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 일과 나의 미래, 10년 후 나는 누구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홍성원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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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대두되었던 문제 중 하나가 '일자리 감소' 였다. 과연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여러 가지 분석에 의하면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되 전체적인 일자리 수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기에 일자리 감소에 따른 두려움과 불안은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심지어 단순 노동, 사무직, 반복 패턴에 이루어지는 직종들도 살아 남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런 분석은 자신감인가? 아니면 오판인가? 저자는 <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는 해법을 제시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해법의 키워드는 '생각'에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두려운 것은 과연 인간 고유의 영역인 '생각'에 까지 미칠 것인가? 라는 점이다. 단순 연산이나 사람이 주입해 주는 데이터에 의해 움직여지는 수준에서 발전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다면 분명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반대로 주도권이 사람에게 있고, 사람에 의해 움직여지고 협업의 파트너로 사용되어진다면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고 본다. 결국 주도권 싸움에는 '생각'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번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때문에 편리한 점도 있지만 '생각'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뿐인가. 왠만한 사무 작업들이 컴퓨터에 의해 진행되고, 발달된 프로그램 하나면 복잡한 문제도 단시간안에 해결되기에 깊게 생각하기 보다는 쉽게 정보를 얻고 검색하려고만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 문제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맞서 유일하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가 '생각' 즉 생각하는 능력, 사고력이다. 더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 생각을 갈고 닦지 않으면 발달하지 않는 법이다. 기성세대를 향하여 꼰대라고 부른다. 과거 지향적인 언행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 아닌가 싶다.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기존의 관행에 빠져 변화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불러지게 된 것 같다. 나이를 떠나 젊은 사람들도 새로운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생각의 틀 안에 갇혀 고집한다면 이 또한 꼰대가 아닐까? 

 

조직 안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 예전에는 대인관계 능력을 최고의 항목으로 생각했던 것에 비해 오늘날에는 일을 잘 하느냐, 새로운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느냐 등 창의성과 관련된 항목을 우선으로 여긴다. 직장 안에서 상사에 비위를 잘 맞추기 위해 술 잘 먹고 회식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승진하는 옛 모습과는 반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새로운 제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직장에서 요구하게 되었다. 결국 '창의성' 에 달려 있다. 창의성은 깊은 사고력에서 나온다. 저자는 사고력 계발을 위해 독서를 권면한다. 혼자 자발적으로 할 수 없다면 독서 모임에라도 가입해서 억지로라도 하라고 말한다. 인문학 고전은 사람의 내면을 통찰하게 하고 시대의 흐름을 분석하며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워주는 으뜸되는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정해졌다! 생각하려고 하는 기계에 맞서 인간도 이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교 안에 교감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시대다. 창의성과 공감력은 필수 조건이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예전의 관행대로 일을 하려는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철벽처럼 쌓여 있을 수 있다. 경청하며 공감하기 보다 지시하고 판단하려는 우월감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의 안정을 고수하기 위해 복지부동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 교감' VS '생각하는 교사' 라는 구도로 진행된다면 교감의 자리는 분명 위태해 질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 끊임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 독서도 생각을 끌어내지만 글 쓰는 것만큼 생각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감 일기든 독후감이든 하루의 단상이든 꾸준히 생각한 바를 글로 써야 사고력의 후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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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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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첫째날이다.

 

방학이라고 해서 교감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물론 학기 중과 다른 점은 있다.

 

교무실이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말수도 적다. 정말이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사실이다. 단, 직장 안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잘 내뱉는다. 직업상의 내 모습과 개인적인 나의 모습은 정말 반대다. 학기 중과 다르게 교무실이 조용해지면 참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있다. 교무실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무행정사님, 가끔 출근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혼자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이서 좋다. 그리고 내 책상은 <나만의 서재>가 된다. 학기 중에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듀얼 모니터라 한 쪽 컴퓨터 모니터에는 업무관리시스템 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쪽 모니터 화면에는 필수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할 원격연수 화면을 띄워 놓고 나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곁에 책을 펴고 읽어내려 간다. 이런 형태의 독서를 오랫동안 해 왔기에 나름 익숙해져 있다. 교사 시절에는 독립된 나만의 교실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짬 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교감이 된 이상 물리적으로 이전의 분위기를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나만의 서재>를 꾸릴 수 있다.

