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단풍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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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곳곳에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편의점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었다. 목 좋은 편의점은 야외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호황을 누리는 듯하다. 반면 뒤늦게 개점한 편의점 중에 목이 좋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곳은 얼마 가지 않아 편의점 프랜차이즈명을 바꾸어 다시 재오픈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편의점은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장소이자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직장이 되기도 한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을 처음 읽었을 때 등장하는 인물이 주는 아우라에 그만 빠져들어 등장인물에 감정이 저절로 이입되는 경험을 했다. 작년에 불편한 편의점 두 번째가 나왔고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이참에 정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스토리를 맞이했다. 역시나 불편한 편의점이 주는 인간적인 감동은 변함이 없었다. 일반 시민들이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편의점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 빗대어 그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스토리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장소, 누구나 만날 법한 사람들, 평소에 겪었을 법한 사건들을 다뤘기에 많은 독자들이 애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편의점이 불편한 이유에 대해 독자들이 반감을 느끼거나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편의점이 모든 것이 다 갖춰 있고 휘황찬란했다면 그곳은 소비의 장소였지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현대인들이지만 불편한 편의점에서만큼은 모두가 불편해도 불편한 대로 여겨질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편의점을 지켜낸 사람들의 사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여전히 '독고'씨의 영향력은 보이지 않고 저변에 흐르는 샘물과 같았고 '독고'씨의 후임으로 인수인계받은 곽 선생님, 홍금보 씨, 그리고 강사장까지.

 

변화될 수 없는 사람들이 불편한 편의점에서 변화가 되었다. 세상을 주름잡던 사람도 자기 자식만큼은 어찌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자식을 변화시키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편한 편의점은 불가능한 일을 해 내고 만다. 불편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불편함이 오히려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동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불편함이 생기면 다짜고짜 항의하거나 민원을 제기한다. 자신의 경험하는 불편함을 마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직면하지 않는 사람은 불만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일 때 세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불편함 없이 자녀를 키웠다면 헛 키운 셈이다. 불편함을 몸소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족함 없이 모든 것 다 해준 자식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불편해야 편리함에 감사하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 세 번째가 혹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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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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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을 지켜내는 '독고'씨에게 이런 아픔이 있었을 줄이야.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과 따듯한 소통을 해 온 '독고'씨도 한 때에는 불통의 화신이었다니.

편의점이 편의를 봐주는 곳이 아니라 불편한 곳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입은 이들이 상처를 치유받는 곳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배가 고픈 것보다 관계가 고픈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상처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상처 깊은 자로 살았던 독고씨를 통해 말 못 했던 상처를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된다. 모두 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특징은 관계의 상실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점이다. 모두 다 자기 얘기하기 바쁘다.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가족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들으려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제각각 바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오히려 위로받아야 할 노숙자가 멀쩡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스토리에 많은 독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 얘기를 들어줄 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닐까.

나도 지금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아닐까. 

'독고'씨보다 못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도 불편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불편함을 들어줄 1인이 될 수 있다! 

 

독고씨를 살린 편의점 사장님의 삶도 잊지 못할 장면이다. 염 할머님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퇴직자에 불과하지만 그녀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이 가득하다. 자녀 문제 앞에서는 고장 난 저울이라고 표현했듯이 부모에게 기쁨이자 슬픔의 존재가 자녀인 것이 분명하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소통의 단절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얘기를 들어주어야 하는데 내 얘기, 내 생각부터 주입하려고 하니 단절이 생길 수밖에. 자녀 잘 되라고 하는 잔소리지만 자녀들 귀에는 성가신 소리에 불과하다. 독고씨의 처방처럼 삼각김밥에 편지라도 써서 책상에 올려놓아야 할 판이다.  

 

오래간만에 마음의 온도가 따듯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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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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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삼아 남는다!

 

마치 앞으로 세계적 펜데믹이 일어나면 지난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재앙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측을 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원인 모를 질병에 감염될 경우 죽을 때까지 직진 보행만 해야하는 듣도보도못한 질병 유형. 주인공이 가까스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감염된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데 일말의 양심 조차도 작동하지 않는 감염병 시기에 운전 가능한 자동차라면 무조건 탈취하여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과연 소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지 의심이 된다. 

