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시, 보행신호 시 유턴.

좌회전 불이 내 앞에서 꺼졌다. 기다렸다. 가로로 지나는 차들에겐 좌회전과 직진 신호가 떨어졌다. 그 좌회전 불이 주황색불이 되었다가 꺼졌다. 내겐 보행신호가 들어왔다. 핸들을 돌렸

 

다고 생각한 순간에 사고가 났다.

 

하면 안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선배들로부터 그렇게 들었는데 나는 왜 내가 미안하다고 했을까. 뭐가 미안했을까? 분명히 신호를 보고 유턴을 했고, 저쪽은 좌회전 신호를 무시한 셈일 테니, 어느 정도 양쪽의 과실을 인정한다 해도 미안할 일은 아니었는데. 왜 상대편과 연락처만 주고받고 헤어졌을까. 그 자리에서 시비를 정확히 가렸어야 하는데, 나는 왜 그 사람을 그냥 보냈을까. 보험회사에 연락해 정황을 설명하면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나왔다. 뭐가 미안했을까, 나는. 뭐가. 뭐가. 눈으로 신호를 확인했고 법대로 유턴했는데 뭐가 미안했을까. 오늘 아침 꿈에서 깨면서부터 머릿속에 딴 생각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알 리가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벌써 일년이 지났는데, 왜 나는 아직도 그런 꿈을 꿀까. 그런 꿈을 꾸면, 나는 왜 아직도 아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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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왜 그러셨습니까. 차안에 하얀색 스프레이 페인트와 사진기는 필수로 구비해야 합니다.

다락방 2008-03-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도 그런 꿈을 꾸는걸요. 왜 그랬는지 자책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마세요, 네꼬님.
제가 안아드릴게요. 원하신다면 조금 더 꽉 안아드릴게요.
자, 기운내요.

토닥토닥.

무스탕 2008-03-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랬을까 알려고 자꾸 캐내지 마세요. 지구를 관통해도 끝이 없을테고 지구를 5만년 동안 돌고 돌아도 끝을 못찾을거에요.
그러니 그냥 묻어두세요..

마늘빵 2008-03-0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안하다는 말 이거 쉽게 나와도 사는데 지장이 되는군요. -_-

비로그인 2008-03-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화가 날 때, 화낼 줄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화나면 무지하게 화를 냅니다.
네꼬님도 한번 해보세요.
후련하답니다. 하하


세실 2008-03-0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참 여리시네요.... 조금만 더 강하시길.
앞으로는 사고났을때 절대 미안하단 말 먼저 하지 않으시기예요.

치니 2008-03-0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미안하단 말이 거꾸로 상대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켜서, 지금쯤은 그쪽이 먼저 잘못 인정하고 잘 해결되었기를 바래요. :)

지하철 안에서 발을 밟혔는데, 상대방이 미안하다 하자, 아니 내발이 거기 있어서 미안했다고 하는 사람 이야기도 어디선가 봤어요. 네꼬님 같은 분들이 있어서, 우린 더 살만해지는거라구요.

마노아 2008-03-0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책감,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처럼 되어버리는 상황들이 가슴에 남아 오래오래 상처가 되더라구요. 풀어내야 하는데, 비워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그래도 분명, 나아질 거예요. 달라질 거예요. 힘내요. 네꼬님이 나쁜 게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도넛공주 2008-03-0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네꼬님은 강하십니다.회사생활을 하시잖아요.잊지 못하는 건...음.저도 몰라요.5년전 시장에서 저한테 소리지른 꽈배기집 아저씨 생각만 하면 저도 아직 눈물이 납니다.

프레이야 2008-03-0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네꼬님 토닥토닥 ^^
보험처리는 공정하게 잘 될 거에요.
그보다 마음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시길요..

nada 2008-03-0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네꼬님이 좋아요. 미안한 거 없는데도 미안하다고 하는 네꼬님이라서요.
그러고 또 후회하는 네꼬님이라서 더 좋아요.
똑부러지는 얼음공주가 아니라서, 투실한 고양이라서 좋아하고 있는걸요. 전 그래요.^^
지금쯤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는데..

2008-03-06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8-03-07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 토닥토닥...
치유개그라도 던져드리고 싶은데 맘처럼 안되네요.

L.SHIN 2008-03-07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사고났을 때, 아무 경황 없어서 무조건 내 잘못으로만 돌렸었죠.
하지만 그 때 나 역시 잠깐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을 '내 탓'으로 순간적으로 인지해서 그랬을 겁니다.
두 번째 부터는 처음보다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더군요.

누구에게나 하루를 참 힘들게 하는 사념들, 기억들, 상처들이 있죠..
힘내요, 네팡 -

인생의 저울의 무게는 늘 같은 법.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거에요.^^

다락방 2008-03-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hangaram.co.kr/~j2348sh/ch-e/20071217_233859_001_hq.wmv


채링크로스 84번지 읽기전에 꼭 봐요. 아니 읽고나서 봐도 좋아요! 그렇지만 꼭 봐야해요! 조금, 나아질거예요.

네꼬 2008-03-20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답글을 달아요. 모두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경과보고 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경과경과 중이라서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