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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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래서 안된다. 준비해야 한다고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가해오는 생각들을 꽈악 누르고 보던 책은 다 보아야 한다는 괴상한 신념으로 이 책을 결국 오늘에야 다 읽고 말았다(지금 마음 속으로는 불안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쩝). 제목이 매우 흥미로와 계속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추천하는 글을 읽고(아마 진중권씨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뜸 사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어쩌면 제목과는 틀리게 잡설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읽으면서 그런 우려는 금새 불식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 중에 한 부류는 이런 책이다. 저자가 혹은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화두에 대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약간 깊이있게 늘어놓는 책. 물론 여기서 그치면 안되고 저자의 탁월한 정신력으로 세상에 많이도 얘기되고 있는 이론들을 흐름있게 정리하는 건 기본이다. 이 책은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왜 있는가, 태어나서 얼마동안의 기억들은 왜 간 곳없이 사라지는 걸까 등등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억에 대해서 회상에 대해서 망각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적고 있다.

나도 늘 궁금했다. 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왜 기억이 또렷하게 나는 것이 있는 반면,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낯선 곳에 가서 언젠가 한번쯤 왔었던 야릇한 느낌에 잠시 주춤했었던 경험도 있었고 갈수록 퇴화되어 가는 기억력(정말 슬픈 일이다)을 탓하면서도 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책이 그 의문들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사실, 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겠는가). 

뇌의 기능이 100% 밝혀지지 않은 만큼 기억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은 불가사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숱한 이미지와 소리들이 나의 뇌에 어떠한 생물학적 반응을 부여하여 기억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남게 되는가는 머리를 열어본다고 해도 알아낼 도리가 없다. 따라서 저자인 다우베 드라이스마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갖가지 상황 속에서의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기도 하고 좀 특이한(말하자면 죽다 살아났다던가, 치매환자라던가, 사방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라던가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이론을 일반화한다. 이 책에도 매우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어떤 이론이든 명확하게 그거구나 하는 건 없고 기억의 이런 측면 저런 측면들을 설명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내가 끊임없이 수행하고 있는 '기억'이라는 행태에 대해 이해를 도와줌과 동시에 아주 그럴 듯한 비유로 기억을 그냥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책장을 덮을 때는 막연한 의문감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찝찝함을 지울 길은 없으나,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읽었다는 안도감과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경험하며 살아야겠다는(긍정적인 경험) 결심이 유발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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