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말하자면 이 세계에의 영향력이 결여되었다는 의식(意識)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타자에 대해 전혀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 동시대에 대한 수평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다음 시대에 대한 시간적이고 수직적인 영향력. 그것이 타자의 존재 어디를 찾아봐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

 

나만은 나이가 들어도 그런 환멸을 맛볼 리 없다고 어딘가에서 낙관하고 있었건만. (p155)

 

 

이 책, 좋다. 지금 1/3 쯤 읽었나. 사랑 이야기지만, 인생에 대한.. 왜냐하면 주인공 남녀가 40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듯 싶은데... 인생에 대한 성찰들이 곳곳에서 빛난다. 아울러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찌할 바 모르는 - 나이를 한참이나 먹었으면서도 - 남녀의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읽을수록 좋아지는 책이다, 아직까지는.

 

총체적인 감상은 다 읽고 난 후... 그러나 이렇게 먼저 성급하게 올리는 이유는, 저 위의 문구가 가슴에 확 박혔기 때문이다. 고독의 정의를 저리 사무치게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그 '고독'을 곱씹어가면 느낀 사람이 아니라면 저 글을 쓸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독은 그냥 외롭다 가 아니라... 주변 세계에 대한 나의 존재감이 상실될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라는. 아. 정말 백퍼센트 동감이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 문제적인 작가였다. 왜 모르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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