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면 뭐하겠나. 그 괴로움의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원래는 쉬고 오면, 그 기운으로 더 활기차게 일하는 게 맞는 건데... 와보니 좋은 일은 없고 화나는 일만 잔뜩 있어서 더 그런가 보다.
다낭은 참 좋았다. 사실 다낭을 봤다기보다는, 다낭의 리조트를 누렸다고 봐야겠지. 날씨 좋고 한가롭고 리조트 시설도 좋고 해서 잘 쉬다가 왔다. 대체로 여행을 가면 돌아다니느라 리조트나 호텔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다들 피곤했고 부모님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리조트에서 시설 이용하며 잘 쉬는 걸로 방침을 정했더랬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드러누워 책을 읽거나,
개인 풀에서 어푸어푸 수영을 하거나, (사실 잘 못해서 워킹만? ㅎ)
요가 신청해서, 요가 pavilion 이라는 멋진 곳에서 요가를 하거나,
리조트 내 각종 식당에서 베트남식, 태국식 등등의 음식을 먹거나,
운하 비스므레한 데를 통통배를 타고 여유롭게 흘러가보거나....
자전거를 탈 줄 알면 곳곳을 자전거로 누비고 다닐 수도 있고.. (난 자전거 못 탄다. 아웅)
이곳이 천국이구나. 이런 데에서 한달만 있으면 몸에 있는 독소 다 빠져나갈거야... 식구들끼리 그런 말 하며 편하게 지냈다. 일정에 매여서 서두를 필요도 없이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니 좋았다. 여행 말미에는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더랬다... 여행 가기 전에 회의를 했었는데, 속에서 화가 치밀어 이러다 속병 나겠다 싶을 정도였던 건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돌 다 잊혀졌고. 여긴 다시 와도 좋겠다. 다낭이라는 곳이 참 좋구나...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랑생활을 좀 해볼가 싶기도 하다. 점점 이상한 얘기만 해대는 이 곳에 계속 근무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그래서 어제는,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살 건가, 나한테 돈이 얼마나 있지 한참 계산했다.. 흠. 빠듯하겠군. 그나마 일이 안 생긴다면? 흠. 어렵겠군. 그래도 한번 해볼까? 일년 정도 아니 딱 육개월이라도 좀 다녀보면 어떨까...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의 종류는 못 바꿔도 나는 좀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다 읽었다. 좋은 글이고, 곰곰히 씹어볼만 한 내용도 꽤 되었다. 요즘처럼 자기 얘기를 글로 표현하게 된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글을 써내고 있고 ... 그런 글들 중에는 그만 썼으면 하는 글들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글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써내는 분위기는 바람직한 게 아닐까.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사회. 그 책을 또 여러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좋다.
일해야지.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애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