 

도끼로 살아있으나 감염된 이들을 쳐야만 하는 악몽같은 세상에 오직 운전하며 탈출해야 하는 세상에 직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은 무엇일까? 죽음과 같은 세상에서 작동되는 것은 오직 생명 유지라고 저자는 말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윤리적 높음과 일말의 양심으로 사회적 규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인척 하지만 결국은 극단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모든 이들이 동일한 삶의 형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나와 클레어

 

자본이 우세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누구든지 사용자와 피고용인의 위치가 하루에도 몇 번 씩 바뀔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친구 덕에 고급스런 호텔에 묻게 되는 한나는 사실 그녀 또한 피고용인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만큼은 사용자인 것처럼 마인드 변신을 통해 호텔 피고용인에게 매몰차게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국은 자신도 그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클레어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에 작동하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심리 분석이 참 예리하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지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낸다. 이 부분은 독자들의 해석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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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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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오래된 도시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사진은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만약 사진 자료가 많지 않았을 때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 

 

소설가 김남일님은 100여년 전 서울의 모습을 사진 자료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남긴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 대한 여행 자료를 100여년 전 문학 작품 속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건져내어 깊이 있는 도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이 책은 학고재 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 근대 문학 기행 시리즈 중 하나다. 평안도, 함경도, 도쿄, 서울 등을 중심으로 문학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며 덤으로 도시를 기행하는 즐거움을 선 보이고 있다. 우리도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 근대사는 슬픔과 아픔의 역사가 간직된 시기다. 대일 항쟁기를 비롯하여 광복 이전까지 숱한 사람들이 나라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다. 특히 <서울 이야기>에 등장하는 문학가들 중에는 중도에 변절한 인물도 있지만 대다수 작품을 통해 저항 정신을 드러내고 나라 잃은 슬픔을 글로 표현했다. 

 

서울은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행정적인 수도일 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의 중심 도시였다. 수 많은 문학가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그들이 남긴 소설 속 배경이 되었던 서울의 모습이 당시 100여년 전 서울의 모습을 돌아보는데에 큰 도움이 되는 자료로 쓰일 수 있게 되니 글이라는 것이 효용성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저자가 발굴해낸 문학 속 서울의 이야기를 살펴 보면 이렇다.

 

1887년 경복궁 후원 건청궁과 향원정 일대를 밝힌 전기는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2년쯤 앞섰다. 그해 5월에 개통한 전차도 마찬가지다. 도쿄는 1903년이 되어서야 전차가 개통되었다고 하니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정반대다. 현재 우리의 행정 지명 명칭도 한일 병합 조약 체격 이후 조선총독부에 의해 변경되었다고 한다. 도, 군, 면 체계로. 

 

일제는 식민 정책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수시로 공진회니 품평회니 박람회니 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169쪽)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이러한 행사의 폐해는 이루말할 수 없다. 경복궁이 난장판이 되었다. 

 

당시 서울 사람들은 하루 하루 식사를 챙겨 먹는 일이 큰 일이었다고 한다. 서울 사람 하루 품삭이 일본인에 비해 턱없이 작았고 여자는 남자에 비해 더더욱 적었다고 한다. 옛 서울의 북촌은 사대부 명문가들이 살았고 남촌은 가난한 서민들이 살았는데 일본인들이 거주하면서부터 전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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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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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을 다룬 소설집이다. 대표적 국가 폭력으로 저자는 5.18 민주화운동, 제주 4.3 등을 손꼽고 있다. 이와 더불어 SF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긴 하지만 노동에 대한 탄압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내용도 담겨 있고 전교조 초창기 출범 당시의 교육 운동에 열의를 가졌던 교사들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소재로 한 내용도 소설화했다.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 속에 최대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적어야 했지만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갈등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야 했던 제주 4.3 과 국가 지도자에 의해 묵인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살상과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다. 역사가들은 역사란 새롭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 반복되어 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국가에 의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저자는 제주를 배경으로 꿈과 낭만의 이야기 대신에 제주의 사람들이 뭍에서 내려온 사람들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해야 했던 아픈 이야기를 제주의 역사와 함께 독자들의 마음 한 구석을 뭉클하게 만든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누군가는 죽여야했던 냉전 시대, 사람의 목숨이 동물보다 가볍게 취급 당했던 당시의 모습을 저자는 가슴 아프지만 생생하게 글로 표현한다. 

 

5.18 민주화 운동은 문민 정부부터 국가 지도자가 참여하는 법정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소설에서도 저자가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하듯이 한 쪽편에서는 광주 사태로 표기하며 단순한 민란이자 국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의 소행으로 취급하던 시대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글로, 영화로 다양한 방법으로 진실이 밝혀지면서 공식적인 명칭이 바뀌게 되었고 오늘까지 미래 세대에게도 민주주의란 결코 그냥 선물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책을 출간하면서 작정하듯이 발행일을 5월 18일로 정한 듯 싶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바늘 끝에 사람이'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부품화된 우리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SF적 요소를 가미하긴 했지만 인간을 공장의 한 기계처럼 여기며 인체의 대부분을 기계로 전환시켜가는 미래의 모습이 가학적일만큼 소름이 끼쳤다. 심지어 교체된 기계 장기조차도 소유권이 회사에게 있으므로 퇴사를 할 경우에는 엄청난 대금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장차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의 노동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켜갈지 예상케 한다. 

 

사람보다 이념을 중요하게 여겼을 때 국가는 총칼을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미래에는 사람보다는 자본을 중요하게 여겨 돈의 노예로 전락당하고 기계의 한 부품으로 전락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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