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던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59
은이결 지음 / 라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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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읽다!

 

청소년을 셋을 둔 아빠다. 특히 여고생을 둔 아빠로서 청소년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 「한 소리가 있어」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딸과 아빠의 감정 대립, 딸에게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아빠의 실망은 미움으로 변하고 결국 갈 때까지 가게 되는 모습을 보며 책 속에 묘사된 '그 아빠'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참 힘들겠다 싶다. 『잘 모르던 아이』에 등장하는 청소년들 죄다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어찌보면 부모들 사이에서 생긴 문제가 청소년들에게 전가된 느낌이다. 어른들의 이혼으로 상처받는 사람은 자녀들이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 바라볼까? 「동생년」에는 쪼개진 두 성인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룬다. 영문도 모른 체 새엄마가 있는 가정으로 들어가야 하는 청소년의 심정은 어떨까? '동생년'으로 불리우는 새엄마의 딸과 한 방을 써야 하는 마음은 어떨까? '동생년'은 불편해서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자신과 동일한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또 다른 나를 부르는 이름이다. 새엄마의 딸도 친 아빠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잘 모르던 아이」의 그 아이는 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간직한 아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는 아이다. 치료 기관의 상담 선생님에게도. 그러나 전학 온 새로운 친구에게 폭풍 수다를 떤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비밀을 풀어 놓는다. 받아줄 줄 알고. 그러나 외면 받는다. 시간이 흘러 터미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잘 모르던 아이'를 우연찮게 다시 만난다. 나는 잊었는데 그는 내 이름이 기억하고 아는 체를 먼저 해 준다. 나는 상처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데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 당당히 드러내놓고 밝힌다. 세월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어른인 내가 알지 못하는 청소년의 세계가 많다.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지금의 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 가치관들의 충돌을 읽어내지 못하기에 버럭 화부터 내지르는 어른들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다. 참 부끄럽다. 비행 청소년이 아니라 상처 입은 청소년이다. 조용하게 학생의 본분을 지키며 사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분노를 표출할 수 없어 다만 참는 것 뿐이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다만 어른인 우리는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들과 적정한 간격을 두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도 사랑을 알아가는 나이다.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은 나이다. 그런데 만약 「스토커」, 「너의 시작」처럼 동성을 마음에 품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집요하게 마음에 드는 동성을 스토커처럼 미행한다면 그를 향해 우리는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 

 

청소년을 읽어야 다양한 청소년을 만날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상처로 얼룩진 청소년을 읽어야 우리 주변에도 혹시 있을 수 있는 그들을 편견없이 만날 수 있다. 어른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읽어야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어른도 공부해야 한다. 청소년을 읽어내기 위해. 청소년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모라면 청소년을 읽어낼 때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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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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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작가의 자서전적 성향의 이야기인 듯 싶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안타까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만 빼고 작가의 삶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았다. 인도계 출신으로 낯선 이방 땅 미국으로 건너와 자수성가한 이민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민자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점. 작가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사춘기 소녀가 겪어야했을 남 모를 아픔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레하를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듯 싶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미국이나 인도나 한국이나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라면 부모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다. 그 당시에는. 어른들이 우려하는 댄스파티에도 어떻게 해서든 가고야 만다. 이미 그곳에는 친구들이 있고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야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땅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문화를 쫓아가야 하는 작품 속 인도 소녀의 고민은 곧 작가의 고민이었고 우리의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이민자들은 가족과 함께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몸은 떠나 있으나 그들의 정신적 가치관은 견고하게 남아 현재 살아가는 땅에서의 가치관과 충돌하고 때로는 수용하여 변화된다.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더더욱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게 된다. 낯선 곳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고향을 생각하게 되고 나와 함께 피를 나눈 가족들을 더 그리워하게 된다. 작품 속 레하의 어머니는 예고없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레하는 어머니의 암투병 과정 속에서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나을 듯 나을 듯 치료하는 과정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그러나 끝내 죽음의 강을 피하지 못한다. 가족 중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남 얘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읽혀질 것 같다.

 

작품 속에서는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껴질법한 다양한 인도 고유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인도라는 나라에도 각 지방별로 언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과연 우리로써 이해가 될까 싶다. 다른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와 아주 흡사하다.

 

인도에서 전해오는 문지방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처럼 문지방을 밟고 서 있지 말라는 이야기다. 문지방에 마귀(귀신)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마귀는 문지방에서 사는 거래, 엄마 말로는 그건 은유래. "

"뭐든 어중간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래"

 

독자들이 보기에 책 제목을 특이하게 생각할 것 같다.

