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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조앤 바우어 지음, 정지혜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0년 5월
평점 :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를 관통하는 주제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다.
"삶의 소중함, 퀘이커 교도의 삶, 흙수저 청소년의 삶, 투표의 권리"
호프(개명전: 튤립)는 아빠를 모른다. 엄마는 일치감치 집을 떠나 방랑하는 신세다. 이모를 쫓아 다니며 이른 나이부터 식당 웨이트리스로 살아간다. 기반을 잡은 식당에서 이제 편하게 사나 싶었지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주방장을 찾는다는 지역의 식당으로 이모와 함께 이동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습관을 지닌다.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라고 글씨를 새긴다.
웰컴 스테어웨이즈 다이너라는 식당의 주인은 '스툽' 이다. 그는 백혈병 환자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우선이다. 언제나 먹을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느라 빈털터리로 지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스툽도 마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선행을 한다. 스툽은 지역의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지역의 악덕 기업의 실태를 밝혀내고 체납된 세금을 받아 내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대단한 결심을 하게 된다. 현재 시장 '밀리턴'은 악덕 기업과 한패다. 겉으로는 지역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한 도구로 지역을 이용할 뿐이다. '호프'는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선거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에게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세요?"
상대편의 흑색 선전에 맞서 백혈병 투병 중인 '스툽' 사장을 위해 온 힘을 쏟아 선거 운동을 돕는다. 본인은 직접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나이지만 지역을 위해 일할 인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돕는다.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며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고 연설회에도 직접 참여한다.
시장 후보 '스툽'의 장점은 정치인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을 사로 잡는 연설문을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 퀘이커 교도인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말을 하나님이 알려 주실거라는 믿음을 소유하고 있다. 지나가는 구름처럼 조금 더디더라도 유권자들은 결국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알아줄거라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유권자들을 만나기 전에 골방 한적한 곳에서 따로 기도한다. 초조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요동하지 않은 체 만남의 순간까지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드리는 퀘이커 교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견디기 힘든 진실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백혈병이라는 힘든 진실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스툽은 언제 죽을 지 모르지만 하루 하루 소중한 생명을 감사히 여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호프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을 부인하지 않고 까다로운 손님, 힘들게 하는 손님의 서비스 요청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감당해 낸다. 죽음의 목전에서 뿜어내는 용기 뿐만 아니라 매일의 평범한 삶 속에서 낙담하지 않고 소박한 일이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용기를 내어 감당해 내는 일도 도전할 만한 삶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은 불법 선거로 판결되어지는 과정에서 패배한 '스툽' 사장이 시장으로 다시 확정되었다는 통보를 받는 부분이다. 선거의 결과보다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약속, 지역을 바꾸자고 함께 마음을 모았던 것을 무엇보다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안위삼고 있었던 중에 부정 선거가 드러나고 결국 선거 결과가 바뀌는 부분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백혈병이 다시 재개되어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었지만 그가 남긴 숭고한 정신은 마을을 하나로 응집케 하는 동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