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시, 보행신호 시 유턴.
좌회전 불이 내 앞에서 꺼졌다. 기다렸다. 가로로 지나는 차들에겐 좌회전과 직진 신호가 떨어졌다. 그 좌회전 불이 주황색불이 되었다가 꺼졌다. 내겐 보행신호가 들어왔다. 핸들을 돌렸
다고 생각한 순간에 사고가 났다.
하면 안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선배들로부터 그렇게 들었는데 나는 왜 내가 미안하다고 했을까. 뭐가 미안했을까? 분명히 신호를 보고 유턴을 했고, 저쪽은 좌회전 신호를 무시한 셈일 테니, 어느 정도 양쪽의 과실을 인정한다 해도 미안할 일은 아니었는데. 왜 상대편과 연락처만 주고받고 헤어졌을까. 그 자리에서 시비를 정확히 가렸어야 하는데, 나는 왜 그 사람을 그냥 보냈을까. 보험회사에 연락해 정황을 설명하면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나왔다. 뭐가 미안했을까, 나는. 뭐가. 뭐가. 눈으로 신호를 확인했고 법대로 유턴했는데 뭐가 미안했을까. 오늘 아침 꿈에서 깨면서부터 머릿속에 딴 생각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알 리가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벌써 일년이 지났는데, 왜 나는 아직도 그런 꿈을 꿀까. 그런 꿈을 꾸면, 나는 왜 아직도 아픈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