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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가치, 학교와 같이 - 9인 9색 전남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전남마을교육공동체활동가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월
평점 :
최근 지역 내 작은 학교 복합체육공간 준공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전교생 30명 남짓한 학교다. 준공식에 병설유치원 원아들과 초등학교 학생들, 마을 어르신, 학부모, 지역 시장, 시의장, 지역 내 학교장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기 위해 오셨다. 이제 학교 안 공간이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학교가 존재하고 있는 마을의 복합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학교와 학교 공간을 함께 쓰는 프로젝트를 복합문화공간 만들기로 추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연한 주민의 일원이다. 학교와 마을이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가야 한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어른들은 행복을 품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건강한 학교, 건강한 지역의 밑거름이 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학생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마을교육을 위해 모인 공동체 안에서 협의는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먼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곧 존중과 신뢰다.
농어촌 소규모학교는 학교교육과정과 교과서만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제대로 찾기 힘들다. 마을의 자워능로 학교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마을에 대한,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공동 활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아이들이 잘 배우며 삶을 잘 누리고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지역사회를 뜻한다. (72쪽) 마을교육과정은 우물 안 개구리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한다. 다만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민이 수동적일 때에는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람간의 연결이 탄탄할 필요가 있다. 일상이 있는 연결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배움이란 관계를 맺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과의 연결을 중시한다.(78쪽) 자신의 집 주변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학생들과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소개하고 걷는 활동을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면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서 분명히 바꾸고 싶어하는 게 있다. '학교가 문을 안 연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부분 교사들은 마을에서 주민으로 살고 있지 않다.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마을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교사는 날마다 자신이 만나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삶의 토대를 알아가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시작이다.(87쪽)
마을교육공동체 교육활동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 밖 마을도 교육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교사들은 마을활동가들의 제안을 불편해 한다. 마을학교가 학교와 학생들을 본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오해한다.(88쪽) 마을교사는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강의, 돌봄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마을활동가들은 아이들이 마을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와 가정, 이웃을 이어주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다.(89쪽) 삶이 모습이 다른 이들이 공통된 가치로 이어진다.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만나서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동료 교사 간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주체가 함께 연결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마을교육과정은 일회성 행사나 사업이 아닌 교육과정 편성 및 교과 교육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과의 연계, 통합을 지향한다. 학교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교사는 교육철학과 수업을 혼자만의 틀에 가둬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사, 학부모, 마을활동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교육철학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학교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학교와 마을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 학교가 다 채워줄 수 없다. 교육은 오로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 온마을이 책임진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숲이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가꾼다' 벤쿠버 원주민들의 생활 철학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도 곧 연결이다. 마을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힘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채워진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지식 위주의 배움에서 아이들의 삶터와 연결되는 교육을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서로가 잘 하는 것을 중심으로 협업한다.
학교 교사들은 마을교사들에게 배운 교육활동을 교과 성취기준과 연결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계획안에 반영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녹여낼 수 있다.(151쪽) 마을교육이 일회성 체험학습을 넘어서려면 학교교사와 마을교사가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을 통해 관계가 쌓이고 함께할 내용을 고민하게 되면 다른 차원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과밀화의 반대말이 '과소화'는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기반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붕괴 지경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183쪽) 도시 사람들은 모여 있으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연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떠나가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 만드는데 학교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잠재력과 가능성의 보고인 농촌의 작은 학교는 '오래된 미래'이다. 마을은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태어나고 소멸한다. 마을이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망에 접속하고 그 안에서 깊게 얽혀 뿌리내리는 과정 그 자체다. 폐교는 지역 사회의 미래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지역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의 자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학교라야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다. 협력적인 문화가 가능하다. 마을과의 소통도 가능하다.(202쪽) 학부모들을 필요할 때 교육의 파트너로 여겨 마땅히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을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의 삶'이 가능해야 한다.
전라남도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마을교육공동체의 이야기들이 지역을 살려내고 학교를 살려내며 지역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