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루이즈 페니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이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고, 나왔다 하면 만사 제치고 장바구니에 던져 넣는다. 보관함에 넣을 틈이 없다. 그리고 보고 싶은 걸 꾹꾹 참고 있다가 일요일 오후, 모든 걸 다 옆으로 밀고 커피 한잔 따뜻하게 끓여와 에어컨 빵빵하니 튼 후 책장을 넘긴다. 아 그 느낌. 충만하면서도 자유롭고, 설레는 그 느낌. 그걸 바랬었다. 책을 한장 한장 소중히 읽으면서 역시.. 라는 생각과 함께 아 이런 시리즈는 영원히 계속되면 안되나 라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한다. 지금까지 10편이 나왔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6권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이제 4번의 기회만이 남은 것인가. 벌써부터 아쉽아쉽...

 

이번 얘기에서는 가마슈 경감이 아내인 렌 마리와 함께 결혼기념일을 기념하여 마누아르 벨샤스 라는 곳에 휴양을 하러 간 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피니 가족이라는 대가족이 옆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둘째아들이 쓰리파인즈의 피터 모로였다는 놀라운 사실과 맞닥들이고. 거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어쩔 수 없이 관여하게된 가마슈 경감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전히 부부의 사이는, 책으로 읽어도 시샘이 날 만큼 아름답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면서도 간섭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하고 안온한 사랑이 넘치는 부부이다. 다니엘과 아니라는 아들 딸을 두었고 자식들과 가끔씩 충돌이 있기는 하지만, 늘 잘 해결해나가는 가족의 중심축이기도 하고. 이번 얘기에서는 아르망 가마슈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어쩌면 숨기고 싶은 아버지의 이야기, 하지만 가마슈는 '어른'이었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난 자유로웠소. 밀턴 말이 맞다오. 마음은 마음이 곧 자기 자리지. 난 포로였던 적이 없고. 그때도, 지금도."

"여기에 오셔서 셈하신 건 뭡니까? 새는 아니고, 돈을 세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 (중략)...

"내가 매일 저녁, 메일 아침 셈하는 게 뭔지 물으셨지. 수용소에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꺾이고 죽어 가는 동안 매일 세던 거라오. 내가 뭘 셈하는지 아시겠소?"

가마슈는 혹시라도 몸을 움직였다가 그가 겁을 먹고 답을 해 주지 않은 채 달아나 버릴까 봐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알았다. 이 남자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난 내가 받은 축복을 셈한다오." (p490-491)

 

아. 이 내용이 마음에 참 많이 와닿았다. 이 책을 쭈욱 읽어보면 이 얘기를 한 피니 노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 지 알 것이고 그래야 이 말이 얼마나 큰 의미인 지 알 수 있다. 문득 나도 나의 축복을 셈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불평과 짜증으로 일관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해보면 좋겠다 싶었고...

 

***

 

혹시.. 싶어서 공식 홈페이지를 뒤지니, 12권이다. 제일 최근 것이 2016년 8월 발간 예정. 심지어 Gamache 경감 시리즈에 대한 별도 홈페이지도 있다. (http://gamacheseries.com/) 아니 근데 피니스아프리카에 여러분. 왜 순서를 안 지켜주십니까...흑. <살인하는 돌>이 4번째 작품인데, 5번째 6번째 책이 먼저 나왔잖아요... 어쩐지 올리비에가 멀쩡하더라니. 순서를 지켜주세요, pls.

 

 

1. Still Life (2005)

 

 

 

 

 

 

 

 

 

 

 

 

 

 

2. A Fatal Grace/Dead Cold (same book, different title) (2007)

 

 

 

 

 

 

 

 

 

 

 

 

 

 

3. The Cruelest Month (2008)

 

 

 

 

 

 

 

 

 

 

 

 

 

 

4. A Rule Against Murder/The Murder Stone (same book, different title) (2009)

 

 

 

 

 

 

 

 

 

 

 

 

 

 

 

5. The Brutal Telling (2009)

 

 

 

 

 

 

 

 

 

 

 

 

 

 

6. Bury Your Dead (2010)

 

 

 

 

 

 

 

 

 

 

 

 

 

 

 

7. The Hangman (2010)                       

 

 

 

 

 

 

 

 

 

 

 

 

 

 

8. A Trick of the Light (2011)

 

 

 

 

 

 

 

 

 

 

 

 

 

 

9. The Beautiful Mystery(2012)

 

 

 

 

 

 

 

 

 

 

 

 

 

 

10. How the Light Gets In (2013)

 

 

 

 

 

 

 

 

 

 

 

 

 

 

11. The Long Way Home (2014)

 

 

 

 

 

 

 

 

 

 

 

 

 

 

 

12. The Nature of the Beast (2015)

 

 

 

 

 

 

 

 

 

 

 

 

 

 

 

13. A Great Reckoning (2016): 8월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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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히히.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내친 김에 그냥 원서로 한번 볼까.. 라는 마음이 설핏 들었지만.. 지금 읽는 거나 얼른 읽으세요.. 라며 자중.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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