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 2022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 교양도서 일상의 스펙트럼 8
김지우 지음 / 산지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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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작가 지망생이 사서가 되다!

 

사서이자 작가인 저자 김지우님. 초등학교 때부터 이동 도서관을 계기로 책을 읽게 되고 책 제목처럼 중학교 때는 일탈의 행동으로 집을 가출한 곳이 도서관이며 고등학교 때는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연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던 지독한 책벌레다. 그 뿐인가. 대학을 문헌정보학과를 지망할 정도였으니 책을 향한 그의 집념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직업도 이제는 사서, 집보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터이며 잡다한 생각보다 책과 관련된 생각을 더 많이하며 노년을 맞이하게 될 저자의 책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져 온다.

 

도서관만큼 돈 없어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도서관도 계속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내가 자주 찾는 도서관만 보더라도 느껴진다. 10년 전의 도서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기능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특정한 주제만 취급하는 전문도서관은 아직 가 본적은 없지만 도서관의 역할이 책만 대출해 주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에 적극적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대부분의 행사가 무료이며 의외로 질적으로 꽤 수준 높은 강연자, 행사 진행팀들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다만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을 뿐이지 도서관에서 추진하는 독서 행사에 용기를 내어 참여해 보면 좋을 듯 싶다. 

 

사서의 역할에 대해 저자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인이 사서이기에 디테일한 면까지 설명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사서의 위상이 아직까지 그리 높지 않을 것에 나 또한 공감하는 바다. 도서관의 성패는 외적인 또는 물리적인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사서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어차피 공공기관이고 이걸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선례가 없는 신생사업을, 그것도 이전에 도서관이 안 하던 일들만 만드는 사람이라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해야 이전에 없던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85쪽)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서의 마인드가 어떠냐에 따라 도서관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일 수 있겠다 싶다. 저자처럼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신생 사업들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서가 자리잡고 있는 도서관이라면 분명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릴 것 같다. 물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을 하다보면 내부의 적을 만날 수 있고 시행착오를 통해 기대했던 이야기 대신에 가슴을 도려내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처럼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해야 이전에 없던 결과가 나오는 법' 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진다면 그 기관의 기관장은 그 직원 때문에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들을 것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는 보수만큼만 일한다고 하는 소리를 곧잘 듣곤 한다. 

 

이 책은 도서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 좀 읽어야 합니다' 라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이 많다. "독서야 말로 가장 안전하게 낯선 세상을 여행하는 법" 이라는 말도 디지털 매체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책 읽기를 통해 낯선 세상을 들여다보라는 또 다른 여행법을 넌지시 던지고 있다. 책이 담고 있는 세상은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읽어내는 자만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책이라는 것은 참 공평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만큼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니 뿌린만큼 거둔다는 진리가 통하는 것이 독서인 것 같다. 

 

독서는 투자한 것만큼 정직하게 거둬들일 수 있다. 10년을 책 읽기에 투자했으면 반드시 어떤 모양이든 결과가 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이 깊어졌으니 대화의 질도 높아지고 인간 관계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드러나게 된다. 인간 관계가 좋아지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사람이 곧 재산이 된다. 사람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것 기회들을 얻곤 한다. 무엇보다 독서의 유익은 정신 세계가 풍성해 진다는 점이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정신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니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들이 달라진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사람은 침착하게 대처하여 위기 상황을 넘기는 경우가 있다.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켜켜히 쌓인 능력으로 주도적인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다.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의 김지우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 진로를 잘 선택한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지 안 봐도 그려진다. 누구든 자신의 진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최고의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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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를 만든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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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철학자로 익히 알려진 김형석 교수의 독서 인생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100세 철학자로 살게 된 힘이 바로 독서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책 날개에도 소개해 놓았듯이 그는 1920년생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초중고를 보내야 했던 암울한 환경에서 한 권 한 권의 책이 귀했고 학교 공부 대신에 독서로 학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일본 유학 시절에는 일본인들의 독서 습관을 보며 일본의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 출판사 책 판매 부수량이 당시 우리나라 전체 출판사의 책 판매 부수량보다 많았다고 하니 일본의 독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 가능할 것 같다.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진로를 철학으로 방향을 잡는다. 철학과 역사를 저울질 하다가 철학으로 방향을 잡았던 이유가 깊이 있는 사상의 근거는 철학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철학의 본고장이었던 독일의 철학자를 중심으로 철학이라는 학문의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형석 교수의 독서는 철학서에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났다고 보면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철학이라는 말만 떠올라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김형석 교수는 어떻게 그 어려운 철학을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자신의 업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 

 