『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빨강은 인도에서 좋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결혼식과 같은 경사로운 일에 빨간색 옷을 입는다고 한다. 인도 여자들이 종교적 의미에서 이마 한 가운데 점을 찍는 빈디도 빨간색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반면 하양은 인도에서 장례식 때 입는 옷 색깔이라고 한다. 미국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인도 사람과 미국 사람은 빨강과 하양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나 결국 '모두가 하나', '완전한 하나'라는 의미를 담아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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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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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127쪽)

 

『조보, 백성을 깨우다』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 문장을 뽑겠다.

 

'글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조선 시대에도 국정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있었다. 바로 '조보'다. 자료에 의하면 국가에서 발행하는 신문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조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국정 신문이 민간인에게도 배포된 적이 잠깐 있었다고 한다. 선조 임금 때. 그러나 약 100일간 운영되다가 폐간 되었다. 조보를 발행한 기관은 '기별청'이었고 오늘날의 신문 기자 역할을 하던 이들을 '기별 서리'라고 불렸다. 책 속 주인공 '결'의 아버지는 기별 서리였고 책의 주된 사건도 '기별청'과 '조보'를 두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려하는 내용들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겠지만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심일게다. 민심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언론'이 아닐까 싶다. 조선 시대의 언론의 기능을 담당했던 '기별청'과 기별청에서 일하는 '기별 서리'는 권력 기관도 아니고 고위직 관료도 아니었지만 권력자들이 가장 손아귀에 넣고 싶어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기별 서리였던 이필선은 권력자들이 언론을 조종하고자 할 때 직을 걸고 꿋꿋히 버텨 나간다. 

 

"무엇보다 비바람을 견뎌 내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쉽게 얻는 건 싸라기만도 못한 것이다" (10쪽)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하위직 관료였던 기별 서리 이필선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딸 '결'에게도 영향력을 미친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

글에는 힘이 있다!

글은 백성의 눈이 되어야 한다!

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살인이다!

듣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살인이다!

 

구구절절 문장 안에 직업 정신이 베어 있다. 돈과 권력에 유혹 당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을 지켜내기 위한 삶이 어찌 쉬운 삶일까. 가상의 청소년 소설이기는 하지만 가슴 속에 다가오는 느낌은 남다르다. 

 

"필사는 글을 단순히 베껴 쓰는 게 아니다.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이다. 그러니 필사라는 작업은 그저 붓을 놀리는 일이 아닌 것이야. 글의 본뜻이 제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필선의 딸 '결'은 기별청에 임시직으로 들어가 조보를 필사하는 역할을 한다. 조보를 배포하기 위한 용도이지만 이필선은 필사의 의미를 재조정해 준다. 

 

필사란, 단순히 베껴 쓰는 행위가 아니다!

필사란,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이다!

 

타자에 익숙해져 손글씨 쓰는 경우가 드물다. 의미있게 다가오는 문장들을 손글씨로 적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다보면 문장 안에 내가 들어가는 기분이다. 눌러 쓴 문장은 단순히 지나가는 화면 속 글이 아니라 내 인생의 순간의 문장이 될 때가 있다. 책을 선물할 때 짤막한 글이지만 책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인생의 한 문장을 적어 보낸다. 며칠 전 학부모와 자녀에게 책 표지 안 쪽에 손글씨을 써서 보낸 적이 있다. 학부모가 문자로 이렇게 보내왔다. '책 선물도 감동이었지만, 책 표지 안에 적힌 교감선생님이 써준 글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학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담임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책을 선물해 드리고. 책 선물해 드릴 때 정성껏 손글씨로 인생의 문장을 적어 보내고. 올 여름에 네 분의 학부모와 자녀들에게 책 선물해 드렸는데 효과가 금방 나타났다. 역시 글에는 힘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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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십대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2
하임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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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노심초사 자녀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많다. 자녀가 어린이였을때와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많다. '버르장머리 없다', '내 아이가 변했다', '나중에 뭐가 될련지 걱정이다' 등 대부분 자녀들의 장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 하임 G. 기너트 박사는 사춘기 시절을 지내고 있는 부모들을 상담한 사례들을 책 속에 담아냈다. 부모 교육서인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래저래해야 한다는 식의 지식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직접 부모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부모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도록 사고를 전환하는 과정, 자녀 양육 태도의 지향점 등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크게 <부모와 십대 사이>에 생기는 갈등 영역을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외국 사례이긴 하지만 청소년들은 국적을 떠나 모두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인 진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성에 관한 그들의 욕구, 부모가 기존에 자신들에게 보여 주었던 양육 태도에 대한 반항, 호기심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변할 수 있는 마약, 음주, 흡연에 관한 십대들의 생각에 부모들이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독자들의 몫으로 넌지시 던져주고 있다. 

