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집에 쌀이 많아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지방에 계시는 시어머님이 계속 보내주시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농사 짓는 아는 분에게 사서 보내시는 좋은 쌀인데, 인정사정 없이 보내시기 때문에 부지런히 먹어도 늘 밀려서 묵은 쌀이 되고 만다. 토요일엔 고심 끝에 떡집에 들고 갔다. 덕분에 주말에 한 말 반이나 되는 백설기가 생겼다.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 옆집 벨을 눌러 몇 덩이, 경비실을 찾아 또 몇 덩이, 이웃 친구에게 또 몇 덩이 주었다. 오늘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몇 덩이 들려 보냈다. 회사 동료들과도 나누어 먹으라고. 좋은 일 있느냐고 묻는 분들께 좋은 일 생기라고 떡 했다고 말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김치를 담갔다. 겨우 배추 한 포기 사다가 자르고 절이고 풀 쑤고 양념 다지고 절인 배추 건지고 물 빼고 버무리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금방 간다. 그래도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 해놓고 나면 보람도 있다. 불고기도 잔뜩 해놓고 두부조림도 했다. 잘못 산 배를 숭숭 썰어 생강 한 조각이랑 같이 푹 끓여서는 체에 걸러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도서관에 잠깐 다녀온 것 말고 한 일은 그게 전부인데, 자려고 누우니 온몸이 노곤노곤. 몸을 써서 생활을 꾸리는 게 어떤 건가 새삼스럽게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11월 한 달 동안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 (한동안 너무 많이 마셔서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 결심을 들은 친구가 성공하면 12월 초에 이태리 요리와 맛난 술을 사준다고 한다. 지면 그 친구 소원대로 내가 술도 사고 노래방도 가 줘야 한다. 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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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물 받고 너무 좋아서 한 권을 더 샀다. 두 권을 갖고 싶은 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