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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라 미안합니다 - 커피 생활자의 카페 감별기 ㅣ 카페 소사이어티 2
이기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8월
평점 :
에듀니티 출판사 편집장께서 글쓰는데 도움이 되라고 보내준 책이다. 이 책 읽으면 아이디어가 많이 생길거라면서. 편집장께서 손수 챙겨주시다니 감사할 뿐이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 를 읽어보니 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 알 것 같다. 저자 이기준님의 글 쓰는 패턴과 소재를 어떻게 얻고 문장을 이어가는지 무릎을 탁 칠 정도다. 먼저 글 쓰는 습관이 돋보인다.
그는 카페에서 글을 쓴다. 카페? 카페가 그의 작업실이다. 글 쓰는 공장이다. 갑자기 『강원국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님이 생각난다. 그도 카페에서 글쓰는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카페에 가야 글이 써진다고 하니 이기준님과 비슷한 유형의 작가다.
그는(이기준)는 카페 감별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는 카페에서 생긴 여러가지 일화와 단상을 담아낸 책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 산미가 특별한 원두를 볶아내는 카페, 개성있는 카페 주인장이 있는 카페, 화장실이 지저분한 카페, 주말에는 문을 늦게 여는 카페, 오랫동안 머물러도 눈치를 주지 않는 카페, 서비스로 리필을 해 주는 카페 등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직장에 출근하듯 도장 찍는 카페들의 특징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해 놓는 글들이 눈에 띈다. 평범한 카페의 일상이지만 저마다 모두 개성이 있는 카페들이다. 저자가 소개하기에 특별한 곳인지 특별한 카페라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아뭏든 저자의 펜끝을 지나간 카페는 독자들도 한 번 쯤 찾아가고 싶게 만든다. 이게 저자만의 글쓰기의 노하우이자 힘인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그곳에서 생각한 것들을 문장을 옮길 수 있는 힘 말이다.
카페가 글쓰기 작업 공간이 되자 덤으로 커피 전문가가 된 저자. 카페 방문기가 또 한 권의 책으로 멋지게 탄생할 수 있으리라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특별한 경험과 사건이 있어야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일상의 삶을 깊게 생각하고 글로 적아가다보면 그것이 곧 책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11월 출간을 앞두고 있는 나의 첫 책 <가제: 교감일기>. 생각만 해도 설렌다. 마치 이미 책 한 권이 나온 것 같다. 이제 6월 30일에 초고를 넘겨야 한다. 부담감이 있지만 어찌 어찌 시간이 흐르다보니 분량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편집장에 의해 난도질 당할 건 분명하다. 각오하고 있다. 다만, 부족한 글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구성하고 글을 썼다. 아니, 그동안 블로그에 써온 글들을 선별하여 잘 배치했다. 교감의 일상을 풀어내야겠다 싶었지만 만만치 않다. 교감 생활이라고 해봤자 고작 4개월 남짓하다. 교감 생활을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전부터 교감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 교감의 역할이 뭘까? 등을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하루 아침에 글이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은 저자는 카페에서 또 하나의 책을 만들어냈다. 결국 글이란 자신의 경험과 생각, 자신의 주변 생활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행동 반경 안에서 씌여질 수 밖에 없다. 학교에 머물고 있는 나는 결국 학교라는 소재 안에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일수록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적어 내려가야 한다. 누가 비판하든 말든. 내 생각을 글로 옮기다보면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라는 책 제목은 책 속 몇 개의 소제목 중 하나다.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매번 방문하는 카페에 갔는데 자신이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을 쓴 부분이다. 미안한 마음에 커피를 더 시키고 먹을 것을 추가로 시켰다고 한다. 4명이 앉을 테이블을 자신 혼자 독차지하면서 긴 시간동안 있으니 말이다. 나같은 사람이라면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참고로 나는 교감이 되고부터 주말에 글을 몰아 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주말에 한꺼번에 쓰는 편이다. 바로 읽고 쓰면 감동을 살려 잘 쓸 수 있을텐데 며칠 지나가 쓰다보니 그때 느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환경이 그런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쓰련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