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일요일 저녁에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받아 보니, 우리 아래층에서 우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가 왔다는 거다. 응? 무슨 얘기예요, 그게? 나는 다시 경비실에 전화했다. "소장님, 저희 집에 전화하신 거 맞아요?" 우린 아이도 없고, 9시부터 6시까지 집이 비어 있으며, 남편과 나의 몸무게는 둘을 합쳐 겨우 100kg이 넘는다. 평일이면 집에 와서 저녁을 해 먹고 TV를 보다 자는 게 전부다. 결정적으로 그 전화를 받은 날, 우리는 외출에서 돌아와 낮잠을 자고 일어난 참이었다. 나와 남편은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이 얘길 친구들한테 했더니, 우리 윗집은 어떠냐고들 한다. 그러고 보니 짚이는 게 있었다. 얼마 전부터 윗층 소음이 좀 들렸던 거다. 농담처럼 남편과 나는 소위 예민한 이웃들 흉내를 내면서 "우리도 경비실에 전화할까? 아휴 시끄러워 못 살겠어요! 하고." 하면서 낄낄댔는데... 친구들 말로는, 집이 비어 있으면 우리 윗층 소리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들 한다.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해선지 윗층 소리가 자꾸만 잘 들렸다. 주로 아이가 갑자기 우다다다다 뛰는 소리였다. 저녁 때야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어느 순간 시계를 보면 밤 10시, 12시... 음... 어쩌지... 한 번 출근길에 경비실에 들러 소장님께 말씀은 드려 봤지만, 물론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 응 어쩌면 역시 위의 윗집 소리일지도 몰라. 그러다 용기를 내어 며칠 전, 윗층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봤다(10시였다). 아이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아래층이라 했더니 목소리가 벌써 차가워진다. 아이가 있지만, "걸어다니기만 하는데"도 소리가 나냐는 식이다. 아무튼 저녁시간에는 그렇고, 밤에는 좀 주의를 부탁한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남편과 나는 전화를 끊고도 긴장이 안 풀려서(이 바보들 ㅠㅠ) 잠자코 있었다. 그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벨이 울렸다. 아이 아빠였다.
불편한 얼굴로 쫓아 내려온 그의 주장은 이런 거였다. 우리 애는 네 살이고, 여자애다. 둘도 아니고 하나다. 그러니 소리가 그렇게 날 리가 없다. 아파트 층간 소음이야 어쩔 수 없는 거다. 이쪽(네꼬와 네꼬남)은 아이가 없어서 모르시겠지만(아이가 있냐고 묻지는 않았다), 주의를 주고는 있지만 아이가 그렇게 통제되진 않는다. 열두 시 넘어서 뛴 적은 한두 번밖에 없다.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느 대목에도... "죄송하지만"이라든가 "어쩌죠"라든가 하는 문장도 뉘앙스도 없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왜 유난을 떠냐는 항의였다..... 어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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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회사에 대한 분풀이를 직원들에게 했다. 회사의 부족함에서 온 실수를 악의적 행태라고 해석해 관련 직원들에게 쏘아붙이는 내용이었다. 오랜 친분이 있던 내가 그걸 달랬는데, 그로부터 "네꼬 씨는 직원일 뿐이다"라는 표현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말은 오래 못 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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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서재에 오는데도 왜, 꼭 무슨 일 있을 때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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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득, 아랫집에겐 나도 우리 윗집 사람들 같을 수 있겠다 싶었다. 저녁 시간 물소리도 너무 크게 들리고, 주말 청소기 소리도 너무 크고... 그런데도 자기네는 집을 비운다는 둥, 애가 없다는 둥하면서 당당한 거다... 오늘은 더 살금살금 걸어야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것, 문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나도 노력할 테니까, 어떤 분도 가급적이면 어서 객관을 찾으시면 좋겠다. 악의와 실수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고, 직원과 회사도 구분하셨으면 좋겠고, 직원에게 그런 분풀이를 하는 게 얼마나 보기 안 좋은지도 깨달으셨으면 좋겠다. 나도 그분에 대해 오래 가지고 있던 신의와 이번 언사로 받은 상처를 잘 구분하도록 노력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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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화하는 거 정말 힘들어요. 우리 모두 기운 내서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