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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 하늘·땅·자연·몸에 관한 2천 년의 합리적 지혜
신동원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2월
평점 :
먼저, 과학문명사란 무엇을 말하는걸까?
한국과학문명사는 하늘의 과학(천문학), 땅의 과학(지리학), 자연에 관한 과학(동물학, 식물학, 농학 등), 몸에 관한 과학(의학), 근현대 과학사까지 총망라한 포괄적인 영역을 다룬 학문을 과학문명사라고 일컫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연구 책임자로 있는 신동원 한국과학문명학소장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자들이 보기에도 9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책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막상 책장 한 장 한 장을 펼쳐보다보면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이면서 학창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 생활해 오면서 역사와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이라면 익숙하게 들었을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과학문명사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총 6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천문학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천문에 관한 다양한 유물 유적을 다루고 있다. 단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첨성대 처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유물 유적에 대한 기본 상식을 깨는 주장들을 만나게 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 관련 문헌과 여러 추정들을 신빙성 있는 자료들로 보완하고 있어 귀가 쏠깃해 질 것이다.
특히, 조선 시대에 중국의 수학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수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바로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그는 대대로 중인의 혈통을 이어온 가문에서 자라났으며 친가 외가 모두 산학(수학) 직업을 가진 가족력으로 일치감치 수학자로 대성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었다. 중국의 대수학자 하국주와 수학 문제를 겨뤄 이견 낸 장본인이 바로 홍정하였다. 조선 수학의 자존심, 홍정하는 후손들에게 전할 산학 입문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의 실정에 맞게 문제를 바꾸고 풀이 과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었다. 홍정하는 산학 실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산학을 가르치는 일에도 탁월한 학자였다.
2부에서는 우리의 땅에 대해 다루고 있다.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분철식으로 되어 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지역이 있다면 그 지역이 나온 부분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제작했다. 백성의 눈높이에서 만든 지도다. 산의 높고 낮음 뿐만 아니라 거리도 10리 단위로 점을 찍어 나타냈다. 지도를 사용하는 백성들의 생활이 편리해 질 수밖에 없었다.대동여지도는 백성들에게 저울과 같았다.
3부에서는 우리의 자연에서 농사를 짓고 다양한 동식물을 연구한 기록들을 담아냈다. 그 중에서 <자산어보>를 통해 바다의 생물을 분류한 정약전의 기록은 유배 가운데 연구한 것이라 의미 심장하다. 정약전은 정약용과 함께 사학에 물들었던 무리로 취급되어 겨우 목숨을 건지고 유배형을 받는다.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약전은 흑산을 자산으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玆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며 黑은 너무 캄캄하다는 뜻이다. 흑산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치지만 자산은 희미하지만 빛을 느끼게 해 준다. 흑산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였다.
4부는 유서 깊은 우리의 법의학과 한의학을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 법학의학서인 <신주무원록>에는 목을 매서 자살한 것과 타인에 의해서 목이 졸려서 죽은 시신의 증상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와 있다. 다산 정약용이 형조참의로 있던 어느날, 임금이 총애하는 규장각의 검서관들은 밤낮으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학자인 정약용에게는 명탐정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곡산 부사 시절에는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관련자들을 심문해서 범인을 찾아냈고, 형조참의로 임명된 이후에는 관련 문서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낸 것이다. 동의보감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임진왜란 중에 선조 임금의 명령으로 허준이 오랫동안 집필한 책이다. 허준은 인간의 몸을 우주로 보았다. 백성들이 스스로 질병을 다스릴 수 있게 처방전을 써 놓았다. 사상의 근간은 사주팔자, 명리학과 같이 사람의 모든 문제는 자신 안에 있다고 한다.
5부는 창의성의 결정체인 기술과 발명을 다룬다. 성덕대왕 신종, 석불사(석굴암), 고려청자, 금속활자, 한지, 화약과 화포, 거북선, 수원 화성, 석빙고, 온돌, 훈민정음 등 세계과학문명사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과학문명의 결정체를 상세히 조사해 놓고 있다. 6부는 근현대 과학사를 다룬다.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개항기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때에도 과학기술을 향한 발전은 멈추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2천 년 한국과학문명사를 한 권에 망라한 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를 역사에 입문할 기초서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