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춥고.. 마음도 춥고... 걱정과 후회가 마음에 가득한데, 회사 일은 아주 미어터지고. 결국 며칠 전에 진행하던 것 중에 누락된 것이 발견되었고 그게 치명적인 것이라 아 미쳐. 이러면서 회의해서 어떻게 어떻게 하자고 얘기는 했지만, 앞으로 두달은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예상되어 마음에 돌덩이 납덩이가 있는 기분이다. 이따가는 얼른 서울에 가서 병원에 있는 아빠를 뵈야 하고.. 얼른 퇴원하셨으면 좋겠는데, 연세도 있으시고 하니 쉽게 퇴원을 안 시켜주는 것이고. 간병하는 엄마도 지쳐가고 나는 송도에서 매일 전화로만 위로드리는 딸이고... 사는 게 뭔지. 부모자식은 뭔지. 부부는 뭔지. 늙는다는 건 뭔지. 마음이 복잡복잡.

 

저녁에 퇴근을 하면, 거의 8시가 넘고.. 어떨 땐 9시. 앞으로 더 늦어지겠지. 암튼 송도의 오피스텔에 들어가면 밥을 먹는다. 우선은. 이상하게 혼자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허해져서 정말 밥을 가득 쌓아서 다 먹어치운다. 덕분에 송도 와서 4kg이 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ㅜ 그리고는 일드를 하나 켠다. 10년 쯤 전의 일드인데, 'VOICE'라고. 최근엔 잘 안 나오는 에이타와 입이 약간 뒤집어져 내가 싫어하는, 그러나 남자들은 좋아하는 이시하라 사토미 등이 나오는 법의학 드라마다. 일드의 특성이 그대로 녹아난 드라마이긴 한데, 그냥 다운로드 받아둔 게 있어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와인 한잔 홀짝. 매일 와인 한잔 홀짝거리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원칙은 와인잔 반 정도 채워, 딱 한잔. 그 이상 자꾸 먹어대면... 알콜리즘이 되기 딱 쉽겠다.

 

와인 먹는 속도가 빨라서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다 먹어치우는 신공. 그러면, 드라마를 그냥 보는 게 이상하게 손해보는 기분이라, 'Save the Children'에서 캠페인하고 있는 아기모자 뜨기를 시작한다. 몇 년 째 하고 있는데, 반복적인 작업이 주는 묘한 쾌감이 있다. 어제까지 4개를 떠서 우체통에 넣으려고 출근길에 가져 나왔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책을 집어든다.

 

 

아직도, 아직도 이걸 읽고 있다. 책 읽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 책. 재미없다. 프리모 레비의 책은 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정말 재미없다. 프리모 레비에 대한 진정한 예의로, 어떻게든 다 읽어보려고 들고 있으나 재미없어서 그냥 자버리기 일쑤다. 아직도 반밖에 안 나갔다, 진도가. 그냥 읽지 말까. 싶어진다. 책을 꼭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은 버린지 오래이긴 한데... 어쩐지 프리모 레비 책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이 느낌, 뭘까.

 

책이 재미가 없으니 잠도 빨리 쏟아지고. 요즘은 7시간씩 꼭꼭 자게 되는 듯 하다. 평소에 4~5시간씩 자다가 7시간을 자는데도 피곤은 가셔지지 않고. 이것은 거의 해독이 필요한 수준? 흑.

 

 

 

 

 

 

 

 

송도의 일상은 정말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다.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생활을 해야 하니 내 시간도 많이 못 가지게 되고... 그냥 저냥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여기에서 저녁엔 뭐뭐뭐 하겠다며 야심차게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던 게 11월. 지금 송도 오피스텔 한 켠에 고이... 쌓여 있다.. 오호. 통재라. 이제 회사일이 바빠지니 이걸 돌아볼 틈은 더욱 없어지겠다...

 

*

 

그나저나,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이러다가 탄핵 기각되고 특검 해산하고... 이렇게 유야무야 되는 건 아니겠지? 민주주의란, 절차와 원칙대로 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렇게 하자니 참 피할 길도 많고 버틸 길도 많은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자가 몰리는 형국이 되려고 한다니. 믿기 어렵지만, 지금 좋지 않은 조짐이다. 어제 김현정의 뉴스쇼에 송범규라는 변호사(대통령 측)가 나와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그리고 그 댓글들을 보자니.. 아 이거 정말 힘들어지는구나. 참. 할말이 없어지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요즘 더 꿀꿀하고 더 우울한 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이, 원칙을 다 지키며 살지는 못한다 해도 원칙을 지키고자 할 때는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면, 교육이 무슨 소용이고 정치가 무슨 소용인가. 모든 것을 부질없음으로 몰아가게 하는 이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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