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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새벽에 일어났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잠과의 싸움을 이기고 일어났다. 기도하기 위해서. 아주 피곤해서 알람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끄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새벽에 일어나 교회를 향한다. 아내와 함께. 새벽은 약간 차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자동차를 어렵게 빼낸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주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다. 젊은 사람들은 새벽잠을 뿌리치기가 싶지 않기 때문일게다. 주로 나는 기도의 시간에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먼저 기도한다. 그리고나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나중에 나를 위해 기도한다. 기도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들을 축복한다. 걱정되고 고민되는 부분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약 한 시간 가량 지나고 교회 밖을 나오면 환하다. 일찍 해가 떠서 잠이 확 달아난다. 아내는 피곤한 모양인지 다시 잠자리에 든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책 한 권을 든다.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책에 다가 글을 써 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거다.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지, 실패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일상의 삶을 큰 고민없이 써 내려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을 쓰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맞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면 어떻게 쓰든 뭘 쓰든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내 삶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글쓰는 습관도 생기리라. 나는 올해부터 수첩에다가 하루의 일들을 일기 쓰듯 글을 쓰고 있다. 근무 시간 중에 짬짬히 쓴다. 그때 그때 일어난 일이나 생각들을. 글을 쓰면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한 감정도 정리된다. 신기할 정도다. 옆에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수첩에다가 글 쓰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 보여 주는 글이 아니니 생각나는대로 쓴다. 그렇게 써 내려가다보면 나만의 1년 역사 기록이 되겠다 싶다.
지금도 고요한 아침 시간,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고 난 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아침 8시면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정말 조용하다. 아파트 단지에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하다. 스마트폰을 멍하니 쳐다볼 수도 있을텐데 그래도 아침의 삶을 글로 써 보았으니 이것만으로도 내게 칭찬해 주고 싶다. 오후에는 막내랑 아내랑 함께 가까운 산책길을 걸어야겠다. 지난 번에 산길을 걷다가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던 것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막내다. 코로나 핑계대고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막내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가진다. 어렸을 때는 부모와 자주 지냈는데 점점 나이를 먹으니 친구가 더 좋은 모양이다. 더 크기 전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할텐데.
어머니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겨울에 다친 발 때문에 아직도 목발을 의지한다. 눈도 침침해 지고 계신다. 틀니를 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연세가 더 들어 보인다. 고생의 흔적이 얼굴에 가득 보인다. 얼마나 오래 사시겠는가. 살아계실 제 더 자주 찾아뵙고 맛난 음식도 사 드려야 하는데. 불효자다.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이 내가 있는데 말이다.
아내는 최근 들어 움직임이 많아진 나를 보며 뭐가 중요한 지 잘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아내의 말 뜻은 이렇다.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 쓰러워보인다는 말이다. 쉬엄쉬엄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일중독인가?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를 읽으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