바로 독서의 힘이었다고 말한다. 기승전결 독서다. 학창 시절부터 어려운 책을 읽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무작정 읽었다고 한다. 계속 읽어내다보니 어려운 단어도 익숙해 지고 다음 책에서 익숙한 단어를 보며 희열을 느끼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철학이라는 개념도 남보다 손쉽게 받아 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사상을 기록한 책을 처음부터 읽어내기 보다 차근차근 자신의 수준에서 조금씩 수준을 끌어올려 읽어내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문학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에 빠져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며 읽으며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톨스토이 박사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톨스토이에만 머문게 아니라 어느 정도 톨스토이를 이해하고 나서는 다른 사상가들의 책들도 파고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의 김형석 교수는 책이 만들어낸 셈이다. 독서에 미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형석 교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모든 이들이 지성인들이 되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전이야말로 깊이 있는 뿌리라고 본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잎이 건강하게 자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고전으로 사상적 깊이를 깊게 파야 수준있는 지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대중매체로 인해 가벼운 정보나 지식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깊이 있는 사상, 기초학문의 탐구 없이는 결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발달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말이 가벼운 이유는 독서로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확히 말하면 고전을 통해 깊이 있는 사상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김형석 교수는 지적한다. 지도자가 되기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고전의 벽을 넘을 것을 조언한다. 독서는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시킨다. 위대한 지도자는 독서하는 습관이 몸에 베인 사람이며 깊이 있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나의 독서 습관을 비교하게 된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어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가벼운 책을 읽으며 이만큼 독서했다는 것에만 스스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 않는지 반성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좀 더 어려운 책을 읽어내는 일에 도전해야겠다. 나만의 사상의 깊이를 좀 더 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100세 철학자가 만들어진 것이 깊이 있는 독서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다. 무게감을 키워가야겠다. 정신적 무게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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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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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출판사에서 <도서관 소설집>을 펴냈다. 말 그대로 도서관을 배경으로 여러 분의 작가분들이 단편 소설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중학생, 고등학생이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아픔들을 작가의 시선에서 서술하고 있고, 그들만이 겪을 수 있는 아픔들을 사건으로 정리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도서관은 과거의 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 시대에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생활한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은 어찌보면 전혀 생뚱맞은 곳이 될 수 있을터인데 작가들은 도서관이 이 시대의 최후의 보루인것처럼 하나같이 사건의 해결장소이자 질풍노도처럼 다가온 감정의 해결창구가 도서관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싶다. 

 

"진실한 이야기가 담긴 게 책이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설령 남이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사실 누구도 그 책의 내용을 온전히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때론 그 책의 주인공들도 이해 못 할 때가 있으니까" (136쪽)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기도 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이 곧 내가 되기도 한다. 내가 겪었던 비슷한 사건이 읽혀질 때 공감이 되며 어떻게 감정을 지켜야 되는지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요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아니 어려워지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 사람 대하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가출할까 고민하는 작품 속 주인공도 도서관에서 결심을 돌이키며 주변의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덤덤히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책의 대표 제목이기도 한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라는 단편 소설도 친구와의 관계를 가지고자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여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도서관에 있는 책을 감춘다. 다람쥐가 겨울에 먹을 도토리를 땅 속에 감추는 것처럼. 도토리를 찾기 위해 주인공들은 서가를 보물찾기 하듯이 돌아다닌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다람쥐가 되고 다람쥐가 사는 숲이 곧 도서관이 된 셈이다. 

 

나 또한 도서관에서 알게모르게 참 많이 쉼을 얻는다. 자료를 찾기 위해 찾는 곳이 도서관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머리를 식힐 겸 찾는 곳도 도서관이다. 즐겨 찾는 분야는 아니지만 소설집을 통해 현대인들의 심리와 살아가는 삶을 살짝 엿보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 상당히 큰 도움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야기집을 꾸렸다고 해서 참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함을 참으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갔다. 현재의 이야기와 먼 미래의 종이 책의 귀함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까지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야기들 하나 하나 참 귀하고 값진 보물이라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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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의 생각 읽기 - 생각의 틀을 깨는 한 문장의 의미심장함
유영만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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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각이 굳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것을 생각해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 생각에서부터 새로움을 쫓아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새로운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생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시간도 필요하고 구성원들의 설득도 필요하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답습하는 것이 편하지 새로운 것을 구상해서 실천하기가 이래저래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바쁜 일과에 쫓기다보니 생각마저 굳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는 시간 확보가 우선인 것 같다. 시간에 지배당하면 피동적이기 쉽다. 반면 시간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보면 어찌보면 그 여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결정은 딱 한 가지다. 현실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스스로 몸부림치는 경우다. 결단이 있어야 하고 수고로움이 따라야 한다. 


