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온천 달걀, 온천 달걀 들 해서 도전해보았는데 3연속 실패했다. 실온에 둔 달걀을 1) 다 끓은 물에 6분 30초 + 찬물에 4분 두기도 하고 2) 다 끓은 물에 15분 + 찬물에 3분 두기도 했으며 3) 끓는 물에 넣고 약불로 3분 + 불 끄고 3분 + 찬물에 3분도 두었으나 실패(사실 이 333 레시피는 그럴 듯해서 두 번이나 했다. ㅠㅠ) 앞의 두 번은 흐물거려 계란후라이를 했고, 망할 333 레시피로는 반숙이 되어 버렸다. 착한 남편이 "나 반숙 좋아해요."라며 먹어 주었지만 나는 이를 득득 갈며 신경질을 냈다. "이 블로그 저 블로그를 봐도 온천 달걀의 핵심은 레시피가 간단하다는 건데 난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그게 약오른다고요!" 그러자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온천 달걀 어렵다는 포스트를 찾아보면 어때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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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능력이 되면 한번 홍영우 선생님(할아버지♡) 찬양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 덤덤하면서도 귀엽고 익살맞은 그림은 물론, 군더더기 없는 입말까지도 옛이야기 그림책으로 100점이다. '옛이야기 그림책'이 비교적ㅠㅠ 시장이 괜찮은 데다 장르 자체의 매력이 있어서 화가들이 많이 도전하는데, 나는 지나치게 화려한 그림보다 홍영우 선생님의 소박한 그림이 좋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7세 남이 올 때마다 읽어달라고 하고 기쁘게도, 나 역시 읽을 때마다 좋다. 특히 <<딸랑새>> 으하하.
고추의 한살이로 들여다본 고추밭 생태계 _ 고추
때마침 고추 익는 가을이라 보고 있는 책이다. 그림이 아주 정감 있고 설명이 시시콜콜하지 않아서 좋다. 화자가 고추씨인데 "고추는 이렇게 자란단다~" 하는 것과 "나는 이렇게 자랐어."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고백하자면 나는 '생태 그림책'이란 타이틀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부제에 있는 '생태계'는 책의 내용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오늘 10세 남과 이 책을 보고 요앞 텃밭 울타리 밖으로 나온 빨간 고추를 구경했다.
캄펑의 개구쟁이
워낙 유명한 책인데 내가 너무 늦게 보았다; 말레시아 작가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자전적으로 그린 만화다. 기후도 풍습도 다른 말레시아 얘기인데다, 지금부터 5,60년 전 이야기라 아무래도 좀 낯설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아무래도 좀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 응? 하고 이 애들 놀이의 규칙을 진지하게 이해해가며 "오, 재밌겠다!" 하고 있다. 정답다. 우습다. 세밀하다. 무심하다. 아름답다. 그런 만화책이다. (혹자는 그림책이라고 하기도.)
푸른 개
7세남 한 분이 요새 걱정이 있다. 글자를 익히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자연스럽게 익히려니 하고 여유 있던 부모님도 함께 걱정하는 것이, 글자를 모르는 것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 고객이 유난히 이 책을 좋아한다. 어떤 책인가. 암만 부모가 말려도 기어이 성장을 이루어내는 아이의 무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원할 때마다 마음을 다해 읽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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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게 없다고 외치며 옷을 샀다. 사 온 옷을 정리하면서 보니 옷장에 남색 꽃무늬 원피스가 네 벌, 남색 꽃무늬 블라우스가 두 벌, 남색 셔츠가 두 벌이다. 비슷한 비중으로 분홍색 티셔츠가 많다. 문제가 뭘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