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소리 - 위기의 고려, 불을 품은 마을 오늘의 청소년 문학 41
박윤규 지음 / 다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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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고려사》〈지리지〉에 딱 한 줄 나와 있는 역사의 한 토막을 드라마틱 하게 재구성한 노고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한 줄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직접 발로 뛰고 문헌을 샅샅이 뒤져 최대한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역사 이야기는 그 시대가 낳은 영웅을 중심으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아는 몽골 장수 살리타를 화살로 쏴 죽인 김윤후 장군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6학년 역사 시간에도 등장한다. 반면 저자가 사건의 스토리로 삼은 철을 제련하고 국가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눈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역사의 변두리라고 할 수 있는 무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려 시대에 철을 만드는 마을이 있었고, 철을 만드는 사람들은 천민 대우를 받았으며 철을 만드는 과정 속에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과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불매 소리'는 노동요로 전승되어 보관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소위 말해서 대감마님들이 아니라 사람 취급받지 못했던 천민들이다. 그중에 철을 만드는 일에 기술과 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노래 '불매 소리'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주인공 '달래'의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 그 이상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움직여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기술과 노동의 대가를 하대하고 보상을 낮게 해 주는 부분들이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점점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현대판 계급사회가 다시 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대우를 해 주는 사회, 더 나아가 국가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국난의 위기 앞에 철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철소민 부락이 보여주었던 헌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뜨거워진다.

유달리 철을 잘 다루었던 가야국의 후손들이 고려의 충주에 모여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 흔적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없지만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역사적 사실들을 전승해 갈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출판사의 역사 소설 시리즈 작업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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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날 메모리 도넛문고 9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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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은 편향적인 면이 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하려는 기억 왜곡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뇌의 의식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싶어 한다. 기억 왜곡이 인지 왜곡으로 전환된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학식이 많든 적든 머리가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억의 흐릿함은 결코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고통과 상처, 아픔과 절망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기억의 특성들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다. 정확하고 오래전 사건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소환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오히려 허점 투성이인 기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삶이 정겹기만 하다.

저자는 언제든지 기억을 저장시킬 수 있고 소환할 수 있는 외계의 별에서 지구여행을 떠나온 행성인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지구인을 위해 상담소를 열어 흐릿해진 기억력을 복원시키고 오해하고 잘못 기억된 부분들을 상기시켜 뒤틀려진 관계를 회복시키는 참 좋은 선한 역할을 맡는다. 행성인이 그토록 애달프게 관심을 주목시키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깨어진 가정, 상처 입은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다.

도둑질을 하든 폭력을 휘두르든 그들 모두 피해자라고 이야기한다. 법정에 서야 할 만큼 뻔뻔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처는 결국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가 무책임하게 행한 결과임을 말해준다. 겉으로 드러난 돌발 행동들이 미덥지 못하다고 그들의 삶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점점 지구인들은 사람을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평가한다. 옳고 그름을 보이는 현상에서 결정짓는다. 그들의 피해를 어루만지려는 행성인들의 모습이 참 반갑게 여겨진다.

청소년 성장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의 주된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기시키며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이 때로는 상식 밖으로 보인다고 정죄하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상처와 아픔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사회, 어른이 필요한 시대임을 말해준다. 누군들 스스로 파괴적인 삶을 살고자 일부러 계획하는 이들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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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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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성 정체성에 관한 영역이다. 윤슬빛 작가는 도발적으로 금기 사항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으로 만족하기보다 삶의 주제로 삼고 음지에서 양지로 관심 지역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무대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앙으로 과감하게 옮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감안하여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탄탄하게 끌어왔다. 우리도 잘 아는 바와 같이 보이지 않게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일반 가정들이 많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불안함을 느끼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 관심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비난과 손가락질보다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는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각자 결이 다른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선택이 아니듯이 말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온다. 예전과는 다르게 혐오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듯 하나 아직까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서로 다름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있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둔다. 사회가 세워둔 기준에 못 미칠 경우 비정상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린다.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의 형편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할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기보다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뻗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공교육 안에서 '성교육' 자체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옳고 그르다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하기 보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도 쉽게 써 볼 수 없는 주제를 지면으로 채워간 저자의 용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또한 저자의 필력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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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도넛문고 8
이재문 지음 / 다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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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 수 있는 시절을 지낸다. 흔히 사춘기라고 부르는 시절이다. 뇌를 공사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청소년의 시기는 참 힘든 시간이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지는 모든 환경들이 민감하게 다가오고 관계에 상처를 받고 말 한마디에 갈등을 겪는다. 다만 '그래도 되는' 시절이라 품이 넓은 어른들이 주위에 많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쓰디쓴 약을 삼키듯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색다른 시선으로 청소년을 바라본다. 그들을 가리켜 '마녀'라고 부르니 말이다. 악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독자들에게는 책 속 주인공들이 모두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하는 행동마다 나쁜 짓을 일삼을 것으로 상상할 텐데 스토리의 대부분은 선한 마녀라는 이미지로 부드럽게 다가온다.

깨어진 가정 속에서 자라는 마녀도 있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바보처럼 되어 버린 아버지를 원망했던 마녀, 쌍둥이 오빠를 경멸하고 부끄러워했던 마녀, 지나친 과보호 속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했던 마녀가 마법 같은 시간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그들만의 톡톡 뛰는 '마녀' 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현직 교감이다. 최근 '마녀'가 되어 가는 시간 속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 아이를 만나고 있다. 은서처럼 깨어진 가정의 아이다. 하람이처럼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다. 도준이처럼 위험스러운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아이다. 물론 겉으로 보면 심각할 정도로 염려스러운 아이다. 만약 이 아이도 마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아틀리에 같은 공간에서 마녀 수업을 받는다면 분명히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멋진 마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녀가 되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법과 같은 시간이 되도록 진득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마녀 할머니가 필요한 시대다. 청소년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야를 터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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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초능력 찾기 저스트YA 7
이진 외 지음 / 책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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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나에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초능력을 통해 현재 어려움을 말끔히 사라지게 하고 소원하는 것을 단박에 얻었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은 꿈이 아니라 견디어 나아가야 하는 과정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정가을은 의사가 되기 위해 기숙 학원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학생이 서울 강남에 살고 있고 빵빵하게 부모가 지원해 주는 가정이지만 정가을은 그렇지 않다. 엄마 자동차부터 차이가 난다. 빨간색 모닝. 외국 수입차 속에 국산 경차는 빈부의 격차를 느끼게 해 주는 단서가 된다. 정가을은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아 의사가 되는 일은 초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공부해야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일이다. 동물과 의사소통을 가능한 초능력도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숨은 초능력을 찾기 위한 학생들의 몸부림이 만만치 않다. 미래의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초능력을 얻기 위해 마법의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다. 아주 소수의 행운이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초능력을 통해서만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라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모두의 꿈을 노력을 통해 성취해 갈 수 있는 사회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초능력이 필요한 사회가 아닌 초능력을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를 통해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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