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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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골무형성증Sacral Agenesis’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과 두 발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나머지 신체와 균형이 맞지 않는 몸 상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척추와 골반을 연결하는 뼈인 천골이 없다. 그럼에도 선천성 장애를 지닌 여성 철학자의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부정당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깨닫자 본능적으로 이를 외면합니다. 몸이 불편한 것은 삶이 불편한 것이지 삶의 전부가 나쁜건 아니다. 자신의 결여된 부분을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며 자신을 지키낸다. 여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에 관한 완벽한 설명이 아니다. 장애인 여성의 삶은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요소와 시간의 연속이다. 저자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철학적 사유로 풀어낸다.

 

우리는 장애 여성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장애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 지는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우리 사회가 가진 장애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깨뜨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장애와 여성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처럼 한 몸으로 생각해야 한다. 장애와 여성을 분리할 때 마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노화와 장애는 삶에 있어서 당연한 수순이며 수치러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의료의 힘으로 얼마든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 싶다. 장애에 대해 문제점만 부각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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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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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그림자가 운명의 꼭두각시처럼 따라다니는 가문의 이야기다. 비극을 끊어낼 비책이 없다. 어쩜 이렇게 비극이 자연스럽게 가문 전체를 뒤덮을 수 있을까. 보복으로 살인되고 살아남은 어머니조차 트라우마로 알코올에 의지해 살아야 했고 그마저도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비참한 이야기가 쉴 틈 없이 이어져 내려간다.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도 애틋한 사랑은 잠시 연인과 딸의 비참한 모습을 연이어 봐야 했던 비극은 암울한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역사적 배경은 아일랜드와 영국 간의 대립이다. 식민 지배를 벗어나야 했던 아일랜드, 놓치고 싶지 않은 영국. 서로 죽이고 죽이는 전쟁이 결국은 사람들의 삶을 비극으로 이끌어간다. 제국주의 시대, 아일랜드의 투쟁의 역사. 그 속에서 운명의 꼭두각시처럼 바스러져 가는 개인들. 아일랜드와 영국의 지난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잔혹한 운명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내 보내는 가슴 아픈 가족사의 이야기를 통해 늘 그렇지만 평온한 지금의 삶이 결코 값없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역사적 배경을 인지하지 않고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자칫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이거나 기숙학교의 남다른 풍경만 기억에 남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을 것 같다. 슬픔과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자신이 목격한 그 장면을 회피하거나 또는 집요하게 붙잡는다는 특징이 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그렇다. 하지만 처참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빛은 여전히 작게나마 비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픈 이들만 느낄 수 있는 온화한 불빛이며 상처로 난도질당한 이들만 볼 수 있는 감사의 불빛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은 뭔가 남다른 점이 있다. 고요함 속에서도 울림이 크고 슬픔의 내러티브를 이어가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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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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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사람에 대한, 인생에 대한 학문이다. _217쪽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학문이고 타인을 엿보게 하는 학문이다. _217쪽 

 

문학의 문장들은 딱딱한 머리를 몰랑몰랑하게 만져 준다. _217쪽 

 

나는 문학 읽기보다 정보가 담긴 글들을 선호한다. 스토리가 읽는 몰랑몰랑한 글보다 사색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한다. 의도적으로 문학 책을 읽으려고 목표량을 정해 놓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지 않는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니포터라는 서평단 모집을 일부러라도 신청한 이유는 문학 책을 읽기 위함이다.  

 

문학이 가져다주는 힘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사람을 보는 눈을 폭넓게 해 준다.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는 요즘은 더욱 문학 책 읽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껴진다.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물과 사건, 배경이긴 하지만 결국은 사람 세상을 표현한 것이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과 타인을 알아가게 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봄>이라는 책도 사람에 대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타인을 엿보게 한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 성인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한 이견, 기존의 가정에 대한 변화의 불가피성,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문의 변동 등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자녀가 성소수자로 커밍아웃을 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담담하게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 자녀를 이해하려는 부모 세대의 생각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족들 대화에서 정치 분야는 이야기하지 말라라고 할 정도로 갈등과 대립이 유발될 수 있는 소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정도 예외가 없다. 정치가 부자간의 관계를 대립하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유의 영역임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정된다. 

