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낭만이나 감성이 고갈되는 것은 스스로 낭만이나 감성을 팽개치고 물질이나 현실에만 집착하는 속물근성 때문입니다. 속물근성은 대개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대표속성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완장까지 차게 되면 세상은 막장.
나태는 무능을 부르고 무능은 빈곤을 부릅니다. 무능과 나태와 빈곤을 모두 겸비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기와 불평과 욕설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사코 남의 결점만 물고 늘어집니다.
책만 읽어도 해결될 문제들이 수두룩한데 한사코 돈만 밝히니 결국 근심만 페이지 수가 늘어납니다. 책과 멀어지게 되면 기품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품과 멀어지게 되면 행복과도 멀어지게 됩니다.
닥치는 대로 읽으세요.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너무 힘든 일을 겪었다며 의지할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 독자에게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책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습니다.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감성을 기르는 데는 무엇보다 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형도의 시집.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포올러스
책을 안 읽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 싶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곤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방인 / 카뮈
대학생 독자들이 추천도서를 요청할 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박살난 햇빛이 마당 가득 흩어져 있고 맨발로 걸으면 발이 베일지도 모를 것 같을 때, 문득 뫼르소의 총소리가 환청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황금비늘 / 이외수
제 책을 처음으로 접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재미없으면 저를 욕하셔도 무방합니다. 캬캬.
추천인 : 이외수 (소설가)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가는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임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문학과 독자의 힘을 믿는 그에게서 탄생된 소설, 시, 우화, 에세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광적인 ‘외수 마니아(oisoo mania)’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이외수 님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