 

10년 전부터 <나만의 서재>를 인터넷 공간에 꾸려 운영 중에 있다. 이름하여 <이창수의 서재>다. 촌스럽게 내 이름을 만천하에 공개하듯 서재의 이름을 실명으로 지은 이유는 아마 그때 당시 유명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슨무슨 서재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자주 연 것으로 기억된다. 그 바람에 서재의 이름을 <이창수의 서재>를 짓고 한 편 한 편 누가 찾든 말든 읽은 책들을 기록해서 올렸다. 10년이 지나니 인터넷 가상의 서재이지만 <이창수의 서재>가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저자처럼 독립된 공간의 물리적 서재는 아니지만 나름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재가 되었다. 블로그 안에 검색 기능이 되어 있어서 찾고자 하는 키워드만 넣어도 관련된 용어들이 발췌된다. 강의를 준비할 때에 큰 도움을 얻는다. 책 쓸 때도 도움을 얻었다.

 

베이스 캠프 얘기를 해 보자. 베이스캠프는 <서재의 마법>에서 저자 김승(P)님이 자신의 독서 여정 속에 기초를 마련한 곳이다. 보통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 원정대 같은 경우에는 식량이나 필수 보급품을 보충받기 위해 반드시 설치하는 곳이 베이스캠프라고 한다. 베이스 캠프는 등산 원정대원들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기지요 생명의 젖줄이다. 독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막히고 힘들고 전환점이 필요할 때 순간 순간 베이스 캠프를 찾는다고 한다. 그에게 베이스 캠프란 서재를 말한다. 그는 오늘도 베이스 캠프에 차곡 차곡 지식을 모으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다양한 신문을 읽고, 신간 서적을 읽고, 영화와 영상을 보는 곳이 서재다. 참고로 저자 김승(P)님은 20세부터 2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지식들을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정리정돈하며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독서는 곧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독서 경험과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김승(P) 만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바로 <서재의 마법>이다. 20년 넘게 꾸려온 김승의 베이스 캠프를 취재한 책이 <서재의 마법>이다.

 

지식을 취급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지식을 재생산하여 미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할 교사들이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교사들에게도 베이스 캠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의 만남이 지속되다보면 고갈되는 느낌이 들고 자원이 바닥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다. 재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지식을 다루고 지식과 함께 살아가야 할 교사들에게 재충전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일이다. 처음부터 정돈하여 꾸릴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신만의 지식 베이스를 저장할 캠프를 완성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 캠프가 있느냐 없느냐가 교사의 실력을 좌우할 것임이 분명하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예전과 다르게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과거의 지식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다. 방학 기간 동안 재충전하면서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려볼 것을 권해 본다. 나도 나만의 베이스 캠프인 <이창수의 서재>에 영양분을 차곡 차곡 비축해 가는 기쁨으로 무더운 더위와 코로나19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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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 책의 집, 그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
조금주 지음 / 나무연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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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폭염이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연일 풍선효과로 나타나는 비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소식이 더욱 우리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곧 있으면 피서철 휴가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질텐데 염려가 된다. 학교도 최근 확진자 증가로 인해 학생 안전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기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방학을 당겨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전파 감염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전파될지 깜깜 무소식이기에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늘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마음도 답답하고 찌는 듯한 더위에 그래도 시원한 바람처럼 다가오는 곳이 있다면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무더위 쉼터처럼 누구나 찾아가도 부담이 없을 정도다. 책이 꽂힌 서가를 쳐다보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동네 구석 구석에 작은 도서관이 있고 집 근처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아름다운 도서관 강릉교육문화관이 있다. 작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세련미가 넘쳐난다. 공간도 널찍해 안에 들어가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다만, 코로나19 감염병 단계에 따라 좌석 수가 들쑥날쑥한다. 감염을 막기 위한 행정 조치다. 오늘도 강릉은 확진자가 30명 대를 넘었다고 안전문자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도서관도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잠깐 짬을 내어 서가에 꽂힌 신간 서적 중에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을 대출받아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도서관 관장이다. 역시 도서관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좋은 도서관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서라고 말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도서관을 꾸려가는 사서의 노력이야말로 최고의 도서관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2021년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도 책마루라고 불리우는 도서관이 있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자이지만 가끔 교직원들도 신간 서적을 대출받기 위해 이용하곤 한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교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사서 선생님' 이야기다. 물리적인 공간의 변모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 투입에도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건물 한켠에 자리잡은 곳이라 도서관이 갖춰야 할 최고의 입지 조건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의 랜드마크가 될 만큼 아름답게 바뀌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서 선생님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서가를 정리하고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여러 소품들을 배치해 놓았다. 자연미를 풍기기 위해 작은 화분들도 손수 만들어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아무리 좋은 책들이 즐비해 있고 막대한 예산으로 시설을 갖추고 있더라도 사서 선생님의 마인드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기에 도서관의 숨은 보물은 우리 사서 선생님이다.