 

현실 정치는 늘 뜨거운 감자다. 반면 독일의 작은 보이텔스바흐라는 곳에서 좌우의 지식인들이 모여 일종의 정치 에티켓을 논의하고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이텔스바흐협약'이다. 협약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정치교육에서 주입식 금지, 논쟁적 사안은 서로 다른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기 _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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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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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 내려는 거역할 수 있는 신 내림. 신 내림의 시작은 작고 작은 나무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줌의 빛줄기로 살아가는 작은 두 나무는 서로를 의지한 체 새들이 가끔 날아와 전해주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100년 또 100년 그렇게 세월을 먹으며 성장해 간다. 커다랗고 듬직한 어른 나무도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얘기처럼 태풍에 휩쓸려 뿌리채 뽑히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삶을 살아간다. 겨우겨우 한 줌의 빛줄기로 살아갔던 작은 나무들도 이제는 달콤한 영양분으로 키도 쑥쑥 자라며 큰 고목처럼 이제는 숲의 구성원으로 또 다른 작은 나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인간 문명의 발달로 인적 드문 숲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마구 잡이로 벌목을 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미수와 신복일. 두 청춘 남녀가 병원과 약국에서 만나 사랑을 틔워 가족을 이룬다. 장미수는 어머니 임천자로부터 임천자는 또 그 윗 조상들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부름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장미수 또한 신 내림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명의 자녀를 출산하지만 신 내림의 가계 족보는 그녀의 딸에게 다시 이어지는데.....

 

현실 같은 꿈 속에서 단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비정한 노릇은 장미수의 딸 신목화에게 어김없이 진행된다. 목화는 언니 금화를 살려 내기 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그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금화 또한 산 속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왜 단 한 사람일까? 차라리 여러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밤새 잠을 못 자는 일이 있더라도 훨씬 마음이 편하겠는데 목화에게는 그런 선택 사항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제일 처음 가제본으로 받아 읽게 되었다. 분량이 전체 원고의 삼분의 일 밖에 되지 않아 뒷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나무로부터 시작된 한 집안의 서사는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운명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감지하게 된다. 표지 그림처럼 수백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나무로부터 운명의 장난처럼 여겨지는 한 집안의 현실 같은 꿈 이야기는 끊임없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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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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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으로 초대박을 터뜨린 김호연 작가의 무명 시절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소설이다. 한창 콘크리트 팬덤을 유지해서 인기의 가속도를 높여 갔던 만화가들도 자신의 고유 창작 패턴을 포기하고 호구지책으로 학습만화의 전선으로 뛰어들어가는 대목에서는 안쓰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많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독자들이나 대중들에게 선 보이고 싶으나 시대의 흐름 탓인지 사람들의 취미의 변화 탓인지 외면받거나 얼굴조차도 내밀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들이 망원동 브라더스의 형제들을 통해 보게 된다.

 

만화가, 스토리 작가, 출판업계 영업맨, 공무원 준비생인 망원동 브라더스는 가장 값싼 월세방으로 사연 가득 안고 모여든다. 나이도 제각각이다. 20대 청년, 30대 청년, 40대~50대 중년.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한 젊은 청년들의 고뇌와 힘든 과정들이 소설 속에 그려지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 직업을 잃고 자존감마저 무너진 중년의 사내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재기의 발판을 노리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세상이 지금의 현실임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화려한 도시의 겉모습 이면에는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온통 부정적인 그늘로 얼룩진 것은 아님을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람의 본성이기도 한 이웃을 향한 사랑,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인심이 10평 남짓 옥탑방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볼 수 있다. 해장국 한 솥으로 함께 나눠 먹는가 하면 자고 온다는 소식도 없이 외박을 하는 브라더스가 있으면 서로들 발을 동동거리며 걱정해 준다. 편안한 삶은 아니지만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틋함 마음이 떵떵거리며 남 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 불편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회복하고 성장해 갔듯이 <망원동 브라더스>에서도 좁디좁은 옥탑방에서 텐트를 치며 살아가는 불편한 삶이었지만 서로들의 위로와 격려와 응원으로 소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들을 그려냈다는 점을 보면 이것이 바로 김호연 작가의 스토리 창작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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