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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 어떤 깊은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볼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사소한 습관에 굳이 정신분석학적 사유를 동원하여 질문과 대답을 이끌어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날마다 반복하는 밥 먹기와 세수하기에 심각한 과학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왜 당연한 걸 묻고 그러실까요! 그런데 작가가 되고 나니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독서의 의의에 대해 밝혀 달라고 그런다. 큰일 났다.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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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또는 유년의 기억 / 조르주 페렉
페렉 특유의 언어유희와 세부 사물에 대한 정밀 서술. 챕터에 따라 점층적으로 펼쳐 보이는 홀로코스트 참상의 은유와 상징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중되는 압도적인 공포와 비극.
옛날에 대하여 / 파스칼 키냐르
‘과거’라는 테마 아래 키냐르가 펼쳐놓은 산책로를 따라 다만 미음완보微吟緩步하면 되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이탈로 칼비노
마지막 장에서 말하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 이 대목만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책 1호. 지옥의 일부로 살아갈 것인가, 지옥과 지옥 아닌 것을 구별하여 지속시킬 것인가.
기억의 공간 / 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도구와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기억의 속성도 다양하지만 핵심 요소는 역시 ‘해석’에 있구나.
이론 이후 / 테리 이글턴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글쓰기 감각,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 문화 현상과 문제들의 종합선물세트인데,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 폭탄. 이론서가 아닌 연작 블랙코미디를 대하는 듯한 서늘함. 그럼에도 우리 사는 이곳이 정말 살 수 있는 곳인지를 매순간 고민해 보게 만드는 본질적 의무를 망각하지 않는 책.
사유의 악보 / 최정우
그는 지금까지 보아온 국내 인문학 저자 가운데 가장 전방위적인 수비 범위를 갖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내에 이런 저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아픈 천국 / 이영광
읽고 나면 왠지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은 마셔 줘야 할 것 같은 착잡함에다 따뜻함과 유머가 함께 느껴지는 오묘한 시집.
추천인 : 구병모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편집자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집필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뒤 주로 성인 독자를 위한 소설을 써왔다. 작품으로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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