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사정으로... 일년 반 정도 전부터 절주를 하고 있었다. 한번 먹을 때마다 맥주 한두 캔 정도, 와인 한두 잔 정도. (이 정도가 뭐가 절주야 그런다면...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내 딴에는 정말 뼈를 깎는 고통으로 (정말이다!) 참고 또 참았는데 결국 지난 금요일 그것이 깨져버렸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도 핑계고 → 아주 영향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엄청나게 열받은 일이 연속적으로 있었다...도 핑계고 → 물론 이게 큰 작용을 하긴 했지만...

 

가장 매혹적이었던 건, 몇 년 만에 만난 친구가 무지하게 비싸고 좋은 일본 소주를 사줬다는 거다. 그 간에 그러니까 나한테 이렇게 비싼 술을 사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절주가 되었던 거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흐미.. 비연) 암튼 금테가 도는 뚜껑에 생긴 것도 금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이, 이자카야 주인장 아저씨가 이런 좋은 술을 이러면서 가져다 주는데 눈이 띄용용. 처음엔 나혼자 생맥주 시켰다가 맛만 볼까 하고 얼음 동동 띄워 소주 살짝 부어 먹었는데 그게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되고 결국 한 병 더 시키고.. 으으. 왜 그랬지? 게다가 안주도 광어와 해삼내장으로 만든 고급 안주가 연거푸. 흠... 결국 에라 모르겠다. 부어라 마셔라 하고는 새벽 2시에 집에 엉금엉금 기어.. 는 아니고 휘청휘청 거리면서 도착했더랬다.

 

그래도 그 때까지는 말짱해서 친구들한테 도착했다고 메세지도 보내고 스맛폰에 알람 시간도 잘 바꾸고 잠들었더랬는데.... 눈을 떠보니 11시. 어멋. 아 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아아아아아아. 그러고는 다시 눈을 붙임. 중국어 학원 어쩌지? 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냥 잊어버리고 다시 취침.... 참고로 전 원래 과음 후 반드시 반나절 이상 자야 풀린답니다...ㅜ

 

다시 눈을 뜨니 오후 2시. 점심? 노. 더 잘 거얌. 이건 뭐 잠자는 귀신 붙은 거 마냥 다시 취침. 근데 머리가 너무 아파. 아 역시 일본 소주는 안돼.. 후폭풍이 넘 거세... 다시 눈을 뜨시 오후 4시. 배가 고프고... 머리는 여전 아프고. 일단 나가서 샤워를. 그런데도 정신이 안 들어서 일단 밥을 좀 먹어주었는데도 계속 두통, 치통...ㅜㅜ 다시 취침. 그게 오후 6시. 그리고는 계속 쭈욱 그 담날까지 잤다는... 믿기어려운 사실. 그러니까 반나절이 아니라 한나절을 자야 풀리는 '연세'가 된 비연. 으헝.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데 허리에서 무슨 뿌드득 소리가. 침대에 넘 고정 자세로 자고 있었나 보다... 허리가 굳었나봐. 으악. 하고 머리가 안 아프니 이제 허리야 엉엉... 하며 겨우 일어났다. 내가 정말 못산다. 집안 사람들의 "너 사람이니?" 라는 눈총을 받으면서 일요일 하루를 버텼다는...

 

이제 다시 시작된 절주... 삼일 째...(흑흑) 과연 언제까지??? ㅜㅜ

 

***

 

미안해서 방에 쳐박혀 책이나... 보았다. 할 일은 산더미였는데 도저히 몸이 안되어서 (머리가 계속 멍...띵...) 그냥 독서.

 

 

 

역시 머리 아프고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땐 추리소설이 최고. 다행히 집에 모리 히로시의 S&M 시리즈 나머지를 사 둔 게 있어서 모든 걸 제치고 일단 집어듦.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한 권 뚝딱. 이제 사이카와와 모에의 러브라인이 조금씩 드러나는 재미도 있고... 추리 트릭이 점점 정교해지는 맛도 있고... 시리즈물이라는 게 뭐 그런 진전하는 재미가 있다는 게 맛이니까.  나머지 권들도 읽어야지... 조만간.

 

 

 

 

 

 

 

 

 

그리고... 저녁 늦게 머리가 좀 덜 아프길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페이퍼든 리뷰든 쓰고 싶기는 하다. 사람들이 워낙 좋아들 해서 어떤가 했는데 역시 나의 정서랑도 많이 맞는 소설집이었다. 30대의 젊은 작가가 썼다고 하기에는 그 감정결의 깊이가 많이 깊어서 읽고 나니 마음에 아릿함이 진하게 남았다.

 

요즘 소설들은 기교가 난무하고 이야기를 꼬고 꼬고 또 꼬아야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추세인지라 대부분의 소설들이 읽다 보면 좀 식상해지기까지 한 게 사실이다. 뭐랄까 좀 질린다고 할까. 화려한 색상의 벽지를 계속 쳐다보니 어지러워지는 느낌?

 

그 중에 이 최은영의 소설집은 담백하고 담담하고 기교가 거의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그대로 박힌다. 군더더기 없이 그대로.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다.

 

 

 

***

 

그 와중에 야구도 보았다. 아. 넥센. 왜 이리 맥을 못 추는 지. 엘쥐는 거의 상승세의 절정을 달리고 있고. 이런 기세로는 오늘 게임도 불안하다. 게다가 투수가 1차전때 엘쥐에 박살당한 맥그레거이고 엘쥐는 류제국이 아니냔 말이다. 으헉. 원래 넥센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엘쥐 유광점퍼 군단도 얄밉고, 왠지 엘쥐가 올라가면 엔쒸도 이기고 두산이랑 붙을 것 같은 불길함이 있다. 두산이 이상하게 엘쥐만 만나면 약해지곤 해서 걱정 또 걱정. 오늘은 일찍 가서 넥센 응원해야지...ㅎㅎㅎㅎ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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