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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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나온 나쓰메 소세키의 책 뒷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동감한다. 매우, 깊이.

 

소세키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얘기하고 강상중이 얘기할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한 권 두 권 소세키의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게 고전이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의 마음의 이야기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지금도 하나 어색하지 않게 묘사하고 있는 그의 소설들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겠지. (p50)

 

이 구절이 나쓰메 소세키의 경향을,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해 나타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주인공 '나'는 어느 해변가에서 '선생님'을 만나 친분을 쌓게 된다. 도쿄제국대학까지 나왔지만 별로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는 선생님은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상. 선생님과 나'에서는 이러한 선생님을 미스터리하게 그림과 동시에 '나'가 바라보는 선생님에 대한 모습이 자세히 나와 있다.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전부 보여지지 않는 선생님에 대해 존경심과 의구심 등등 복합적인 심경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

 

'중. 부모님과 나' 에서는, 편찮으신 아버지와 그 옆에서 돌보시는 어머니, 그리고 나의 관계가 여러 각도로 조명된다. 아들이 대학을 나왔으니 뭔가 버젓한 직장을 바로 잡기를 원하는 부모와 조금은 태평한 아들의 모습, 아들이 직장을 잡고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걸 남들에게 얘기하고 싶어하고 그런 일로 부끄럽고 싶지 않은 부모와 그런 것이 괜히 귀찮은 아들의 모습... 이런 모습들의 내면에 깔린 감정의 흐름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편찮으셔서 점점 죽음에 가까와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시선들도 마찬가지. 죽음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와 이제 아버지는 죽을 것이다 라는 것을 전제로 다음의 계획을 생각하는 자식들... 요즘 주변에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하. 선생님과 유서' 에서는 선생님이 지면을 빌어 주인공 '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일인칭적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왜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는 지, 왜 별다른 일 없이 다 포기한 것처럼 살게 되었는 지.. 자신 안의 악마가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 지에 대한 고백들이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소세키에게 참으로 감탄하게 된다. 사람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들을 어찌나 잘 묘사하는 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고백을 받는 느낌을 부여하니 말이다. 사랑과 질투, 신뢰와 배신, 기만, 그리고 죄책감... 그 속에 위치하는 자아라는 그림자. 그리고 작품 전면에 깔려 있는 외로움. 내가 나를 마주 대할 때 느껴지는 외로움. 그 누구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저 자기 자신만이 직면해야 하는 그 기저의 감정들. 그러한 내용들은 읽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자아를 어쩌면 외롭고 쓸쓸한 대상으로 바라보게 함과 동시에 그것이 진정, 사람이라는 것이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

 

현암사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는 다 사서 두어야 겠다. 현재 내게 있는 것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그리고 이 책 <마음>. 전부 14권 나와 있는 책들을 하나씩 둘씩 사모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본다. 신기하게도 계속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들이고... 아마 이런 것이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고전은 고전. 언제 읽어도 오늘에 비추어 퇴색해 보이지 않는 본질을 거울 처럼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것. 재삼 느끼게 된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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