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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아홉살 아이의 눈으로 그려낸 인도 슬럼가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들의 이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훈훈한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강자에겐 약하게, 약자에겐 특히 강하게 구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이들을 통해 이기심 가득한 인간의 내면을 다시 보게 된다.
'누가 당신의 이웃입니까'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에서 나오는 빈민가의 소년들을 보며 팬데믹 상황 속에서 시름하는 우리들의 이웃들이 오버랩된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장기간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회 밑바닥에 있는 약자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닭장처럼 비좁은 곳에 근무하는 콜센터 직원들. 지금의 펜데믹이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수 많은 돌연변이가 실시간 나타나고 있고, 수십 년 전 죽지 않고 잠들어 있든 숨어 있든 잠자코 있던 바이러스들이 또 다시 활동을 재개할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에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이웃이 되어야 함을 독자들에게 넌지시 던지고 있다.
자기보다 약하고 종교가 다른 이웃을 범인으로 몰아가며 배쳑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기심이 마음 한 구석에 아픔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종교는 우리가 세우는 모든 인종적, 성적, 사회적 벽을 끊임없이 허물고, 수많은 분열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으신다.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일체의 차별이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종교의 이기심을 낱낱히 보여주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에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참고로 <열두 예언자의 영성>의 일부분(65쪽)을 소개한다.
하나님의 백성이 예배를 통하여 형성한 하나님과의 공동체 의식은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공동체 의식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한 사회의 정의와 공의의 척도는
그 사회의 약자가 얼마나 배려받고 보호되고 있는지 달려 있다.
한 교회의 정의와 공의의 척도는
그 교회의 약자가 얼마나 배려받고 보호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한 개인의 정의와 공의의 척도는
그 사람이 약자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보호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린이 실종 사건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빈민가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사라져도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납치해 간 범인들은 돈을 받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유괴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밀매를 위한 의도된 계획으로 몸쓸 짓을 행한다. 아이들을 다시 되찾고 싶어도 그들에게는 돈이 없기에 쓰라린 아픔으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 인도 사회에 만연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이 소설은 인도를 넘어 제3세계의 모습도 연상케 한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북측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미 중국 국경너머로 팔려가는 북측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우리 사회의 인신매매에 대한 경종을 울리게 한다.
안타까운 사연들로 가득한 인도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학교에 근무하는 1인으로 남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윤 추구의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현대판 신분제로 불리우는 비정규직이 대량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삶의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태산이 되는 세상 속에 어른인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져주어야 할까? 결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때 과연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렇게 말하는 어른은 진심을 다해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희망 사항을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는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