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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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페스트!


1821년 조선에 콜레라 감염병이 휩쓸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3편에 보면 최씨네 가문의 큰 어른인 윤씨부인이 역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역병은 콜레라를 말한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을 때 역병이 들어 죽은 시체를 무덤을 묻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웃들이었다. 자신들도 전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다. 반면 최참판댁 재물을 노리고 들어온 조준구와 그의 부인 서울 홍씨는 역병이 돌자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괴질>에서도 콜레라가 창궐한다.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그렇다며 콜레라에 의해 죽은 황씨 부자네를 증오한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웃들이 하루 아침에 돌변하여 저주하고 멸시한다. 21세기 괴질 '코로나19' 확진자를 한때 증오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감염병을 전파시킨 원인자로 취급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서 '우한바이러스'로 부르기도 했다. <괴질>에 나오는 역병의 감염 경로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괴질>에는 직업인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약초꾼 홍이 아버지, 의원 검불아재, 의원 이인구 등 역병이 창궐한 지역에서 의원 한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의원은 아니지만 약초꾼 홍이 아버지는 이 산 저 산을 넘나들며 약초를 캔다. 힘들게 캔 약초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병 치료에 쓰라고 나눠준다. 악질 사또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만 아버지의 선한 모습을 보고 자란 홍이는 모두가 쓰러져 죽어가는 괴질의 현장 속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환자들을 돌보며 간호한다. '사람 목숨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소신으로 누구나 할 것 없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한다. 검불 아재도 전형적인 소명을 가진 의원이다. 자신의 원수도 치료해 줄 정도로 직업적 소명 의식이 굳게 잡힌 인물이다. 국가에서 파견한 의원인 이인구는 처음에는 몸을 사리지만 소명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이들을 보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 의원이든 아니든 어떤 직업이든 어떤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의원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사람이라면 감염병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원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히 그들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환자를 먼저 돌볼 것이다. 교사도 소명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왜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하루하루 몸가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사실을 근거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청소년들에게 이야기로 과거의 역사를 읽게끔 하는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단지 사건으로 접한다면 수 많은 사건 중의 하나로 넘어갈 수 있을거다. 그러나 콜레라를 통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바로 힘이 없고 낮은 계층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읽는다면 울림이 남다를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아니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감염병으로 다가온다.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제적인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특정 누구의 잘못으로 몰아갔을까?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직업이라도 위중할 때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도 보게 된다. 홍이와 완이처럼 직업을 선택할 때 남을 돕기 위한 길을 먼저 염두할 수도 있다. 역사소설은 재미만 느끼는 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시대를 읽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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