 

중국, 미국, 대만, 핀란드, 일본 다섯 국가의 대표적 도서관을 직접 다녀온 소감을 사진과 함께 기록해 놓았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고 해외로 나갈 기회가 있다면 저자가 직접 다녀온 대표적 도서관들을 다녀봐도 좋을 듯 싶다. 늘 지저분하고 우리보다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지적 인프라가 이 정도까지 엄청나다는 것을 도서관의 규모와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일본이 독서강국이라고 들었었는데 이제는 중국이 훨씬 앞서지 않았나 싶다. 긴장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교육 강국 핀란드, 세계 최고 강국 미국, 작은 섬나라이지만 독서를 강조하는 대만. 이들은 도서관에 예산을 아끼지 않고 투입한다는 사실을 들으니 약간 부러워진다. 부러워하는 순간 이미 진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서가 중심의 도서관에서 청년층과 어린들을 겨냥하여 다양한 존을 구상하고 이용객들을 끌어들이는 공격적인 모습에 도전이 된다. 학교 도서관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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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이라 미안합니다 - 커피 생활자의 카페 감별기 카페 소사이어티 2
이기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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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니티 출판사 편집장께서 글쓰는데 도움이 되라고 보내준 책이다. 이 책 읽으면 아이디어가 많이 생길거라면서. 편집장께서 손수 챙겨주시다니 감사할 뿐이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 를 읽어보니 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는지 알 것 같다. 저자 이기준님의 글 쓰는 패턴과 소재를 어떻게 얻고 문장을 이어가는지 무릎을 탁 칠 정도다. 먼저 글 쓰는 습관이 돋보인다. 

 

그는 카페에서 글을  쓴다. 카페? 카페가 그의 작업실이다. 글 쓰는 공장이다. 갑자기 『강원국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님이 생각난다. 그도 카페에서 글쓰는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카페에 가야 글이 써진다고 하니 이기준님과 비슷한 유형의 작가다. 

 

그는(이기준)는 카페 감별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는 카페에서 생긴 여러가지 일화와 단상을 담아낸 책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 산미가 특별한 원두를 볶아내는 카페, 개성있는 카페 주인장이 있는 카페, 화장실이 지저분한 카페, 주말에는 문을 늦게 여는 카페, 오랫동안 머물러도 눈치를 주지 않는 카페, 서비스로 리필을 해 주는 카페 등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직장에 출근하듯 도장 찍는 카페들의 특징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해 놓는 글들이 눈에 띈다. 평범한 카페의 일상이지만 저마다 모두 개성이 있는 카페들이다. 저자가 소개하기에 특별한 곳인지 특별한 카페라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아뭏든 저자의 펜끝을 지나간 카페는 독자들도 한 번 쯤 찾아가고 싶게 만든다. 이게 저자만의 글쓰기의 노하우이자 힘인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그곳에서 생각한 것들을 문장을 옮길 수 있는 힘 말이다. 

