아들을 구하기 쯤의 내용으로 오인하기 딱 좋을 포스터와 예고 때문에 연세가 지극한 주부님들도 납시었고, <괴물>의 상업적인 성공 때문에 젊은이들도 우루루 몰린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봐야 하는데, 그게 잘 맞춰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제 <마더>를 보았다. 드디어.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예술이야 ~'라는 오래전 유행했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 내 표현력이 너무나 빈곤하기 때문이라 어찌 할 도리가 없고, 왠지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음이 되었다. 이건 너무 좋은데, 지나치게 잘 만들었는데, 어떡하지, 저 비를 봐, 저 노을을 봐, 저 춤을 봐, 저 회색을 봐, 저 눈동자를 봐, 이 음악을 들어봐...이 모든 것의 완벽함을 봐! 라고 말하고싶은데 말하면 산통을 깰 것 같은, 그런 조바심. 

봉준호는 항상 그랬다, 그러고보니. 

<플란다스의 개>를 보았을 때, 극장에서는 초라하게 막을 내린 터라 나 역시 비디오를 빌려 보았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감독, 내용은 개와 배두나가 나오는 뭐 그렇고 그런 로맨스인 것 같고...라고 생각하면서 초반 10분을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어 이거 어떡하지, 이거 진짠데, 이 사람 장난 아닌데, 어 이거 이거...하면서, 나는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나서 무서운 것은 모두 다 훠이 훠이 피해가는 영화 취향인데도 <살인의 추억>을 보았고, 압도 당했고, SF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괴물>을 보았고 또 압도 당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 <마더>. 이전의 영화들이 - 옴니버스였던 <도쿄>의 히키코모리 영화까지 포함하여 - 모두 감독의 힘이 90이었다고 내 나름대로 틀린 정의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명실공히 '김혜자'라는 인간의 영화이기도 하다는 점을 흔쾌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던 것이다. 봉준호에게 힘을 실어줄, 90이나 쏟아내지 않아도 될 배우들은 곁에 늘 있었겠고, 그것이 그의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었고, 이제 '김혜자'가 그 클라이맥스를 이뤄냈다. 그리하여 한국 영화는 미치도록 아름다운 시퀀스들을 만들어 내었다.  

감사합니다.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어머니로써,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뱀발: 영화를 보고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무리의 어머니들이 (대략 60대로 보이신다) "에유 영화 참 그지같기도 하지, 이걸 보러 여기까지 오다니, 다음엔 정말 재미난 것 봅시다"라고 하신다. 흑, 감독님 다음번에 영화 하기 힘들어지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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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6-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요? 우리엄마는 영락없는 조폭코미디취향이신데도, 이 영화는 참 좋아하시던데, 그래서 봉준호는 전방위 소통까지 해낼 수 있는 대감독이라고 했었는데, 아, 그게 아니군요, 아, 아, 그랬구나....

치니 2009-06-22 09:36   좋아요 0 | URL
웬디양 어머니는 웬디양 어머니니까 그러신 듯(? ㅋㅋ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으면서)해요.
사실 어머니들 뿐 아니라 젊은 분들 중에서도 이게 뭥미 라는 표정이신 분들 많던데요. ㅋㅋ

라로 2009-06-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댓글이지만 페넬로페 크루즈가 탐과 헤어진게 잘한거란는 생각,,,,,,,,,페넬로페,,,얼굴만 이쁜줄 알았었거든요~ㅎㅎㅎ이 영화 저도 참 인상깊게 봤어요,,,인물 설정도 넘 좋았고,,,더구나 잘난척 잘하는 제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도 했고,,,ㅎㅎ

치니 2009-06-22 09:37   좋아요 0 | URL
하하, 이런 엉뚱한 댓글 좋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페넬로페가 마이 아까웠죠.
얼마전 본 <비키 크리스티나...>에서는 얼마나 아름답던지, 숨이 막힐 지경.

저도 코가 납작, 마음이 디게 묵직해지더라구요.

2009-06-2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23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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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도 나는 건조한 아이였던가보다. 마법 같은 것이 진짜로 있어서 내가 그런 걸 써먹을 수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를 위해 그걸 쓴다거나 하는 상상은 안해봤다. 

오히려 다 크고나서는 <해리포터>시리즈 같은 것을 읽으면서 잠깐씩이나마 설득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세상 진짜 다 안다고 할 사람 없는데, 이런 호그와트 같은 학교가 없다는 보장은 또 어딨어? 있다면 정말 거기 다니는게 좋을까 나쁠까? 그런 생각도 하고. 