 


저자는 생각 디자이너다. 책날개 저자 소개란에는 지식생태학자, 책 내용에는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별칭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고 있는 분이다. 역시나 책 내용 전부가 그가 생각해 낸 언어와 지식들이며 단순히 언어유희와 말 잔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세상에 좋은 말은 많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대로 내 몸이 움직여 깨닫지 않으면 말의 잔치와 언어유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옳은 말보다 어설프고 서툴지만 내 몸의 수고로 재해석된 한마디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소중한 지혜로 다가옵니다" (315쪽)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식생태학자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생각에 기초한 언어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살아온 배경을 "세상의 옳은 말보다 어설프고 서툴지만 내 몸의 수고로 재해석된 한마디" 로 정의한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글에서 저자의 일상적에서의 실천적인 삶의 모습이 상상이 그려진다. 참고로 저자는 직업계 고등학교 출신이며 용접이며 현장에서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한 삶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 (166쪽에서 언급함)


 


 


사전적 의미로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적자생존을 한자를 살짝 바꿔서 적자(赤子)로 표기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생기는 결손액. 장부에 기록할 때 붉은 글자로 기입한 데서 유래함.


즉, 적자를 보는 인간관계만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인간관계라는 다른 의미로 언어를 재생산했다. 직장 안에서 적자를 보는 듯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면 대부분 내 편으로 삼을 수 있다. 내가 이익을 보려고 하기에 쌈이 생긴다. 내가 조금 더 편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긴다. 저자의 '적자'생존이라면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될 수 있겠지만 멀리보면 결국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한다. 우스게 소리로 학교 현장에서는 '적자생존'을 적는 자(기록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라고 웃픈 이야기를 많이 내뱉곤 한다. 다양한 민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제는 저자처럼 '적자생존'을 인간관계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미래의 일들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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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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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을 대학 교수로 칭하지 않고 지식생태학자로 소개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교수라고 직업을 말할 때에는 크게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듣는 이도 상대방이 교수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안다. 그러나 관심은 그때 뿐이다. 반면 '지식생태학자'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바로 알아듣지는 못해도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키고 한 번 더 보게 한다. 이처럼 직업을 소개할 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나만의 네이밍을 별도로 생각해서 지어 말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천양지차다. 

 

나도 내 직업을 소개할 때 교감이라고 하기보다 독감(讀監)이라고 종종 이야기 한다. 讀은 '읽을 독'자, 監은 '감독할 감'자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학교 안에서 중간 관리자로 존재하는 교감으로 불리우기 보다 나의 정체성을 좀 더 담아낸 '독감(讀監)'으로 소개하고 싶다. 책 읽는 교감, 책으로 소통하는 교감, 책으로 성장하는교감의 의미를 담은 나만의 네이밍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를 읽었으니 좀 더 특별한 네이밍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감(讀監)' 에서 '독감(讀感)'으로 말이다. 

 

여기서 讀感은 읽을 독, 느낄 감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꾸준히 읽어내며 안주하려는 나의 타성을 깨부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공감하는 교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소개할 자리가 주어진다면 이제부터는 독감(讀感)으로 얘기해야겠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된다.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된다" (17쪽)

 

저자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의 인격은 언어를 보면 다 안다고.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언어는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세계를 알 수 있다. 요즘 나이에 맞지 않게 언어의 수준이 빈약한 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나부터를 돌아보더라도 그렇다. 내가 사용하는 어휘의 양, 어휘의 수준을 보더라도 새롭게 공부해서 사용하려고 하기보다 기존에 익숙했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박힌 것 같다. 언어의 변혁을 위해서는 그만큼 언어를 공부하고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사유와 노력이 필요한데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저자는 독서 그 자체가 언어의 깊이를 저절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책도 깊이 읽어야 하고, 읽은 책을 깊게 생각하며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글로 표현해 내지 않으면 언어의 수준이 향상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에서는 언어를 수준있게 향상시키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자신만의 어휘 사전을 만드는 법도 소개하고 있다. 신념 사전, 감성 사전, 은유 사전, 가치 사전 등 기존의 국어 사전과 다르게 자신의 삶과 연동하여 자신만이 특별히 정의 내릴 수 있는 어휘의 개념들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실천해 보기를 권면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말이 거의 대부분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착안하여 한자를 깊게 살펴보라고 말한다. 한자만 잘 알아도 사용하는 언어를 나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새겨지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는 언어의 비늘이 새겨진다"(25쪽)라고 말한다. 언어의 묘미를 알면 알수록 깨닫는 범위가 넓어진다. 가령 예를 들면 이렇다. 

 

127쪽

 

문제해결과 문제해소는 비슷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문제해결은, 문제가 완벽하게 규명될 수 있고 해결될 수 있다는 과학적 신념을 반영한 개념이다. 이에 반해 문제해소는 좀 복잡하다. 문제해소는, 상황에 따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항상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내재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문제는 절대로 완벽하게 해명할 수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심리적 합의'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해결과 문제해소는 문제를 바라보는 '결'이 다르다.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고 해소하듯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해소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해결보다는 해소해야 풀리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어휘라도 이렇게 깊게 들어가 생각하면 결이 완전히 다르다. 새롭게 바라본 언어를 통해 직면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곧 내 격을 좌우한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어휘 하나하나에 담겨진 뜻들을 꼽씹어 보는 기회를 삼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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