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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김선비 가족의 사계절 글쓰기
정혜원 지음, 이고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5년 12월
평점 :

옛사람들의 글쓰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_175쪽
옛사람들의 공부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독서는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이며 글쓰기는 생각의 폭을 보다 깊이 있게 완성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다산 정약용은 글이란 글쓴이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으며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는 마음속에 깨달음이 가득 차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 글이라고 했다. 옛사람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곧 자신의 삶 그 자체였다. 글 쓴 대로 살아가는 것을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옛사람들의 글쓰기가 주는 의미는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정신적 가치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삶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옛사람들에게 있어 서재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었다.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독서를 하는 곳이었다. 서재에서 자신을 스스로 삼가는 신독으로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폭력을 일삼으며 거짓과 술수가 판을 치는 오늘날의 사회 모습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옛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보고 배우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옛사람들은 글로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 후기의 성군이자 학문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정조 임금은 자신의 호를 '홍재'라고 지을 정도로 뜻을 크게 펼치기 위해 자신의 서재 안에 머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참고로 옛사람들의 글쓰기를 위한 열 가지 가르침은 이러했다. _149쪽 참조
일.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이. 정성을 다해서 써라
삼. 꾸미지 말고 자연스럽게 써라
사. 나의 생각이 드러나야 한다
오. 스스로를 속이는 글을 쓰지 말아라
육. 글은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칠. 빨리 쓰려고 서두르지 말아라
팔. 반드시 쓰고 난 글을 여러 번 고쳐라
구. 좋은 글의 뿌리는 독서와 사색이다
십. 세상 사람들을 위한 글을 써라
옛사람들의 글을 쓰는 삶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옛사람들이 쓴 일기만 보더라도 하루하루 일어났던 일을 적을 뿐만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문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광해군 때 인목대비를 모시던 궁녀가 쓴 계축일기, 인조를 가까이 모시던 궁녀가 쓴 병자호란에 관한 기록 산성일기, 나랏일을 적은 승정원일기,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이 쓴 개방 일기, 손자를 키우는 과정을 쓴 육아 기록 양아록 등이 있다.
일기는 사실의 기록이자 개인의 역사이다. _80쪽
『북촌 김선비 가족의 사계절 글쓰기』는 2016년에 세종 도서 교양 부문에 뽑힌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낸 책이다. 깊이 있는 글은 지금보다도 옛날 사람들이 더 잘 썼던 것 같다. 독서와 사색에 시간을 많이 들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길들여진 우리의 생활에서는 결코 그들의 내공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을 조금 더 이롭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글쓰기라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다. 권력자들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썼던 것처럼 우리도 글쓰기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바꾸어가는데 일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은 칼보다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