아무튼 사람들이 마법에 기대는 심리란 요약해보자면 이런 걸 거다. 

'해리'가 부모 잃은 고아가 되어 삼촌과 숙모에게 갖은 핍박을 받았을 때와 같은 크나큰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리고 여기 위저드 베이커리의 '나'가 겪는 5단박치기 - 7세때 자신을 버린(적이 있는) 엄마 자살, 아버지의 무관심, 그 아버지와 재혼한 못된 새엄마, 새엄마가 데리고 온 7세 여자아이의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음, 그 성추행범이 실은 아버지였음을 나중에 알게 됨 - , 가정생활의 초불행 같은 것이 찾아왔을 때, 도무지 현실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테고, 그러면 도피하거나 죽거나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겠을 거고, 마법은 이럴 때 자살과 우울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고의 묘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걸 거다. 

불행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그렇고 그런 성장소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소설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제목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위저드'(마법사) vs '베이커리'(빵집)의 단어 연결이 주는 묘한 분위기, 즉 마법사에서 풍기는 신비함과 음험함에다가 빵집에서 풍기는 고소함, 달콤함, 부드러움 따위를 범벅하는데 그것도 영어로 해서 조금 더 세련되게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소설을 읽기 전부터 빠져들 준비를 하게 만들지 않는가.  

물론, 제목에 걸맞게 내용 역시, 불행한 아이가 마법을 만나 신데렐라처럼 행복을 다시 잡는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나름 마법사의 입장에서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을 버리고 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보여주고 결말조차도 주인공이나 독자에게 열어주면서 우리네 인생이 항상 다변하고 정답이 없다는 걸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므로 가독성도 따라오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다음 장이 궁금해져서 한번 잡으면 놓지 않게 되는 몰입력이 있다. 그런데 막상 나는 주인공 '나'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딱히 마법사 이야기가 나와서라기보다는, 중간 중간 작가가 애써 만든(것처럼 보이는) 멋진 문장이 결과적으로는 감정이입을 거스른달까. 

주인공인 '나'가 16세인 점을 감안하고 읽자면, 아무래도 '나'의 사유체계가 너무 어른의 그것같이 정형화 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느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이건, 내가 16세 아들의 엄마라서 내 아들의 정신 연령이 16세 평균의 정신 연령이라고 착각한 탓일까 아니면 작가가 정작 16세 눈높이를 못 맞춘 탓일까. 둘 중 무엇 때문이든, 감정이입에 실패한 나로써는 다 읽고나서 여운이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또한, 엄청난 사건들을 다 겪어내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몰두하느라, 그런 사건들의 배경들은 단순하게 처리된 점이 아쉽기도 하다 (하기야, 자신의 이붓 딸을 습관적으로 성추행하는 아버지의 심리를 작가라고 어떻게 알겠냐. -_-;;)  

다행인 것은, 순전히 외국소설로만 청소년기의 '위시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던 우리 어린 시절보다는 지금의 십대들이 훨씬 풍요롭게 국내 청소년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더 많아져서, 많은 만큼 옥석을 가려낼 기준도 더 까다로워지고, 진정한 보물과도 같은 작품이 오래 오래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읽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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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09-06-1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치니님 아들이 16세군요!) 저도 결론적으로 재미있게는 봤는데, 이 고뇌하는 16세 소년의 마음을 따라다니기가 꽤 힘들었어요 ;;

치니 2009-06-18 09: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너무나 극적이라 더 그런 거 같아요. 일반적인 십대들이 흔히 겪는 일들이 아니라서...(아, 물론 이런 걸 흔히 겪으면 큰일나겠죠. ^-^;;)아무래도 따라가기 조금 힘든 면이 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사건에 비해 소년의 심리는 담담하게 그려져서 좋았지만, 제 아들은 이 소년처럼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는지라(고 엄마인 제가 믿고 있죠) 이 소년의 고난이도 사유가 좀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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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관련 책을 보관함에 자주 담기는 했지만 한번도 사 읽은 적이 없다. (고백하자면, 이 책 역시 내가 구매한 책이 아니라 '2기 알라딘 서평단'에게 보내진 것이었는데 기한 내에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책이다.) 그런고로, 처음 접하는 '글쓰기' 관련 책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클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잘 쓰려면,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것은 꼭 문학으로 업을 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대도 왠만한 사람들은 한번쯤 고민해보게 되는 문제일 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책은 다 읽지 않더라도 일단 책장에 하나 꽂아두는데서 꽤 두터운 안도감을 줄 수도 있겠으니, 이런 기획은 안전하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일 뿐 아니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를 하려면 어떻게 '공작'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단계별로, 예문과 설명도 많이 넣어가면서, 마치 저자가 내 눈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듯이(아, 이 책은 강의록을 묶고 편집하여 나온 책이라니 당연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겠다), 두루두루 그러나 듬성듬성은 아니게 가르쳐준다. 

