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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한국사 질문사전 ㅣ 101가지 질문사전
권사라 외 지음, 이병익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3월
평점 :
나는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다. 내 기억 상 역사공부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를 통해 처음 접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시중에 역사 관련 책들이 봇물 터지듯 나와 있고, 유튜브 채널에 관심 영역을 검색만 하더라도 각종 전문가들이 설명하고 있는 자료를 손쉽게 얻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시대를 살았다. 고등학교 때 접한 '국사'는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사를 지식으로 접해야 했다. 굵직굵직한 사건의 연대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며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자잘한 역사 지식도 공부해야만 했다. 내 기억으로는 거의 대학교 사학과 수준의 디테일한 역사 지식도 거침없이 외워야만 했다. 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만점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국사'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문제집을 풀어냈고, 난이도 높은 문제집에 나와 있는 논문 수준에 가까운 첨부설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희열과 남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경쟁심에서 발로된 기쁨을 만낏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시험 결과는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막지하게 외웠던 역사 지식의 양은 지금도 따라할 수 없을만큼 엄청났던 것 같다. 같은 반 친구인 김 아무개는 참 역사를 좋아했고 늘 상위의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역시나 그는 작년에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경선에 나올 정도였다. 탄탄한 역사 의식을 소유한 터라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친구다.
<101가지 한국사 질문사전>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쓴다는게 그만 나의 과거사를 늘어 놓은 것 같다. 학창 시절 이후 본격적인 역사 공부는 각종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며 했다. 30대 후반에 읽었던 역사 책의 종류를 보면 이렇다. <숙종, 강화를 품다>, <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다산의 한 평생>, <중종의 시대> 등 인물을 집중적으로 서술한 책이거나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 중심을 기록한 책들을 통해 역사 지식 뿐만 아니라 역사 의식을 점검해갔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역사 지식이 고리타분하다고 해서 건너뛰게 되면 역사 의식을 갖추기 전 역사를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집 둘째 딸아이는 시험 때문에 할 수 없이 역사 공부를 한다. 매번 하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다고 한다. 우리 딸은 왜 역사가 재미 없다고 여길까? 아주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한다.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일게다. 그렇다면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일만큼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것처럼 스스로 질문을 갖게 하거나, 또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문을 던지는 책을 만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01가지 한국사 질문사전>은 역사 지식을 외면하지 않았다. 단순히 흥미 중심으로 토막 지식을 전달하려는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른이 읽든 청소년이 읽든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만한 질문을 던져 놓고 시작한다. 두꺼운 역사관련 책들을 보며 책장을 펼쳐보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대반사다. <101가지 한국사 질문사전>은 많은 독자들이 역사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빈틈을 주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 형식의 돌직구를 던져 버린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가 남한과 북한의 협력 작품이었음을 독자에게 질문으로 던진다. "뽀로로가 남북협력으로 만들어졌다고요? ", "봉오동과 청산리 영웅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라는 질문은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독립운동가들의 슬픈 사연을 소개한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 "조선 시대에도 수능이 있었나요?", "신라의 삼국통일, 최선이었을까요?" 등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하며 읽다보면 역사 의식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역사를 통해 나의 위치를 돌아보게 된다. 역사적 사고를 통해 나의 행동과 판단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가늠하게 된다. 역사를 통해 오랜 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과 선택과 행동에 깊이 감정 이입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역사적 의식이 부재한 사람이다. 오로지 '나'와 '현재'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세를 파악할 줄 아는 통찰력과 상대의 의중을 감지하는 관찰력은 역사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보건대 <101가지 한국사 질문사전>을 통해 계속된 질문거리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