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집에 쌀이 많아졌다. 어떻게 된 거냐면, 지방에 계시는 시어머님이 계속 보내주시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농사 짓는 아는 분에게 사서 보내시는 좋은 쌀인데, 인정사정 없이 보내시기 때문에 부지런히 먹어도 늘 밀려서 묵은 쌀이 되고 만다. 토요일엔 고심 끝에 떡집에 들고 갔다. 덕분에 주말에 한 말 반이나 되는 백설기가 생겼다. 따끈따끈한 백설기가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 옆집 벨을 눌러 몇 덩이, 경비실을 찾아 또 몇 덩이, 이웃 친구에게 또 몇 덩이 주었다. 오늘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몇 덩이 들려 보냈다. 회사 동료들과도 나누어 먹으라고. 좋은 일 있느냐고 묻는 분들께 좋은 일 생기라고 떡 했다고 말하고 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김치를 담갔다. 겨우 배추 한 포기 사다가 자르고 절이고 풀 쑤고 양념 다지고 절인 배추 건지고 물 빼고 버무리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금방 간다. 그래도 할수록 요령이 생기고, 해놓고 나면 보람도 있다. 불고기도 잔뜩 해놓고 두부조림도 했다. 잘못 산 배를 숭숭 썰어 생강 한 조각이랑 같이 푹 끓여서는 체에 걸러 남편과 나누어 먹었다. 도서관에 잠깐 다녀온 것 말고 한 일은 그게 전부인데, 자려고 누우니 온몸이 노곤노곤. 몸을 써서 생활을 꾸리는 게 어떤 건가 새삼스럽게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11월 한 달 동안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 (한동안 너무 많이 마셔서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 결심을 들은 친구가 성공하면 12월 초에 이태리 요리와 맛난 술을 사준다고 한다. 지면 그 친구 소원대로 내가 술도 사고 노래방도 가 줘야 한다. 지지 않겠다.

 

 

*

 

 

 

 

 

 

 

 

 

 

 

이 책을 선물 받고 너무 좋아서 한 권을 더 샀다. 두 권을 갖고 싶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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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4-11-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요? 그럼 나도 사야지. (배추 말고 책. ㅎㅎ)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그보다 쌀을... 히히. 치니님 가까이 계셨으면 백설기 나눌 텐데!

* 책은요, 저 개 모모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책도 물론 넘 좋고요!

웽스북스 2014-11-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그런 결심은 나에게나 어울리는 건데! ㅋㅋ 암튼 결심쟁이의 한명으로 네꼬님의 결심에 응원을! 그리고 우리는 12월에 만나요 : )

네꼬 2014-11-03 17:11   좋아요 0 | URL
자자 내가 벌컥벌컥 마셔줄 테니 한 달만 기다려요. 나의 몸 만들기 프로젝트. 마시기 위해 참는다. -_-;

2014-11-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11-0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절대 할 수 없는 결심을 하신 존경스런 네꼬님 +_+;;

그나저나(황급히 말을 돌린다;) 두 권 갖고 싶은 책이라니! 저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너무 좋아서 세 권 소장한 적 있었어요. 지금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두 권은 선물했지만요. ^^ 저도 살래요. 모모 ^^

네꼬 2014-11-05 14:16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결심은 공짜니까? -_- 근데 11월 왤케 길어요? ㅠㅠ
문나잇님에게는 스밀라..가 복수소장(?)책이구나. 저는 이따금 시집을 두세 권 살 때가 있어요. 왠지 고민에 비해 책값이 싼 것 같아서. 하여간 저도 참 쓸데없는 남 걱정 잘해요... ㅠㅠ

