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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피로 쓴 7년의 지옥.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치욕은 반복된다, 책 읽어드립니다
류성룡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개인이 쓴 기록물이 한 국가의 국보가 되었다. 조선시대 재상이자 전략가였던 류성룡의 회고록, 징비록이다. 징비록은 '내가 지난 일을 징계하여 뒷날의 근심거리를 삼가게 한다'뜻이다. 즉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올바로 대처하지 못한 자신의 과오를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앞으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신하며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사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원인과 결과는 류성룡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하며 '피로 쓴 7년의 지옥' 국가 재난을 기록했다.
국가 최고 통치자도 아닌 일개의 개인이 쓴 일기 형식의 회고록이 국가의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점은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 개인의 생각이 당시 사회의 시대상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국방 등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면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 특히 유성룡은 실질적으로 전란 중 실무 책임자로 진두지휘를 한 위치에 있었기에 사료에 드러나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진실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다른 개인의 기록물과 차별성이 크다고 본다.
유성룡은 지금으로 보면 대통령 다음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총리 역할과 함께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의 역할까지 모두 겸직했다. 국가의 안정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과정을 기록한 징비록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로 읽혔다. 나중에는 일본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조선에서 신경을 쓸 정도로 내용면에서도 압도적인 우월성을 보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은 늘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다. 임진왜란 전 200여 년 동안 전쟁 없는 평화적 분위기가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평화는 준비하는 과정이 없으면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징비록을 통해 유성룡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평화의 소중함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유성룡은 전란 후에 정치적 탄핵으로 모든 관직을 박탈당한다.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노력에 대한 치하 대신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결국 고향으로 낙향한다. 일반인으로 돌아온 그는 차분한 심정으로 붓을 들고 지난 7년간의 지옥과 같은 임진왜란의 장면을 기록한다. 징비록의 탄생 배경이다. 만약 그가 임진왜란을 극복한 국가 유공자로 환대 받고 더 승승장구했더라도 아마 징비록을 기록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도 18년간의 유배 기간 동안 수많은 책을 저술하지 않았나. 개인적 아픔의 시간 동안 이들은 모두 기록에 몰두하며 역사를 만들었다. 개인의 기록을 넘어 국가의 보물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