 

카페가 글쓰기 작업 공간이 되자 덤으로 커피 전문가가 된 저자. 카페 방문기가 또 한 권의 책으로 멋지게 탄생할 수 있으리라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특별한 경험과 사건이 있어야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일상의 삶을 깊게 생각하고 글로 적아가다보면 그것이 곧 책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11월 출간을 앞두고 있는 나의 첫 책 <가제: 교감일기>. 생각만 해도 설렌다. 마치 이미 책 한 권이 나온 것 같다. 이제 6월 30일에 초고를 넘겨야 한다. 부담감이 있지만 어찌 어찌 시간이 흐르다보니 분량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편집장에 의해 난도질 당할 건 분명하다. 각오하고 있다. 다만, 부족한 글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구성하고 글을 썼다. 아니, 그동안 블로그에 써온 글들을 선별하여 잘 배치했다. 교감의 일상을 풀어내야겠다 싶었지만 만만치 않다. 교감 생활이라고 해봤자 고작 4개월 남짓하다. 교감 생활을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전부터 교감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 교감의 역할이 뭘까? 등을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하루 아침에 글이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은 저자는 카페에서 또 하나의 책을 만들어냈다. 결국 글이란 자신의 경험과 생각, 자신의 주변 생활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행동 반경 안에서 씌여질 수 밖에 없다. 학교에 머물고 있는 나는 결국 학교라는 소재 안에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일수록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적어 내려가야 한다. 누가 비판하든 말든. 내 생각을 글로 옮기다보면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라는 책 제목은 책 속 몇 개의 소제목 중 하나다.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매번 방문하는 카페에 갔는데 자신이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을 쓴 부분이다. 미안한 마음에 커피를 더 시키고 먹을 것을 추가로 시켰다고 한다. 4명이 앉을 테이블을 자신 혼자 독차지하면서 긴 시간동안 있으니 말이다. 나같은 사람이라면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참고로 나는 교감이 되고부터 주말에 글을 몰아 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주말에 한꺼번에 쓰는 편이다. 바로 읽고 쓰면 감동을 살려 잘 쓸 수 있을텐데 며칠 지나가 쓰다보니 그때 느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환경이 그런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쓰련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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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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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났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잠과의 싸움을 이기고 일어났다. 기도하기 위해서. 아주 피곤해서 알람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끄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새벽에 일어나 교회를 향한다. 아내와 함께. 새벽은 약간 차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자동차를 어렵게 빼낸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주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다. 젊은 사람들은 새벽잠을 뿌리치기가 싶지 않기 때문일게다. 주로 나는 기도의 시간에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먼저 기도한다. 그리고나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나중에 나를 위해 기도한다. 기도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들을 축복한다. 걱정되고 고민되는 부분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약 한 시간 가량 지나고 교회 밖을 나오면 환하다. 일찍 해가 떠서 잠이 확 달아난다. 아내는 피곤한 모양인지 다시 잠자리에 든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든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책에 다가 글을 써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거다.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지, 실패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일상의 삶을 큰 고민없이 써 내려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을 쓰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맞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면 어떻게 쓰든 뭘 쓰든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내 삶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글쓰는 습관도 생기리라. 나는 올해부터 수첩에다가 하루의 일들을 일기 쓰듯 글을 쓰고 있다. 근무 시간 중에 짬짬히 쓴다. 그때 그때 일어난 일이나 생각들을. 글을 쓰면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한 감정도 정리된다. 신기할 정도다. 옆에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수첩에다가 글 쓰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 보여 주는 글이 아니니 생각나는대로 쓴다. 그렇게 써 내려가다보면 나만의 1년 역사 기록이 되겠다 싶다. 

 

지금도 고요한 아침 시간,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고 난 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아침 8시면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정말 조용하다. 아파트 단지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하다. 스마트폰을 멍하니 쳐다볼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아침의 삶을 글로 써 보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내게 칭찬해 주고 싶다. 오후에는 막내랑 아내랑 함께 가까운 산책길을 걸어야겠다. 지난 번에 산길을 걷다가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던 것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막내다. 코로나 핑계대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막내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가진다. 어렸을 때는 부모와 자주 지냈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니 친구가 더 좋은 모양이다. 더 크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할텐데. 

 

어머니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겨울에 다친 발 때문에 아직도 목발을 의지한다. 눈도 침침해 지고 계신다. 틀니를 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인다. 고생의 흔적이 얼굴에 가득 보인다. 얼마나 오래 사시겠는가. 살아계실 제 더 자주 찾아뵙고 맛난 음식도 사 드려야 하는데. 불효자다.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이 내가 있는데 말이다. 

 

아내는 최근 들어 움직임이 많아진 나를 보며 뭐가 중요한 지 잘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아내의 말 뜻은 이렇다.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 쓰러워보인다는 말이다. 쉬엄쉬엄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일중독인가?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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