 

부모는 왜 십대 자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가?

속 시원한 해결점은 없을까?

 

첫째, 부모가 가지고 있는 자녀관에 따라 갈등의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십대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은 그들을 단 하나뿐인 독특한 개인, 부모와는 다른 한 인간으로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45쪽)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할 때 배신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부모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간 인격을 존중하고 나와는 다른 존재임을 인정할 때 갈등의 국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부모가 자녀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 때 자녀의 말과 행동을 넉넉히 받아 줄 수 있다. 성급할수록 자녀와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부모는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호사는 범죄와 무관하게 피고인을 변호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할 만한 상황이 없는지 찾아내고 도움과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 (72쪽)

 

자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검사의 눈으로 조목조목 마음에 안 드는 점을 파헤치기보다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자녀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할 때 십대를 둔 자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지속해 갈 수 있다. 

 

셋째, 부모 세대와 십대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십대들은 또래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한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친구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십대들은 성장 중에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사는 만큼 배울 것이고 경험하는 만큼 부모처럼 성숙해 질 것이다. 다만, 지금은 변화 중에 있을 뿐이다. 

 

십대를 자녀로 둔 부모도 배워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 기술만 배워도 덜 싸운다. 서로 간에 상처가 줄어든다. 칭찬만 하더라도 뜬구름 잡듯이 추상적으로 칭찬하기보다 노력한 점, 성취한 결과, 느낌에 대해 구체적으로 하라고 말한다. 

 

"직접 인격을 칭찬하는 것은, 햇빛이 직접 내리쬐는 것과 같아서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눈을 부시게 한다" (136쪽)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부모들 자신이 어렸을 적 경험했던 상처들이 고스란히 지금의 자녀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좋든 나쁘든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 아이는 계속해서 십대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https://blog.naver.com/bookwoods/22258317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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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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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페스트!


1821년 조선에 콜레라 감염병이 휩쓸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3편에 보면 최씨네 가문의 큰 어른인 윤씨부인이 역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역병은 콜레라를 말한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을 때 역병이 들어 죽은 시체를 무덤을 묻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웃들이었다. 자신들도 전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다. 반면 최참판댁 재물을 노리고 들어온 조준구와 그의 부인 서울 홍씨는 역병이 돌자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괴질>에서도 콜레라가 창궐한다.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그렇다며 콜레라에 의해 죽은 황씨 부자네를 증오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웃들이 하루 아침에 돌변하여 저주하고 멸시한다. 21세기 괴질 '코로나19' 확진자를 한때 증오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감염병을 전파시킨 원인자로 취급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서 '우한바이러스'로 부르기도 했다. <괴질>에 나오는 역병의 감염 경로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괴질>에는 직업인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약초꾼 홍이 아버지, 의원 검불아재, 의원 이인구 등 역병이 창궐한 지역에서 의원 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의원은 아니지만 약초꾼 홍이 아버지는 이 산 저 산을 넘나들며 약초를 캔다. 힘들게 캔 약초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병 치료에 쓰라고 나눠준다. 악질 사또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아버지의 선한 모습을 보고 자란 홍이는 모두가 쓰러져 죽어가는 괴질의 현장 속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환자들을 돌보며 간호한다. '사람 목숨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소신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한다. 검불 아재도 전형적인 소명을 가진 의원이다. 자신의 원수도 치료해 줄 정도로 직업적 소명 의식이 굳게 잡힌 인물이다. 국가에서 파견한 의원인 이인구는 처음에는 몸을 사리지만 소명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이들을 보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 의원이든 아니든 어떤 직업이든 어떤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의원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사람이라면 감염병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원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히 그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환자를 먼저 돌볼 것이다. 교사도 소명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왜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하루하루 몸가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청소년들에게 이야기로 과거의 역사를 읽게끔 하는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단지 사건으로 접한다면 수 많은 사건 중의 하나로 넘어갈 수 있을거다. 그러나 콜레라를 통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바로 힘이 없고 낮은 계층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읽는다면 울림이 남다를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아니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감염병으로 다가온다.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특정 누구의 잘못으로 몰아갔을까?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직업이라도 위중할 때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도 보게 된다. 홍이와 완이처럼 직업을 선택할 때 남을 돕기 위한 길을 먼저 염두할 수도 있다. 역사소설은 재미만 느끼는 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시대를 읽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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