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쟁 실화영화라. 꼭 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인 분이 추천을 다시 해주셔서 어제, 없는 시간 쪼개서 갔다. 이것이야말로 IMAX로 봐야 한다는 말에, 용산에 가려고 타진, 이런... 제일 앞좌석 빼고는 다 매진... 왕십리? 여기도..ㅜ 좌절 끝에 상암 IMAX까지 갔다. 그래도 꼭 IMAX로.. 라는 마음 때문에.
일단 이 영화는 IMAX로 보길 추천. 처음부터 그렇게 찍었기 때문인지, 그 화면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쟁 영화라고 우당탕탕 싸우는 걸 기대한다면 오산. 사지에 몰린 영국군과 프랑스군. 바다 건너편에는 영국이 보이고, 지척에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은 아니라도 살 곳을 가지 못하는 이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사람이 사람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일들.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수많은 젊은 생명들이 해변가에서 죽어가고 그 속에서 오직 살기 위해 갖은 일을 벌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보인다. 전투기 조종사들의 헌신도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공포가 느껴졌다. 마구 쏴죽이는 영화보다 더 섬찟한 느낌을 자아내는 영화였다. 전쟁 영화이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역시 놀란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물론 호불호는 있다. 영국군에 편향된 내용이라는, 혹은 마지막에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연설을 날리는 처칠에게서 결국 이 영화의 결론은 이것인가 라는 자괴감까지.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좋았다. 전쟁 영화를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내게 다가왔다. 많은 대사 없고 많은 전투씬 없이 그저 가끔씩 크게 확대되는 화면에서 공포와 그리움과 처절함으로 가득한 눈과 표정이 클로즈업될 때의 느낌이란. 그렇게 생존해오는 군인들은 살았다는 기쁨보다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한다. 수치스러워한다. 이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쟁은 무엇인가. 전쟁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또 하나는. 배가 바다 위에서 넘어지고 그 주변으로 민간인들의 배가 모여드는 장면에서 어쩔 수 없이 세월호를 생각했다. 아. 이것은 우리 세대의 영원한 트라우마로 작동할 것 같다. 울지 않아도 되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냥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영화가 별로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