그런데 아마 내 기대치는 너무 높았던가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씨앗 문장' - 그러니까 밑줄 팍팍 긋고 달달 외워서 내 안에 소화 해두었다가 나중에 글을 쓸 때 자연스레 승화되어 나올 문장 -이 정작 저자의 글에는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워서 끝끝내 재미나게 읽지를 못했다.  습작생들의 합평을 위해 예시한 기존 작가들의 산문, 시, 혹은 작가가 쓴 글은 아니지만 참신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에서는 '아 그래 이런 것이 씨앗문장이겠구나' 싶은 것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막상 우리의 이만교 작가님의 설명 글에서는 그런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을 어떻게 잘 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 이만교도 없지만, 그나마 내가 아는 부분과 경험을 놓고 같이 이야기해보자'라는 정도의 애매한 태도로는 무언가 내면까지 설득 당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이런 책에서 권하는 방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려면 아무래도 저자의 기존 작품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이 있어야 할 진대, 나로서는 이 작가의 책들 중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만 읽은 상태인지라, 별로 재미있게 읽지 못한 그 책에 대한 미욱한 감상이 독서 중에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저자의 책들을 모두 읽었거나 그 중 한 권이라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면 조금 더 맞장구를 쳤을 지도 모르는데, 쩝.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순도 높은 열정을 수차례 강조하는 진심과 자잘한 팁들을 그림까지 그려서 보여주는 성의는 이 책의 미덕이라 하겠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글을 쓰는 방법이 딱히 이거다 하고 나올 수 있겠나 (있으면 벌써 다들 그거 써먹어서 다들 작가가 되었겠지), 그런 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라고 처음부터 순순히 밝히고, 대신 기본적인 독해가 가능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본과 그 기본으로부터 나온 글들을 연마하는 방법들이 꽤 많이 설명되고 있다. 이 팁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온전히 습작생 본인의 몫. 이런 책을 읽어서 팁들을 받아 적용하는 노력을 할 마음만 있다면 역설적으로 습작생 본인이 끝없이 읽고 고민하고 쓰고 하면서 여기 적힌 방법들 외에 더 많은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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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6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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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것 하나.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런 만화가 고교생들 보충 학습물로 이미 1년반 전에 나왔었다는 사실을 몰랐음.  

억울한 것 둘. 최규석 꽃미남이다, 최규석 만화 재미있다, 말은 여기저기서 봐놓고 최규석 만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읽었음.  

억울한 것 셋. 내 아들이 열여섯인데 아직 이런 좋은 공부 시켜 줄 생각 못했음. 아니, 이건 억울한 것 리스트에 포함 시킬 것이 아니라 무지한 부모 각성용 리스트에 넣어야겠군.  

읽으면서 초반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겪은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내용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게 된 우리 처지가 너무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작가가 마지막에 공부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 속에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불끈 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것은 그저 집단적 감상에서 나오는 히스테리 성 눈물이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예술은 이제부터 바쁘다. 만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팔을 걷어부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또 다시. 우리는 이런 작가들이 각 계 예술 분야에서 (감사하게도) 쏟아내주는 제대로 된 작품들을 보고 읽기만 하면 공부가 되는 (어찌 보면 속성반 수업이 가능한) 학생이 되었다. 자, 그런데도 공부하지 않을 핑계가 더 남았는가. 더 억울하게 살텐가. 공부하고, 전복에의 꿈을 놓지 말자. 무임승차의 불명예가 조금 남더라도, 내게 그 무임승차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정확히 누군지라도 알아보자. 겁 많고 평범한 우리들 대다수에게 그 수 밖에는 다른 묘책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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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6-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만났는데,,,,보관함으로 직행합니다. 그나저나 이 책에대한 리뷰가 요즘 많이 올라오는것 같던데,,,님의 리뷰가 가장 구매욕구에 불을 붙이는듯~.

치니 2009-06-14 11:48   좋아요 0 | URL
나비님, 댓글에서 만난 거 오랜만이에요. :)
이 책에 대한 반응, 정말 뜨겁죠? 저도 반신반의 하면서 샀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

다락방 2009-06-14 21:00   좋아요 0 | URL
이쯤에서 추천 하나 더.
nabi님. 정말이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아, 최규석 작가가 치니님과 제가 추천한다는 걸 좀 알아줘야 할텐데요. 흐흐 :)

치니 2009-06-15 09: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이미 보셨군요!
아흐 그러게요 꽃미남 작가가 알아주면 기분 좋을텐데 ~ 흐흐.

