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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시대를 서양 역사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찬란했던 문명의 이면에는 문명을 있게 만든 마중물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황금기를 자랑했던 그리스, 로마 문명의 모태라 말할 수 있는 고대사를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책의 부제처럼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은 고대사의 근간을 이룬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배경이 바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물, 유적들을 통해 고대의 역사를 들춰낸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의 일독 뿐만 아니라 곁에 두고 찬찬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물론 고고학자들 간에 다소간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연구물을 통해 좀 더 폭넓은 고대사의 감춰진 역사를 알 수 있으며 깊은 우물에서 길어낸 단물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새롭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
학창시절에 구구절절 외웠던 세계 문명 4대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은 사막 지형으로 변형되었지만 문명 당시만 보더라도 목축과 유목, 농사 짓기에 적합한 지역이었기에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며 문명을 일궈 낼 수 있었다. 문명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메소포타미아는 중동 근방에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일치감치 사람들을 유인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4대 문명 발상지 답게 그들의 문자가 통용되었다. 일명 '쐐기문자' 다. 그들이 쐐기 문자를 통해 남긴 문자가 비문에 남겨져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으며 고고학자들을 통해 드디어 해독되기 시작되었다. 특히 구약 성경의 이야기 중 하나인 노아의 방주 사건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길가메쉬 서사시는 당시 문명을 해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인도 문명과 비슷한 환경에 놓였던 메소포타미아에서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군대가 패배한 이유도 전염병의 역사에서 찾고 있으며 문자로 기록된 자료인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쉬' 서사시에도 대홍수보다 전염병의 재앙을 잘 묘사하고 있다.<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윌리엄H. 맥닐>
길가메쉬 서사시는 실존했던 인물인 갈가메쉬라는 왕의 모험담을 전한다. 다양한 부족과 민족의 부침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일어났다. 그 중 히브리인이라고 불리는 민족은 원래 종족이 아니라 특수한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가리켰던 히브리인들은 결국 거대한 민족을 이루었고 가나안 지역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다만, 바다 사람이라고 불리운 블레셋(필리스티아)은 히브리 민족을 위협하는 최대의 복병으로 부상했다.
바빌론과 페르시아 제국의 흥망성쇠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결을 같이 한다. 에게해 문명으로부터 시작된 고대 그리스는 수 많은 철학자를 배출하였으며 민주주의 시작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영원한 제국이 없듯이 그리스 제국도 분열되었지만 분열 뒤에는 새로운 문명을 싹틔우게 했으니 바로 헬레니즘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대전제가 아직도 모든 사람의 귓가에 남아 있듯이 로마 제국은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우며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에서 시작된 내공이 차곡차곡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명은 제국을 만들고, 제국은 또 다른 문명을 잉태케 한다. 서양 고대사의 본류를 찾아 독자들이 탐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