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원서로 읽겠다 생각한 건, 그냥 충동적인 것이었다. 처음 나온 게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 - 심지어 사지마비 환자인 남자와 그를 돌보는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라니 - 라는 생각에 진부하다 여기고 쳐다 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최근에 영화가 나온 걸 알게 되었고, 우습게도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 왜냐고 묻지 말라. 그냥 여주인공의 빨간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는 거고, 이 정도면 영어로 읽어도 되겠다 싶어서 원서를 집어든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요는, 그닥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서두가 길었다. 나는 항상 이게 문제다..ㅜ

 

이 책, 다 읽고 나니 권하고 싶어진다. 대단한 이야기가 담긴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의 이야기이고, 꿈을 빼앗긴 사람의 이야기이고, 이제 꿈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렇게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영어가 쉽다. 영어로 읽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요즘 이게 무슨 자랑거리겠는가..ㅜ) 정말 쉬워서 이 느낌을 제대로 받으려면 영어가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주인공인 Louisa가 마음에 든다. 그 감정의 선이 자연스럽고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자신일 수 있는 성격이 좋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면이 좋다. 그녀의 말과 행동을 따라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이 밝아지는 걸 느꼈다. 남자 주인공인 Will이 정말 그녀를 보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겠다고 감정이입이 될 만큼.

 

결말을 다 알고 이 내용을 쭈욱 따라가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Louisa가 열심으로 하는 이 일들이 결국 Will의 결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리라는 걸 알기에 애처롭기도 하고 혹시 하는 말같지도 않은 공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Will의 선택이었고... 아... 마지막 스위스에서의 회동은... 눈물이 나서 손바닥으로 연신 닦아가며 보아야만 했다.

 

He gave me a small smile, almost an apology.

'Clark,' he said, quietly. 'Can you call my parents in?' (p473)

 

그의 마지막 말. 이 부분에서는 흐느끼기까지 한다, 비연. 안락사라는 것.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한다는 것. 살아있는 자신을, 어느 시간대에 끊어낸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Will처럼.. 이건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며, 앞으로는 더 나빠질 것이며, 그렇게 살기에는 "Louisa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Will. 나는 이 "I'm sorry. It's not enough." 라고 말하던 Will의 마음이 이해되어졌다.

 

'It's not enough for me. This - my world - even with you in it. And believe me, Clark, my whole life has changed for the better since you came. But it's not enough for me. It's not the life I want.' (p425)

 

신파적인 스토리였다면, 어쩌면, 여자가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래서 남자가 그 사랑을 받아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으며, 결국 마지막은 모르겠지만, 남자는 결심을 되돌리고 둘이 빛나는 미래를 꿈꾸었어요... 가 되었겠으나, 이 소설은 냉정하다. 현실적으로 남자에게 있어 사랑이 그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것이냐, 그것은 삶과는 별개의 것일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인 지도 모르겠다.

 

So this is it. You are scored on my heart, Clark. You were from the first day you walked in, with your ridiculous clothes and your bad jokes and your complete inability to ever hide a single thing you felt. You changed my life so much more than this money will ever change yours.

Don't think of me too often. I don't want to think of you getting all maudlin.

Just live well.

Just live.

Love,

Will. (p480)

 

Will이 Louisa에게 남긴 마지막 메세지이다. 마지막 말들, 마음이 저릿해지는 글귀들이다. Just live. Just live.... Will 같이 용감한 사람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기도 하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다는 걸 문득 느끼게 된다.

 

이 책 이후에도 책이 나온 것 같지만, 난 후속편은 읽지 않겠다. 여기까지. 이 마지막 글귀를 마음에 담아 두고 이 책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떠나고 난 다음의 빈자리를 '설명'하는 건 때때로, 아니 자주 충분치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예전 <러브스토리>라는 영화의 후속편을 보고 나서 느꼈던 그 실망감이 다시 되살아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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