네꼬 2009-06-1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추천추천. 알라디너만을 위한 최규석 팬 미팅 했으면 좋겠어요!

치니 2009-06-15 11:03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다면 그 팬 미팅은 네꼬님이 추진해주세요오오오 ~ ㅋㅋㅋ

치니 2009-06-15 11:04   좋아요 0 | URL
아참,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네꼬님의 강력 뽐뿌 리뷰 덕에 구매했으니 최규석 작가님에게 꼭 네꼬님의 공을 알릴게요(만나게 되믄, 흐흐)

2009-06-15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래요, 저 역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했던 말들과 행동들이 무수히 많아요.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와주려고 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워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기도 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동정하기도 했어요.


그래요, 무엇보다도 당신의 영화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제껏 죽 다 봤어요.

실은 잘 알 것 같은데도 끝끝내 잘 모르겠는 그 느낌이 좋았던 것이라고 해두죠.

아니, 다른 건 다 몰라도, 당신이 당신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달라고, 혹은 전부 다 이해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는 않다는 것, 적어도 그건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러 다녔겠지요.

그런데 아마, 당신은 저처럼 아무 비판 없이 낄낄대는 걸로 그런 영화 만들기에 작게나마 동참해주는 관객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관객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 내내 신경 쓰였던 모양이네요.

한 작품 한 작품 더 해갈 때마다, 감독으로서 ‘이해 받지 못하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변을 점점 더 많이 삽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생각이 드는 정도가 아니죠, 아예 주인공 김태우씨 입을 통해서 대사로 열변을 토했으니까 그 장면에서는 마치 당신과 직접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던 걸요.

그런데 뭐,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영화 속 구감독이 다음 작품엔 꼭 200만 달성할테야, 라고 다짐하듯 무언가 다짐하실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저만의 오버라고 해도, 안 팔리는 영화를 꿋꿋이 만드는 것에 대한 자괴감 비슷한 것이 혹시나 더해져서 그러신다면, 괜찮다고 우리는 충분히 재미있다고 해드리고 싶은데. ^-^; 이 정도로는 만족이 안되시는 건가요?

아무튼 영화 속에서 위에 언급한 '안 팔리는 영화 만드는 감독'이 갖는 강박 외에 또 하나 강박을 느꼈다면, 그것은 짝에 대한 거지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게 뭐니 라는 질문은 너무나 진부해서 민망할 지경이지만,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는 항상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고 그에 대한 답이 내 답과 비슷한 사람이 짝이 되면 금상첨화. 그런 점에서 보자면 공형진(후배)과 제주도 화백(선배)이 이구동성으로 웅변하는 ‘좋은 짝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기’가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면 감독님 혼자 물어보고 답해주고, 결국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신 거 같아 보이는데, 뭐 이것도 좋습니다.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고 아예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잖아요, 다소 생뚱한 질문을 사유의 그물로 툭 던지고 몽롱하게 만들기보다는 질문과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 중 한 두 개를 던지고 그 답변에 대하여 같이 사유해보자는 상냥한 제스추어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저는 아직, 좋은 짝을 만난다고 새로운 삶 씩이나 살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훗. 감독님 또한 화면 속의 좋은 짝들이 어이없는 인생의 우연 속에서 필연이라고 우겼던 끈을 아주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으니, 어차피 이것 역시 인간들의 환상과 가식의 중간 어디 쯤 있는 의미 찾기 게임일 뿐인가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연기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좀 더 수다를 떨어보자면,

홍상수 표 영화에서 오래 전부터 참여했던 김태우씨야 그렇다 치고, 엄지원 고현정씨는 각각 두 번째 참여인데 어쩜 그리 천연덕스럽던지요. 너무 천연덕스러우니까 살짝 징그러웠어요. 공형진씨도 그간 좋은 연기를 펼칠 자리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여서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물 만났다 싶었구요. 아내로 나온 정유미씨는 ‘가족의 탄생’에서 제가 홀딱 반한 캐릭터. 이번에도 역시 ~ 전 이런 타입의 여성을 좋아하나봐요. 그러니까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주 생활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여성. 비쩍 마르고 연약한 것 같은데 은근히 당차 보이는, 그리고 외모가 귀여운 여성. 후후.

