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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억울한 것 하나.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런 만화가 고교생들 보충 학습물로 이미 1년반 전에 나왔었다는 사실을 몰랐음.
억울한 것 둘. 최규석 꽃미남이다, 최규석 만화 재미있다, 말은 여기저기서 봐놓고 최규석 만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읽었음.
억울한 것 셋. 내 아들이 열여섯인데 아직 이런 좋은 공부 시켜 줄 생각 못했음. 아니, 이건 억울한 것 리스트에 포함 시킬 것이 아니라 무지한 부모 각성용 리스트에 넣어야겠군.
읽으면서 초반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겪은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내용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게 된 우리 처지가 너무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작가가 마지막에 공부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 속에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불끈 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것은 그저 집단적 감상에서 나오는 히스테리 성 눈물이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예술은 이제부터 바쁘다. 만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팔을 걷어부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또 다시. 우리는 이런 작가들이 각 계 예술 분야에서 (감사하게도) 쏟아내주는 제대로 된 작품들을 보고 읽기만 하면 공부가 되는 (어찌 보면 속성반 수업이 가능한) 학생이 되었다. 자, 그런데도 공부하지 않을 핑계가 더 남았는가. 더 억울하게 살텐가. 공부하고, 전복에의 꿈을 놓지 말자. 무임승차의 불명예가 조금 남더라도, 내게 그 무임승차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정확히 누군지라도 알아보자. 겁 많고 평범한 우리들 대다수에게 그 수 밖에는 다른 묘책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