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무얼까... 란 생각이다. 어제 송도에 직장 동료 두 분이 놀러 오셨다. 같이 저녁 먹자고 오신 거였고 우린 스시집에 가서 맛난 스시와 회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냥 즐거웠던 건 아닌 것이, 그 중 한분이 올해 내로 퇴사하고 내년 일년 계약직으로 있기로 했다고 말씀하셔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갈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퇴사하신 분들 이야기, 어떻게 지내시는 지, 원래 재산상태는 어땠는 지, 아이들은 어떻게 컸는 지... 이런 이야기들을 하노라니 사는 게 참 ... 뭔가 싶은 울컥함이 있었다.

 

 

대개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는 사회생활이라는 게 그렇다.

 

20대에 직장에 들어와 신입사원이라고 들떠서 여기 저기 휩쓸려 다니다보면, 어느새 30대. 이제 좀 일이 익숙해지니 생활의 안정을 위해 결혼. 곧 아이. 그러다보면 진급이란 걸 하게 되고 30대 중반쯤 되면 과장. 한참 개인적으로나 직장적으로나 바빠서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40대. 어느새 차장, 부장. 마음은 아직 20대인데 어디에 불쑥 끼기 난처한 나이. 그렇게 있다보면 회사에서 얘기한다. "너 다 썼으니 이제 나가세요." ... 그 지경이 되어 뒤를 돌아보면 참 시간 빠르다 싶고. 앞으로 살 날들이 막막해지고. 수명은 길어졌는데 회사를 나가면 어떻게 먹고 사나 싶다. 먹고 사는 문제도 있지만,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라는 씁쓸함이 동반되어 사는 게 뭔가로까지 번지게 된다.

 

어제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사는 게 참 어렵구나. 고비고비 처음 사는 인생이라 그런 지 대비도 참 잘 안되고, 어떻게 사는 게 똑 부러지게 사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조금 쓸쓸해지는 회사 선배의 얼굴을 보면서 나까지도 묘한 심정이 되었더랬다.

 

결국 회사에 모든 걸 걸면 안된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준비해야 하고 회사에서 필요없다고 하면 바로 걷어내고 나올 수 있어야 하고... 작년에 퇴사 권유받고 나가신 분은 원래 가지고 있던 점포에 커피점을 열어 운영 중이신데, 어제 거기도 들렀다가 오셨다며 얼굴이 그렇게 좋아졌다고 사진을 보여주신다. 아 정말 젊어지시고 밝아지시고... 이게 원래 이 분의 얼굴이었구나 싶었다. 커피집도 안정이 되어간다고 하고. 무엇보다 작은 점포지만 자기 상가라 월세가 안 들어가니까 빨리 자리를 잡은 듯 보였다. 어쨌든 나가서 치킨집 커피집 하면 망한다고 다들 걱정했었는데 좋아 보이시니 다행이었다. 원래 배우고 싶었던 금세공도 배우고 있다 하시니... "진작에 이렇게 살았어야 하나봐요.." 라 하신다니. 물론 이런 케이스는 잘 된 케이스인 거라고 그보다 못한 경우가 더 많다며, 어제 오신 선배들은 한숨을 푹 쉬셨더랬다.

 

퇴사가 인생의 끝은 아니기에. 또 다른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에 낙망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어딘가에 정성을 쏟았으나 마지막은 밀려나는 것이라는 점은 사람을 힘빠지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인생의 후반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미리미리 생각해둬야 하겠다 싶었다. 어쨌든... 어젠 즐거움과 씁쓸함이 묘하게 교차하던 만남이었다. 그래도 소주 한잔 걸치시고 기분 좋게 돌아가시는 모습에, 오셔서 놀다 가시라고 한 것 참 잘했다 ...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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