카메오로는 하정우씨와 작가 김연수의 연기가 너무 극명하게 비교되는 것이, 오히려 관점 포인트였달까요(감독님이 의도하신 건 아닐테지만). 하하. 김작가님, 정말 진땀이 듬뿍 나셨겠어요.

휴, 그나저나 늘 제주도에 가서 살고싶다는 꿈을 달고 사는 요즈음인데, 영화 속 제주도 풍경이랑 화백의 집이 어른어른 해서 종일 일 못하게 만드네요. (뭐든 핑계 대는 건 저도 감독님 뺨 치게 잘 댑니다.) 그런데 만약 제주도에 살면 이웃들과 거리를 좀 두고 살아야겠어요. 문을 그리 항상 열어두고 사니까 안 당해도 될 일을 당하지 않습디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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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5-1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작품들보다 착하고(?)편해진 느낌이었어요.
그게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흐흐

아는 만큼만 하면 좋겠지만
아는 만큼도 못하니
나는 아마 계속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하면서 살 것 같아요.

무릎 꿇을 만한 남자에 공감할 듯 말듯 기억에 남았어요
그렇게 배가 나와있으면 꿇기 싫을 것 같긴 한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ㅋㅋㅋ

치니 2009-05-18 17:51   좋아요 0 | URL
저두요, 아는 만큼이나 하면 다행이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릎 꿇을만한 남자, 흠흠. 저는 아직 내 말 잘 들어주는 남자에 만족하고 있는디. 헤- 배 나온 거는 예나 지금이나 별루 상관 없구요.
아무튼 짝! 찾아야 하는 걸까요? 굳이? ^-^;;

웽스북스 2009-05-1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면서 니나랑 홍상수의 여배우들 얘기를 했었죠- 유독 고양이과가 하나도 없는 것 같죠- 해변의 여인에 나온 고현정도, 송선미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온 엄지원도, 정유미도, 밤과낮의 박은혜도. 그래서 저는 혼자 문근영이 홍상수 영화에 출연하는 상상을 했어요. ㅎㅎ 김연수만큼 손발이 오그라들긴 하던데 말이죠-

치니 2009-05-19 13:17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좀 튀는 배우라면 예지원이 많이 튀는 듯 하네요. ㅎㅎ
문근영 양은, 만약 한다면 정말 기대 되는데요! 스스로도 몰랐던 자기 안의 다른 면을 보게 되지 않을까 막 그런 생각도 들고.

프레이야 2009-05-19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는 편지에요.
필연이었다고 생각한 끈을 아주 쉽게 놓아버릴 수도 있다는 암시, 그걸
포착하셨군요. 그러고 싶은 인연이 분명 있지요.

치니 2009-05-19 13:18   좋아요 0 | URL
앗, 닉네임이 프레이야로 결정되었군요! :)
선선한 바람 냄새가 나는 닉네임입니다, 잘 어울리세요.

네 , 인연에 대해서도 이모저모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비로그인 2009-05-2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은 아니지만(아니라면서 또 말하는 건 뭐냐!) 홍상수의 영화를 어쩌다 보니 단 한 편도 보질 못했는데, 치니 님의 글을 읽으니 무척 보고싶어집니다. 전 사실 변 혁 감독의 `인터뷰' 같은 영화를 가장 좋아했어요.

치니 2009-05-20 13:15   좋아요 0 | URL
Jude님이 보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

변혁 감독의 인터뷰, 저는 (좋아하는 배우)심은하 때문에 봤던 기억이 나요. 영화도 수작이었고, 근데 요즘은 뭐 하실까요.

Alicia 2009-05-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어요. 저랑은 또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셨네요.
감독은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음..'환상과 가식의 중간 어디쯤의 의미찾기'라는 말이 와닿아요.
근데 허무로 치닿지는 않고 뭔가 가슴안에 단단한게 남아요.
그게 홍상수의 힘일까요? ^^

전 김연수 보고 아찔아찔 조마조마 했더랬어요.ㅎㅎ너무 귀엽기도 하고요- :)

치니 2009-05-27 11:02   좋아요 0 | URL
네 , 홍상수의 힘, 그런 게 정말 있지 싶어요.
그제 정확히 어디서 비롯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안 보고는 못 베기게 하는, 그게 저에게는 홍상수의 힘이지 않나...^-^;; 항상 비슷비슷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도, 이 작자가 이번엔 또 무슨 구라와 썰을 풀까, 이런 게 궁금해 못견디겠는 마음이 되거든요.

김연수, 대사 없이 표정 연기하실 때가 가장 안심 되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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