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사랑은 생명을 공동체에 입장시키는 절차이며, 죽음은 생명을 공동체에서 퇴장시키는 절차라 할 수 있다. 사랑과 죽음의 규제는 모든 윤리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윤리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만 되어 왔다.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을 직접 형성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윤리는 불가능할까? 다음에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그런 창조적 윤리의 형성을 위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향연 / 플라톤

플라톤의 ‘향연’에서 우리는 그리스인들의 사랑 법(ars amatoria)을 볼 수 있다. 플라톤적 사랑은 육체적 사랑을 배제하지 않으나 동시에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 높은 정신적 사랑으로 상승하라고 가르친다. 독자는 여기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그리스인들의 존재미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미셸 푸코의 ‘자기의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읽기를 권한다.


죽음 앞의 인간 / 필립 아리에스

오늘날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터부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 현대인은 평소에는 마치 죽지 않을 것 같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결국은 혼자서 외로이 죽음과 대면하게 된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동시에 삶을 완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죽음과 용감하게 대면함으로써 닥쳐올 죽음을 준비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완성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인문학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 결국 인간의 자기 인식을 위한 연구라 할 수 있다. 푸코에 따르면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은 원래 ‘너 자신을 배려하라’는 격언의 하위 규범이었다고 한다. 현대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것은, 자기가 자신을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창조적 윤리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노베르트 엘리아스, 문명화 과정

이 책에서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서구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사회적, 역사적, 구조적 변동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식민주의로 시작한 세계적인 서구화로 인해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서구인’은 근대인 혹은 현대인의 전형이 되다시피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근대 서구인의 탄생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이 책에서 푸코는 인간이 ‘주체’, 즉 자기 자신의 주인이라는 환상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우리가 ‘자율’이라 부르는 것이 실은 밖으로부터 강요되어 안으로 들어온 타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푸코는 설득력있게 보여 준다.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제일 먼저 벗어버려야 할 것은, 근대철학에서 선전해온 ‘주체’라는, 검증되지 않은 관념일 것이다. 



미디어는 세계를 만든다

   
  17세기의 인식론적 전회, 20세기의 언어학적 전회에 이어, 21세기 인문학은 또 다른 패러다임의 전회를 맞고 있다. 그것을 흔히 도상적 전회(iconic turn), 혹은 미디어적 전회(medial turn)이라 부른다. 17세기에는 세계가 의식에 의해 구조화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20세기에는 세계가 언어에 의해 수립되는 것으로 여겨졌다면, 오늘날에는 세계가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지배하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미디어를 이해해야 한다.  
   


발터벤야민의 문예이론 / 발터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오늘날 모든 미디어 철학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 비록 사진과 영화라는 1세대 미디어를 다룬 논문이지만, 거기서 발전된 개념적 틀은 TV와 라디오라는 2세대 미디어, 나아가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3세대 미디어를 논하는 데에도 범례가 되고 있다.



피상성 예찬 / 발렘 플루서

플루서는 이 책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세계와 인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한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주어진 것(datum)에서 만들어진 것(factum)으로 변화하고, 그 상관자인 인간은 주체(subject)에서 기획(project)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중요한 것은 세계의 해석이 아니라 세계의 제작일 것이다. 미래의 인문학은 더 이상 세계의 해석학이 아니라 세계의 제작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상상에서 나온다


   
  오늘날 세계는 더 이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의 상을 구축하는 것은 바로 상상의 힘이다. 상상력은 미래의 생산력이 될 것이다.  
   


보르헤스 전집 / 보르헤스

오늘날 포스트모던의 담론, 디지털 미디어 담론에서 얘기하는 모든 것이 이미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 문학적으로 개진되어 있다고 얘기하면 과장일까?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우리는 보드리야르의 철학과 같은 포스트모던의 담론은 물론이고,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대중문화 현상의 SF적 상상력의 원형을 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캐럴

어린이를 위해 쓴 루이스 캐럴의 동화가 얼마나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들뢰즈의 철학,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 이야기는 문학과 철학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연극 등 현대예술의 모든 장르에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추천인 : 진중권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독일 유학을 떠나기 전 국내에 있을 때에는 진보적 문화운동 단체였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의 간부로 활동했다. 1998년 4월부터 『인물과 사상』 시리즈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를 연재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 교수로 재직했다.

귀국한 뒤 지식인의 세계에서나마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과 논쟁의 문화가 싹트기를 기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변화된 상황 속에서 좌파의 새로운 실천적 지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진중권 대표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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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소리 2010-07-13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담아갑니다.

명사추천도서 2010-07-13 13:11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