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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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127쪽)

 

『조보, 백성을 깨우다』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 문장을 뽑겠다.

 

'글은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

 

조선 시대에도 국정 소식을 알리는 신문이 있었다. 바로 '조보'다. 자료에 의하면 국가에서 발행하는 신문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조보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국정 신문이 민간인에게도 배포된 적이 잠깐 있었다고 한다. 선조 임금 때. 그러나 약 100일간 운영되다가 폐간 되었다. 조보를 발행한 기관은 '기별청'이었고 오늘날의 신문 기자 역할을 하던 이들을 '기별 서리'라고 불렸다. 책 속 주인공 '결'의 아버지는 기별 서리였고 책의 주된 사건도 '기별청'과 '조보'를 두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려하는 내용들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겠지만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심일게다. 민심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언론'이 아닐까 싶다. 조선 시대의 언론의 기능을 담당했던 '기별청'과 기별청에서 일하는 '기별 서리'는 권력 기관도 아니고 고위직 관료도 아니었지만 권력자들이 가장 손아귀에 넣고 싶어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기별 서리였던 이필선은 권력자들이 언론을 조종하고자 할 때 직을 걸고 꿋꿋히 버텨 나간다. 

 

"무엇보다 비바람을 견뎌 내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쉽게 얻는 건 싸라기만도 못한 것이다" (10쪽)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하위직 관료였던 기별 서리 이필선은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딸 '결'에게도 영향력을 미친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

글에는 힘이 있다!

글은 백성의 눈이 되어야 한다!

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살인이다!

듣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살인이다!

 

구구절절 문장 안에 직업 정신이 베어 있다. 돈과 권력에 유혹 당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을 지켜내기 위한 삶이 어찌 쉬운 삶일까. 가상의 청소년 소설이기는 하지만 가슴 속에 다가오는 느낌은 남다르다. 

 

"필사는 글을 단순히 베껴 쓰는 게 아니다.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이다. 그러니 필사라는 작업은 그저 붓을 놀리는 일이 아닌 것이야. 글의 본뜻이 제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필선의 딸 '결'은 기별청에 임시직으로 들어가 조보를 필사하는 역할을 한다. 조보를 배포하기 위한 용도이지만 이필선은 필사의 의미를 재조정해 준다. 

 

필사란, 단순히 베껴 쓰는 행위가 아니다!

필사란,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이다!

 

타자에 익숙해져 손글씨 쓰는 경우가 드물다. 의미있게 다가오는 문장들을 손글씨로 적어보면 느낌이 다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다보면 문장 안에 내가 들어가는 기분이다. 눌러 쓴 문장은 단순히 지나가는 화면 속 글이 아니라 내 인생의 순간의 문장이 될 때가 있다. 책을 선물할 때 짤막한 글이지만 책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인생의 한 문장을 적어 보낸다. 며칠 전 학부모와 자녀에게 책 표지 안 쪽에 손글씨을 써서 보낸 적이 있다. 학부모가 문자로 이렇게 보내왔다. '책 선물도 감동이었지만, 책 표지 안에 적힌 교감선생님이 써준 글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학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담임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책을 선물해 드리고. 책 선물해 드릴 때 정성껏 손글씨로 인생의 문장을 적어 보내고. 올 여름에 네 분의 학부모와 자녀들에게 책 선물해 드렸는데 효과가 금방 나타났다. 역시 글에는 힘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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