hnine 2014-11-0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자주는 안오셔도 가끔 오실때마다 결코 시시한 내용으로 오시는 법이 없어요. 저로 하여금 저 책을 보관함에 담게 하셨고, 저희 집에도 오래된 배가 있는게 생각나서 지금 저도 생강이랑 같이 끓이려고 생강 사러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하셨어요.
김치 한번 만들면 시간이 후딱 가지요. 생강 사러 가서 절대 배추는 사오지 말자 말자 말자...주문 외우며 나갑니다.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hnine님, 배 어떻게 하셨나 모르겠네요. 그거 꽤 약 느낌이던데. 그래서 `마셨다`고 안 하고 `먹었다`고 써 봤어요;;
김치는 한 포기를 하든 두 포기를 하든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릇 씻다 끝나는 게임 같기도 하고... 하여튼 조그만 통 하나 찰 만큼 하면서 온 집 안에 물을 뿌려댔답니다. (배추 안 사오기 성공하셨으려나? ㅎㅎ)

Mephistopheles 2014-11-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고등어만 구우면 딱이군요.

네꼬 2014-11-05 14:18   좋아요 0 | URL
어휴 그 기억력!!!!!!!!!!!!!!!!!

Mephistopheles 2014-11-06 13:50   좋아요 0 | URL
심야식당 13권 39페이지....!!!!

서니데이 2014-11-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 생기라고 돌리는 떡도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 분이니까 그 중에서 누군가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
모모 찾기는 쉽지 않군요. 잘 보이지 않아요. ^^;

네꼬 2014-11-05 14:19   좋아요 0 | URL
아아 서니데이님은 착하시다. 저는 저한테 좋은 일 생기라고 한 건데... 역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군요. 앗 쓰고 보니,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어서 개를 좋아하는 제겐 개잘보인 걸까요?? (천천히 찾으면 더 재밌어요 ^^)

비로그인 2014-11-0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네꼬님은 떡집도 다니고 김치도 담그는 고양이였!!!

네꼬 2014-11-05 14:21   좋아요 0 | URL
술도 (잠깐) 끊고 개도 좋아하는 고양이였!!! _____ 가만 근데 왜 놀라시는 거죠? 저를 너무 방탕하게만 보셨던 건가요!!!! 조금만 방탕합니다.
 
호박에는 씨가 몇 개나 들어 있을까?
마거릿 맥나마라 지음, G. 브라이언 카라스 그림,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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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는 수의 기초 개념을 알려주는 놀라운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그보다는 사람의 겉모습과 내면은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호박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놀라운 책이다. 주황 호박이 친근한 계절 가을에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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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0-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겉모습과 내면은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호박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놀라운 책이다!
네꼬님 표 리뷰예요. 아, 좋아라~

네꼬 2014-11-03 11:45   좋아요 0 | URL
하하;; 멀요;; 하하;;
 
아름다운 바실리사 - 러시아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10
A.N.아파나시예프 지음, 이반 빌리빈 그림, 김대희 옮김 / 상상박물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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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들. 추운 나라 러시아의 옛날이야기에 어울리는 고풍스럽고 냉혹한 그림이 강한 인상을 준다. 환상 세계에서 떠나기 전에, 그러니까 10세 전후에 읽기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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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0-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러시아 수업했는데 더 반가워요!

네꼬 2014-11-03 11:44   좋아요 0 | URL
으스스한 이야기들이지요. 9세에게 빌려줬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오늘 들어보려구요.

서니데이 2014-10-2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러시아 동화라서 그런지, 이름들이 낯설게 느껴져요.

네꼬 2014-11-03 11:44   좋아요 0 | URL
이름도 낯설고 분위기도 낯설어요. 그런데 이상한 마력이 있더라고요!
 
뭘 써요, 뭘 쓰라고요? - 김용택 선생님의 글쓰기 학교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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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기보다 사색적인 산문집.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에 불경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창작론`은 때로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진다. 꽤 많이 들어간 그림도 그것과 맥락이 같다. 오히려 인용된 어린이 작품의 창작 배경을 충실히 적었으면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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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16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지음, 박숙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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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를 얻고 싶은 떠돌이 개의 고생담.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반쪽짜리 페이지가 들어간 것은 그렇게 새롭지 않지만, `뼈다귀가 엄청 많은 곳`에 들어선 부분의 즐거움이 책 읽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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