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심란했다. 너네들이 어떤 짓을 해도 나는 내 인생을 즐기겠다.. 라고 강하게 마음 먹었지만...
어떻게 안 심란할 수 있단 말이냣!
그래서 책을 샀다. 이 전혀 연관성 없는 흐름이, 내게는 정상임을 고백한다. 심란할 때 책을 산다. 그러고보면, 저 책더미는 내 심란의 산물인가. 어쨌든 연초부터 돈이 넘 들어 (왜? 여행에 마구.. 미리... 선금을...ㅜ) 조금밖에 못 샀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아울러, 대부분이 내 사랑하는 조카가 읽을 책들이었다... 컥.
며칠 전에 "해리포터-저주받은 아이들"과 여러 권의 책을 사줬더니 그렇게 좋아했단다. 재미있다고. 올케 말은 공부는 안하고 재밌다며 책만 봤다는데. 그러니까 공부 안할 핑계를 찾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흠... 그럴 가능성이 51%...ㅎㅎ 그래도 게임하는 것보다는 책 보는 게 낫잖아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책을 산다, 조카를 위해. 공부한다고 같은 수학문제 백번씩 푸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게 더 낫다고 (철없는) 고모는 생각한다. 마음의 양식이 없는 자가 어떤 일을 도모할 때의 폐단은 지금도 여전히 보고 있으니까. 공부만 잘한 사람들이, 자기만 망하는 게 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바꾸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헛되게 만드는 이 나라에서, 내 조카만큼은 제대로 된 인성과 통찰력을 가진 인재로 크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말을 했더니 우리 올케왈, 인재라야 말이죠... 흠흠. 뭐 인재 아니면 어때. 건강하게 크면 되지 ^^;;;;
특히 <도구와 기계의 원리 Now>는 누가 추천을 해주었는데 꽤나 재밌을 것 같다. 내가 읽어도 될 듯한 내용으로 보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사실 <파블로프의 개>를 사주면서 이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잘 읽는다고 해서 한번 더 사보았다. <인체와 첨단 의학>은 <Why? 의료기기> 라는 책을 재미나게 읽는다고 해서 한번 오바해본 거고. <프랑스 아이들은 천문학을 이렇게 배운다>는 시도해보는 거다. 좀 어려울라나? 흥미가 없으려나? 사실, 천문학이라는 학문은 스케일이 상당히 큰 학문이라 꼭 전공하지 않아도 드넓은 하늘 속에서 세상을 좀 크게 보는 힘을 가지게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다.
마르케스의 이 책은 저번부터 사고 싶었다. 마르케스라는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런데 그의 데뷔작이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느 작가나 데뷔작은 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작가의 출발이 무엇이었는 지를 알고자 하는 바램이 커서, 혹시 만에 하나 실망하더라도 버티기로 했다.
퇴역한 대령, 대령의 딸 이사벨, 그녀의 어린 아들, 그리고 지난밤 유명을 달리한 어느 의사의 시체가 있다. 스산한 가을, 거리의 바닥에는 떨어진 잎들이 쌓여 썩어 가고 의사는 마을 묘지에 매장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해 영원한 안식을 보류당했다. 성당의 종소리, 과거에서 풍겨 나오는 향냄새, 빳빳한 상복의 옷깃, 입속에서만 속삭이는 비밀. 조촐하고 괴상한 이 장례 자리에서 가족들은 저마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시간과 공간이 종횡으로 확장하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타래가 풀려 나와 눈앞에 흘러간다. <알라딘 책 소개 中>
마술적인 사실주의라니. 이 단어만으로도 궁금, 궁금한 책이다.
모리 히로시의 이 시리즈. S&M 시리즈.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10권까지 다 읽으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임팩트가 있었나 돌이켜보면 그저 그랬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계속 구입하게 되었다. 이젠 1~10권까지 전집으로도 판매하더라는. 흐미.
이제 마지막권까지 사는 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어떻게 결론날 건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이카와와 모에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이 될런지. 그 주변 인물들은 또 어떻게 지내게 될런지. 심지어 열번째 권에서는 가상현실(VR)도 나온다고 하니. 이 작가, 정말 첨단을 달린다 아니할 수 없다. 일단 읽어보고 감상은 나중에...
이제와 고백하지만, 올해 사진을 배워보고 있다. 겨우 시작한 거라, 배운다고 말하기도 쑥스럽다. 예전부터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바쁘고 정신없고 피곤하지만, 한번 감행해보자.. 라는 심정이 되어 불쑥 등록을 해버렸다. 그래서 올해는 사진에 대한 책들을 진지하게 읽어보려고 한다. 그 첫 책이 이 책이라고 보면 된다. 뭐 별도의 정보가 있어서 고른 건 아니고, 그냥 눈에 띄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대는 사진을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사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내가 느끼는 바대로 묘사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아 근데.. 배운다는 건 너무나 좋은 일이다. 매주 2시간 남짓 강의를 듣는데, 하나 졸리지 않고 집중이 잘 된다.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뭐든 이렇다. 억지로 하는 게 문제인 거지.
이 잡지는 정기구독하겠다고 해놓고서 한 해가 지나가버렸다. 이번에 도착하면 거기 있는 주소 보고 바로 구독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엔 존 버거의 글도 있다 하고 해서... 재밌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문학잡지를 구독한다는 건,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자존심의 문제다.. 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잡지가 활성화되는 것이 사회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다 라고... 그냥 나혼자, 쓸데없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잡지는 표지나 구성이나 실린 글이나 아직까지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는 거다. 안 그러면 살 필요가 없지. 뭔가를 의무감으로 한다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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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조에게 구속영장 발부 안되면 난 내일 또 책을 살 것 같다. 나같은 애가 있으면 이럴 때마다 알라딘 매상 엄청 오르겠다.. 라고 또 쓸데없이 생각을 확장해본다. 현실이 짜증나니 책으로 들어가는 것, 현실도피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산다. 하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뒷말 생략)... 문득, 눈이 오면 그저 좋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아무 것도 모르고 부모의 보호 아래 살 수 있었던 시절은, 그 이후의 어떤 순간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오늘따라 횡설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